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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교황, 주러시아 교황대사에게 서한 “전쟁은 인류 가족의 참혹한 상처”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000일을 맞아 12월 14일 주러시아 교황대사에게 서한을 보냈다. 교황은 “무고한 이들이 겪는 고통은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규탄”이라며 “전쟁의 확산을 막고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Salvatore Cernuzio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시 한번 서한을 보냈다. 지난 11월 19일 주우크라이나 교황대사에게 서한을 보낸 데 이어, 이번에는 주러시아 교황대사 조반니 다니엘로 대주교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서 교황은 장기화된 전쟁으로 “인류 가족이 겪고 있는 깊은 상처”를 언급하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아울러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이루기 위한 “새로운 외교적 노력”을 다하자고 초대했다.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 새로운 외교의 길을 열어주길 바랍니다. 전쟁의 확산을 막고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외교적 노력이 절실합니다.”

고통받는 누구에게나 가까이 다가가십시오

“간절히 바라는” 평화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1000일이 넘은 지금도 아득하기만 하다. 약 3년 가까이 이어진 폭격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포로가 발생하고, 수십 만 명의 목숨이 스러졌으며, 집집마다 끝없는 눈물이 강을 이뤘다. 교황은 전쟁 발발 이래로 고통받는 모든 이에 대한 “동등한 관심과 배려”의 원칙을 강조해 왔다. 이는 보편 교회의 목자인 교황과 교황청 외교 정책의 핵심 원칙으로, 교황은 이러한 원칙에 따라 전쟁으로 인한 모든 고통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고통의 외침

그러한 고통과 관련해 교황은 “전쟁으로 희생된 소중한 가족을 애도하는 수만 명의 어머니들과 아버지들, 자녀들의 고통” 그리고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실종되고 포로가 되거나 부상당한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괴로워하는 이들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들의 절규가 하느님께로 올라갑니다. 전쟁 대신 평화를, 무기의 굉음 대신 대화를, 편파적 이해관계 대신 연대를 호소하는 부르짖음입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생명을 앗아가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평화 재건의 길

“이토록 오래 지속되는 전쟁의 아픔은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전쟁 피해자들이 겪는 아픔을 덜어주고 평화를 다시 세우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합니다.” 교황은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둔 12월 12일 서명하고 이틀 뒤 공개된 서한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모두는 참된 인간 형제애의 정신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고 덧붙이며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분쟁으로 인한 고통의 소식”에 깊은 우려를 거듭 표명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과 무고한 이들의 고통

공습과 미사일 공격, 폭격으로 사망한 민간인들, 증가하는 무기 공급과 점점 멀어지는 듯한 휴전 가능성. 그러나 교황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무고한 이들의 고통이다. 교황은 이러한 고통의 원인을 규탄하기 위해 서한에서 러시아 문학의 거장이자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가 중 한 명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인용했다. 특히 제5권 4장에서 형제 중 한 명인 이반이 동생 알료샤와 나누는 대화를 언급했다. 이 장면에서 이반은 세상의 부조리, 특히 무고한 어린이들이 겪는 고통을 목격하며 하느님의 세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토로한다. 교황은 선과 악, 신앙과 불신앙의 갈등을 다룬 이 대목을 재위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인용해 왔다.

“무고한 이들이 겪는 고통은 모든 형태의 폭력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규탄입니다.”

새로운 외교적 노력

교황은 “산산이 부서진 생명들, 끝없는 파괴와 고통 그리고 이 전쟁으로 인류 가족이 겪고 있는 깊은 상처”를 언급하며 고통받는 이들의 부르짖음에 비통한 마음으로 동참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 새로운 외교의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며 “전쟁의 확산을 막고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평화의 선물을 간구하며

교황은 서한 말미에 “이 공동의 여정”을 바라보면서 “러시아 국민이 각별히 공경하는” 사로프의 성 세라핌의 말을 인용했다. “평화의 영을 얻으면 여러분 주변의 수천 명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교황은 이 말을 러시아어 원문으로도 함께 실었다. “Стяжи дух мирен и тысячи вокруг тебя спасутся.”  

끝으로 교황은 조반니 다니엘로 교황대사를 통해 “선의의 모든 이가 하느님께 평화의 선물을 구하는 기도에 함께하고, 온 인류의 선익을 위해 이 숭고한 목표 실현에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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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2월 2024,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