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종교의 진리를 저버린 세상은 편 가르기와 증오의 길로 빠집니다”
Edoardo Giribaldi
“종교의 숭고한 가르침이 제대로 받들어지지 않는 현실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세상이 겪고 있는 깊은 아픔과 혼란의 뿌리라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30일 “스리 나라야나 다르마 상감 재단”이 주관한 ‘제1회 범종교 회의’ 100주년 기념대회 참석자들을 만나 이와 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모든 종교가 공유하는 “영적 진리”와 “가치”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종교 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뜻깊은 모임을 처음 시작한 스리 나라야나 구루(1856-1928년)의 고귀한 뜻과 발자취를 기억했다.
스리 나라야나 구루의 사회 개혁
힌두교의 “영적 스승”이자 “사회 개혁가”였던 스리 나라야나 구루는 “사회적, 종교적 해방”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는 카스트 제도에 맞서 싸우며 “모든 인간은 인종이나 종교, 문화 전통에 관계없이 한 인류 가족의 일원”이라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그분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도,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진리를 한결같이 강조해 오셨습니다.”
더 나은 인류를 향한 종교 간 화합의 길
한 세기가 지난 지금 교황청 종교간대화부의 후원으로 마련된 “범종교 회의”에서 그 고귀한 메시지가 다시 한번 깊이 울리고 있다. 교황은 이번 회의 주제 “더 나은 인류를 향한 종교 간 화합의 길”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가장 절실하고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차별과 폭력, 수많은 이들의 “일상”이 되다
교황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이 “민족과 민족,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점점 더 깊어지는 배척과 증오의 그늘” 속에 놓여있음을 한탄했다. 이어 “민족과 사회적 신분의 차이, 인종과 피부색의 차이, 언어와 종교의 다름”을 이유로 한 “차별과 소외, 갈등과 폭력”이 “수많은 이들과 공동체들의 아픈 일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난한 이들, 스스로를 지킬 힘조차 없는 이들, 세상에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이 이러한 고통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습니다.”
“동등”하고 “형제자매”인 인간
교황은 2019년 2월 아랍에미리트 사도 순방을 계기로 알아즈하르의 대이맘 아흐메드 알타예브와 함께 서명한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공동 선언문」을 되새겼다. 이 선언문은 하느님께서 “모든 인간을 동등한 권리와 의무와 존엄성을 지니도록 창조하시고, 형제자매로 함께 살아가도록 부르셨음”을 천명하고 있다.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라”, 모든 종교가 전하는 공통 진리
교황은 이것이야말로 “모든 종교”가 함께 간직해온 “근원적 진리”라고 강조했다. “모든 종교는 한 분이신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며, 형제애와 포용의 마음으로 서로의 다양성과 차이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돌보는 동시에 우리 모두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함께 보살펴야 한다는 근원적 진리를 가르칩니다.”
“차이 안의 조화”를 가꾸며
교황은 이러한 가르침들을 망각할 때 세상이 혼란에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가 마음을 다해 이 가르침을 살아내고, 모든 이와 형제자매로서 참된 친교를 이뤄갈 때에만” 이 소중한 가치들을 되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다양성 속의 일치를 강화하고, 차이 안에서 조화로운 공존을 보장하며,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에도 불구하고 평화의 일꾼이 되고자 하는 유일한 목적을 위한 것입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연대의 새 지평을 열며
교황은 지난 9월 자카르타 이슬람 사원의 나사루딘 우마르 대이맘과 서명한 「2024 이스티클랄 공동 선언문」의 정신을 상기하며 “존중과 존엄, 연민과 화해, 형제적 연대”의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모든 “선의의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당부했다. 교황은 이것이 “개인주의와 배척, 무관심과 폭력”이라는 시대의 병폐를 치유하는 영적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자 신념에 “뿌리내리고” 함께 나아갑시다
교황은 “우리가 함께 간직한 숭고한 가치들을 가슴 깊이 담아” 더 나은 인류를 일구어가는 여정에 “함께 걷고 함께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각자가 자신의 “신앙”과 “종교적 신념” 안에 “굳건히” 뿌리내리되 서로를 향해 열린 마음으로 손을 내밀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번역 박수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