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청년들에게 “꿈을 잃은 청춘은 이미 은퇴한 삶입니다”
Edoardo Giribaldi
“부탁드립니다. 꿈을 꾸는 은총을 놓치지 마세요. 청년이 꿈꾸는 마음을 잃는다고 해서 노인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르신들도 아름다운 꿈을 간직하며 사시기 때문입니다. 꿈을 잃은 청춘은 ‘인생 은퇴자’가 됩니다. 삶의 활력과 은총을 잃고 영적으로 은퇴해버리는 것이죠.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청년 여러분, 간절히 당부드립니다. 부디 ‘인생 은퇴자’가 되지 마시고, 희망을 빼앗기지 마십시오! 희망은 우리를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16일 사도궁 콘치스토로 홀에서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이탈리아 전국청년협회 회원들을 만나 이 같이 진심 어린 호소를 전했다. 이 협회는 제도권과의 소통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자문기구다.
교황은 새로운 세대에게 “삶의 아름다움과 새로움”을 전하는 이가 되라고 당부했다. 특히 대립을 “귀 기울이는 마음”으로 승화시키며, “반목의 수렁”을 딛고 더 높은 이상을 향해 나아가라고 권고했다. 교황은 “악의 세력도, 짙은 비관도, 회의의 안개도 결코 마지막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청년들의 마음에 살아있는 희망
“희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교황이 다가오는 희년을 선포하며 전한 이 말씀은 협회의 최근 조사 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 조사에 따르면 “희망이야말로 오늘날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가장 깊이 공감하는 마음의 자세”로 나타났다. 교황은 이를 두고 “미래를 회의적이고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절망의 늪에 빠진 수많은 이들”과 선명히 대비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적극적인 참여
교황은 제도권과의 소통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연대”와 “포용”이라는 가치에 힘입은 수많은 단체들 사이에서 “관계망”을 엮어내라고 당부했다. “관계망을 엮어내는 동시에 목소리도 내야 합니다.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소명 안에서, 저는 여러분이 모든 이의 목소리가 되어주길 초대합니다. 특별히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되어주십시오. 오늘날 참으로 많은 이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난과 교육의 결핍, 마약의 폭정으로 사회에서 밀려난 이들, 심지어 꿈을 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꿈을 함께 나누는 ‘관계망’을 엮어내십시오. 그리고 꿈을 꾸는 소중한 은총을 놓치지 마십시오. 꿈을 꿉시다.”
깊어가는 오늘의 아픔
그러나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사명이다. 교황은 “최근의 뉴스만 보더라도” 당면한 도전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터에서의 존엄성, 가정의 위기, 교육의 부재, 시민의식 실종, 피조물 돌봄, 새로운 기술의 그림자” 등 이 시대의 도전들을 짚었다. 교황은 이러한 문제들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폭력과 자해행위가 일상이 되고, 나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황은 이러한 결과를 깊이 우려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듯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청년들의 자살 소식은 전부 알려지지 않고 감춰지고 있습니다.”
다양성 안에서 관계 형성하기
이러한 현실 앞에서 교황은 “단순한 문화적 변화를 넘어서는 인간 실존의 깊은 변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로의 다름을 은총으로 받아들이고, 인간다운 온기가 흐르는 열린 관계의 그물망을 함께 엮어가는” “교육 마을”을 제안했다.
“인간다움을 으뜸으로 여기면서, 공동체에 봉사할 이들을 키워내는 데 새로운 열정을 바치려는 이들이 서로 손을 맞잡는 동맹이 필요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기여
교황은 “겉모습을 넘어서는 더 깊은 아름다움이 있다”며 “그것은 자신의 고유한 소명을 사랑으로 살아내는 모든 남녀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공동체를 위한 헌신적인 봉사 안에서, 가정의 행복을 위한 너그러운 수고 안에서, 사회적 우애를 키워가는 조건 없는 정성 안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입니다.” 교황은 이러한 아름다움을 장려하는 것이 “사회적 연대와 만남의 문화의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진리와 자유, 정의와 평화, 가정과 정치를 위한 여러분의 헌신적인 봉사야말로 새로운 사회를 일구어 가는 데 있어 여러분이 이 땅의 제도권에 바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도 절실한 기여입니다.”
교황의 질문
교황은 준비한 원고를 내려놓고 참석자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아이들과 정답게 놀아줄 줄 아시나요? 자녀들이나 손주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함께 놀아주실 수 있나요?” 두 번째 질문이 이어졌다. “여러분은 어르신의 손을 따뜻이 잡아드릴 줄 아시나요?” 교황은 이 질문들이 오늘날의 “문화” 속에서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날의 문화 안에서 아이들은 사랑의 온기 없이 홀로 자라나고, 어르신들은 요양원으로 보내져 그곳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십니다.”
“우리는 달라져야 합니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어르신들의 손을 따뜻이 잡아드려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의 청춘이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어린이와 노인을 잊지 마십시오.”
악의 세력은 결코 승리를 거두지 못합니다
교황은 “가장 중요한” 진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는 청년이나 노인 모두에게 해당하는 선포”라며 “우리가 늘 다시금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구원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살아 계십니다!’ 그분께서 살아 계시다면, 우리의 희망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악의 세력도, 짙은 비관도, 회의의 안개도 결코 마지막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것입니다.”
희망의 이름이자 얼굴이신 예수님
교황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새 지평을 열어주는 것”은 “윤리적 결단이나 위대한 사상”이 아니라 “인격적인 만남”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늘날 이탈리아의 청년들의 마음속에서 울리는 그 희망은 “한 이름으로, 한 얼굴로” 그리스도인에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바로 예수님의 얼굴입니다.”
하늘 높은 데를 향해 눈을 들어올리십시오
교황은 청년들의 여정에 놓인 시련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이어 “두려워하지 말라”는 따뜻한 격려와 함께 “갈등 앞에서도 움츠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인내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인내를 통해 갈등을 경청의 은총으로, 서로 자라나는 기회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갈등을 미로에 비유했다. “우리를 도와줄 누군가와 함께해야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 그리고 높은 곳에서 내려봐야 탈출구가 보입니다. 높은 곳을 보며 나아가야 합니다. 인생이 미로처럼 헤매다 청춘의 싱그러운 생기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교황은 “갈등을 피해 돌아가며 미로에서 헤매고, 피상적으로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한 자신의 안타까움도 털어놨다.
“갈등을 넘어서고자 하는 우리의 작은 발걸음은 하늘 높은 데를 향해 눈을 들었다는 표지입니다. 반목의 수렁을 딛고, 각자의 사사로운 이해라는 낮은 땅을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합니다.”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 복자
끝으로 교황은 “제도권 안에서 이탈리아 청년들의 목소리와 희망을 찾고, 지키고, 전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참석자들을 복자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의 전구에 의탁했다. “이 복자를 아시나요?” 교황이 물었다. “저는 어렸을 때 그분에 대해 들었습니다. 제 아버지께서 가톨릭 액션(가톨릭 운동) 회원이셨거든요. 복자는 여러분과 같은 청년이었고, 복음의 기쁨을 삶으로 증언하신 분입니다. 여러분이 복자를 알아가며 그분의 한결같음과 용기, 그분의 기쁨을 본받으시길 바랍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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