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 세상을 변화시키는 마음
Andrea Tornielli
프란치스코 교황은 새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향한 당신의 사랑을 굳이 자세히 설명하시기보다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그분의 행동을 보면 그분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시는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교를 이론, 철학, 도덕 규범, 혹은 단순한 감정의 나열로 축소시키려 한다. 하지만 그리스도교는 그 이상이다. 그것은 살아계신 분과의 만남이다. 그리스도교는 그리스도와의 관계에서 시작되며, 그분과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 오늘날의 유동적이고 휘발되는 개인주의 문화 속에서 이러한 이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식, 곧 그분께서 우리를 이끄시고 부르시는 방식을 이해하고 그분과의 관계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단순히 이성적 사유나 자랑할 문화적 정체성, 혹은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는 규칙서로 환원될 수 없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마음의 문제다. 그것은 행동과 시선 그리고 말로 엮인 이야기다. 우정의 이야기이며, 근본적으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황은 회칙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곧 나의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나를 구별짓고, 나의 영적 정체성을 형성하며, 다른 이들과의 친교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우리가 예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시는지를 이해하려면, 그분의 행동을 바라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곧, “예수님께서 어떻게 행동하시는지를 보면서” 복음서의 장면들을 묵상하고, 우리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조차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복음의 사건들에 놀라움을 느낄 때 비로소 그분의 사랑을 깨달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분의 행동을 바라보면,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그들의 걱정과 고통에 온전히 마음을 쓰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께서 제안하시는 것은 “친구들 간의 상호 소속감”이다. “그분께서는 모든 거리를 뛰어넘어 우리 곁에 오셨고, 우리 삶의 가장 단순하고 일상적인 것들만큼이나 우리 가까이 계시게 되었습니다. 실로 그분의 또 다른 이름은 ‘임마누엘’입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뜻입니다. 우리 삶 가까이에 계신 하느님, 우리 가운데 사시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사람이 되셨고,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셨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만난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마음을 만나는 것이다. 그분의 마음은 무관심하지 않으며, 우리를 무한한 자비로 품어주고 그분을 닮으라는 초대를 건넨다. 이것이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쟁과 사회경제적 불균형, 소비주의와 비인간적 기술 사용 가운데서 살아가는 이 세상은 “마음에서부터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황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체 교황직을 해석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번역 김호열 신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