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전쟁으로 지친 세상에서 평화 추구는 포기할 수 없는 책무”
Isabella Piro
인도, 요르단, 덴마크, 룩셈부르크, 상투메 프린시페 민주공화국, 르완다, 투르크메니스탄, 알제리, 방글라데시, 짐바브웨, 케냐 등 11개국의 교황청 주재 비상주 특명전권대사(이하 대사)들이 12월 7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신임장을 제출했다.
국제 외교의 중대한 시기
교황은 클레멘스 홀에서 이들을 맞이하며 “여러분은 국제 외교에 있어 매우 중대한 시기에 새로운 소임을 맡게 됐다”며, 온 인류 가족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문제들이 “모든 이의 공동 행동”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특히 개발도상국과 우리 사회의 가장 가난한 이웃들을 무자비하게 휩쓰는 기후변화의 끊임없는 재앙적 상황을 생각합니다. 또한 수많은 우리의 형제자매들이 무력분쟁으로 겪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고향 땅을 등질 수밖에 없는 셀 수 없이 많은 이주민과 난민들의 처지를 생각합니다.”
모든 개인과 민족의 권리 존중과 대화 증진
교황은 이러한 문제들이 단순하거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면서 “전 지구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끈기 있는 외교적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려움과 좌절, 무력충돌, 각자가 정의의 편이라 주장하는 대립 속에서도, 국제사회는 대화와 화해를 증진하고 상호이해를 도모하며 모든 개인과 민족의 존엄성과 권리, 국제법의 기본원칙을 존중함으로써 평화를 추구해야 할 책무를 결코 저버려서는 안 됩니다.”
정치·군사적 목적이 아닌 공동선의 실현을 추구하는 교황청
교황은 특별히 교황청 외교의 특성과 사명을 강조하며 “정치적, 상업적, 군사적 이해관계가 아닌 공동선을 위한 대화 증진”에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교황청은 단순히 ‘중립’이 아닌, 제가 ‘긍정적 중립’이라 강조하는 이 원칙을 통해 분쟁과 여러 현안들의 윤리적 근본가치를 조명함으로써 그 해결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보이지 않는 조용한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
교황은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이 있다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과 선한 의지, 굳건한 도덕적 신념에 힘입은 외교적 노력이 꾸준히 이어질 때,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도 길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교란 우아한 궁정 춤 “미뉴에트”를 추는 것처럼 “조화로운 세상을 위해 작은 발걸음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내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기와 창의성으로
다가오는 희년과 새해를 앞두고 교황은 11개국 대사들에게 “용기와 창의성으로” 평화를 위한 우정과 협력, 대화를 증진할 것을 당부했다.
“여러분의 보이지 않는 조용한 노력들은 전쟁으로 지친 우리 세상에 희망찬 미래의 씨앗을 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교황은 각국 신임 대사들에게 교황청 국무원과 교황청 내 다른 부서들의 지원을 약속했다.
교황청 외교관계 현황
2024년 1월 기준으로 184개국이 교황청과 완전한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으며, 여기에 유럽연합(EU)과 주권적 국제기구 몰타기사단(SMOM)이 더해진다. 교황청 주재 외교공관 가운데 로마에 상주하는 공관은 유럽연합과 몰타기사단을 포함해 91개다. 또한 아랍국가연맹, 국제이주기구(IOM), 유엔난민기구(UNHCR)의 교황청 주재 사무소도 로마에 위치해 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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