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COP29 메시지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으며 무관심은 안 된다... 가난한 나라 부채 탕감해야”
Salvatore Cernuzio
“이는 너그럽게 도와주는 문제이기에 앞서 정의의 문제입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9)에 참석한 5만여 명의 참가자들 앞에서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절절한 호소를 이 같이 전했다. “부유한 나라들이 과거에 했던 수많은 결정들의 무게를 인식하고 빚을 갚을 길이 없는 나라들의 부채 탕감을 결심할 것을 요청합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남반구와 북반구 사이에는 부인할 수 없는 ‘생태 부채’가 존재한다”면서, 이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상업적 불균형”과 특정 국가들이 장기간에 걸쳐 “천연자원을 지나치게 착취한 사실”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를 통해 이미 외친 메시지이지만, 이번에는 두 가지 구체적인 제안이 더해졌다. 하나는 “대담하고 창의적인 새로운 국제금융체제”를 수립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COP29를 통해 “개별 국가의 이해관계를 넘어 인류 공동의 선과 하느님께서 우리의 돌봄과 책임에 맡기신 우리 공동의 집(지구)을 중심에 둘 수 있는 국제 공동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피조물 보호와 평화 수호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 메시지를 대독하며 오늘날 과학적 데이터가 보여주듯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피조물 보호는 우리 시대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평화 수호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아울러 COP29가 “다자간 기구들에 대한 환멸이 커지고 장벽을 쌓으려는 경향이 증가하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 개최됐다고 말했다.
“개인과 국가, 권력 집단의 이기심은 상호 연결된 세상에서 하나로 이어진 지구촌이라는 같은 터전 위에서 한 가족으로 살아가고 행동해야 할 우리의 소명에 부응하지 못한 채, 불신과 분열의 풍토만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생명과 인간 존엄성 존중의 문화
파롤린 추기경이 대독한 메시지에서 교황은 “경제 발전은 불평등을 줄이지 못했다”며 “오히려 가장 취약한 이들에 대한 보호를 희생하면서 이윤과 개별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도록 조장했고, 환경 문제를 점진적으로 악화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러한 추세를 바꾸고 생명과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로운 생활방식의 결과가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하고, 단순히 일부 국가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 관점에서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도록 함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책임과 현재의 책임이 미래를 향한 구체적이고 선견지명 있는 약속이 되게 합시다. 그리하여 이 회의 기간 동안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인 ‘기후재원에 대한 새로운 정량적 공동 목표’가 도출될 수 있길 바랍니다.”
외채와 생태 부채, 동전의 양면
교황은 “이미 감당하기 힘든 경제 부채를 짊어진 많은 국가들의 발전과 기후변화 대응능력을 더욱 약화시키지 않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재원을 논의할 때, 생태 부채와 외채는 미래를 저당 잡는 동전의 양면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국제금융체제
교황은 “새로운 국제금융체제를 모색”하는 것이 “본질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체제는 “대담하고 창의적이며 공평과 정의, 연대의 원칙에 기반”하면서도 무엇보다도 “사람 중심”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국제금융체제는 모든 국가, 특히 가장 가난한 나라들과 기후재난에 가장 취약한 나라들이 저탄소 발전의 길과 높은 수준의 나눔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모든 이가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고 존엄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교황은 “우리는 방향을 전환하고 진정 인간적이고 포용적인 온전한 발전이라는 선순환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인적, 기술적 자원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청의 지지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 메시지를 대독하며 이 모든 노력에 대한 교황청의 지지를 약속했다. 특히 통합생태교육 분야와 환경 문제를 “인간과 사회 문제로, 더 넓은 의미에서 또 다양한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인식 제고에 있어 교황청의 헌신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는 무엇보다 모든 이의 분명한 헌신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반대쪽을 보면서 길을 지나쳐’ 가면 안 됩니다. 무관심은 불의의 공범입니다. (...) 이제는 무관심할 여유조차 없습니다.”
“우리는 거리를 두거나, 무심히 바라보거나, 관심조차 두지 않은 채 손을 씻으며 책임을 회피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시대가 마주한 진정한 도전입니다.”
“야심찬” 합의
끝으로 파롤린 추기경은 바쿠에서 열리는 COP29가 “야심찬 합의”를 이끌어내어 “진정 포용적인 발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저와 교황님의 지지를 약속드립니다. 이는 우리와 모든 이의 미래를 지켜나갈 책임을 함께 나눔으로써 인류를 위한 참된 봉사가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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