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2025년 희년 맞아 두 젊은 성인 탄생 예고... 바티칸에서 세계 어린이 권리 수호 위한 새로운 장 열린다
Salvatore Cernuzio
2025년 희년(2024년 12월 24일-2026년 1월 6일)에 밀레니엄 세대의 청소년과 대학생인 두 복자가 성인품에 오른다. 이들은 전 세계 젊은이들의 신앙생활에 모범이 되어온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와 ‘복자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다. 복자 아쿠티스는 청소년들의 희년 행사(2025년 4월 25-27일) 중에, 복자 프라사티는 젊은이들의 희년 행사(2025년 7월 28일-8월 3일) 중에 각각 시성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0일 수요 일반알현 말미에 이 소식을 전하자 우산을 쓴 수천 명의 신자들로 가득 찬 성 베드로 광장에서 큰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신자들 중에는 오는 2025년 2월 3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세계아동권리대회 조직위원회 소속 어린이들도 있었다. “어린이를 사랑으로 품고 보호하자”를 주제로 열리는 이 대회에는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과 저명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교황은 11월 20일 세계 아동의 날을 맞아 일반알현 말미에 세계아동권리대회 개최 소식을 전했다. 이 발표 소식 역시 큰 박수를 받았고, 광장 첫 줄에 있던 어린이들이 교황의 단상으로 달려와 인사하고 감사를 전하는 즉석 이벤트가 펼쳐졌다.
“이번 대회는 아직도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신음하는 수백만 어린이들, 착취와 학대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어린 생명들, 전쟁의 참혹한 상흔으로 아파하는 어린 영혼들을 돕고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바티칸에서 열리는 아동 권리 대회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애써주는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교황은 노란 모자를 쓰고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들과 함께한 엔조 포르투나토 신부와 알도 카뇰리 신부는 지난 5월 올림픽 경기장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제1차 세계 어린이의 날(GMB) 행사를 이끈 주역들이다.
교황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여자아이가 가장 먼저 교황이 자리한 연단을 향해 달려갔고, 이어 다른 아이들도 연단을 향했다. “저기 용감한 아이가 있네요.” 교황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다 같이 오는군요!” 교황이 외쳤다. 교황에게 달려간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을 대표해 이 중요한 대회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번 대회는 세계 어린이의 날 제정과 더불어 2019년 바티칸에서 열린 교회 내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회의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날 교황은 산 에지디오 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 아욱실리움과 협력해 대회를 준비할 조직위원회를 설립했다. 위원장으로 임명된 포르투나토 신부는 “교황께 감사드린다”며 “이는 온 세상 어린이들의 미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교황님은 전쟁의 상처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이 나날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을 향한 세상의 새로운 관심을 일깨워주고 계십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은 교황님께 한마음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시성식
교황은 “네 이름이 나와 같구나!”라고 환하게 외치며 어린 프란치스코를 반겼다. 프란치스코와 다른 아이들은 교황과 악수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즉석 만남이 끝난 뒤에도 교황은 여전히 어린이들을 향한 마음으로 두 복자의 시성 소식을 전했다.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는 청소년들의 희년 행사(2025년 4월 25-27일) 중에, 복자 피에르 조르지오 프라사티는 젊은이들의 희년 행사(2025년 7월 28일-8월 3일) 중에 각각 성인품에 오른다는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두 “젊은이” 성인
지난 5월 23일 교황은 성체성사에 대한 깊은 신심과 정보기술(IT)에 대한 열정을 간직했던 평신도 청소년 카를로 아쿠티스의 시성 교령을 승인했다. 많은 이들이 이 복자를 “하느님의 인플루언서”로 부른다. 지난 7월 1일 정기 추기경회의에서 교황은 “추후 날짜를 정해” 복자를 성인품에 올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시시-노체라 움브라-괄도타디노교구장 도메니코 소렌티노 대주교는 몇 달 전 “하느님 섭리에 따라 복자 아쿠티스가 2025년 희년에 성인품에 오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토리노 출신의 청년 대학생이었던 프라사티는 도미니코회 제3회원이자 빈첸시오회, 이탈리아가톨릭대학생연합(FUCI), 가톨릭 액션(가톨릭 운동) 회원으로 현대의 젊은 가톨릭 세대에게 가장 잘 알려진 복자 중 하나이며, 이탈리아의 “사회적” 성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기도하며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했고, 뛰어난 운동선수이기도 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0년 그를 “대단한 산악인”이라고 부르며 이 “참행복을 실천한 청년”을 복자품에 올렸다.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희망을 되찾는 희년에 그를 성인 반열에 올린다. 복자 아쿠티스와 복자 프라사티, 이 두 젊은이는 말이 아닌 삶으로 희망을 전했다.
아시시와 가톨릭 액션 단체의 환희
성 프란치스코의 도시 아시시에 경축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시시는 앞으로 성인품에 오를 복자 아쿠티스가 깊은 영적 인연을 맺었던 곳이다. 그의 유해가 모셔진 곳이 바로 아시시 소재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일명 스폴리아치오네 성당)이다. “아시시가 기뻐하고 있습니다.” 소렌티노 대주교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 순간이야말로 우리 지역 교회와 이탈리아 교회, 나아가 보편 교회에 주어진 크나큰 은총입니다. 교회, 특히 젊은이들은 복자 아쿠티스를 하늘에서 비추는 한 줄기 빛으로 바라봅니다. 마치 프란치스코 성인과 클라라 성녀가 아쿠티스에게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복자 아쿠티스는 그들의 거룩한 발자취를 따라 성덕의 길을 걸었고, 이제 이곳 아시시에서 평안히 잠들었습니다. 복자는 참으로 남을 흉내 내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방법으로 예수님을 닮고자 했습니다. 또한 하느님의 미소가 되어 젊은이들을 성덕으로 이끄는 등대가 되고자 했습니다.”
이탈리아 가톨릭 액션 전국 본부도 복자 프라사티의 시성 소식에 “한량없는 기쁨과 깊은 감사”를 표명했다. “1925년 7월 4일 토리노에서 선종한 지 한 세기가 흘렀지만, 가톨릭 액션 출신의 이 청년의 성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며, 청년들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을 향한 너그럽고 열정 가득한 봉사를 삶의 중심에 두도록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라’는 복자의 삶의 좌우명은 무관심과 고립을 경계하는 깨우침이자, 그가 몸소 보여준 열린 마음의 체험으로 초대합니다. 또한 우리 주변 사람들과 현실을 참으로 마주하게 이끄는 소중한 길잡이이기도 합니다. 특히 미래의 희망을 위협하는 수많은 불안과 날마다 씨름하는 청년들에게, 공동선을 향한 무관심이 짙게 드리운 이 시대에, 때로는 무기력이 삶을 덮치는 이 순간에, 복자 프라사티는 자유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일구어 짧은 생애에도 높은 이상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 빛나는 표양입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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