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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성문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성문 

성탄의 밤에 열리는 성문, 새 삶으로의 초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월 24일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에서 성문을 열고 희년을 시작한다. 교황은 이날 오전 엑스(X, 구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성문 개문의 의미와 관련해 “그리스도와의 만남이 열어주는 생명의 문을 지나는 은총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Amedeo Lomonaco

거룩한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새로운 은총의 시간이 시작된다. 2024년 성탄은 더없이 특별하다. 바로 다가오는 2025년 ‘희망’의 희년을 위한 성문이 활짝 열리기 때문이다. 구세주의 탄생을 경축하는 성탄은 구원 신비의 시작이다. 이 신비는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거쳐 영광스러운 부활로 완성된다. 그래서 성탄의 신비는 본질적으로 부활의 신비와 깊이 연결돼 있다. 동방 교회의 이콘 전통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여러 성탄 이콘에서 아기 예수님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계시는데, 이 구유는 놀랍게도 무덤의 형상을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4년 12월 24일 주님 성탄 대축일 전야에, 곧 2025년 희년의 개막을 앞두고 교황 엑스(X, 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러한 성탄과 부활의 깊은 연관성을 강조했다. “성탄의 밤에 활짝 열리는 성문은 우리를 거룩한 여정으로 초대합니다. 이는 우리를 새롭게 하는 파스카의 순간, 그리스도와의 만남이 열어주는 생명의 문을 지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활짝 열린 문

파스카는 ‘통과하다’라는 의미다. 그리스도인에게 이는 새 삶을 향한 여정이자 구원에 이르는 길이다. 희년 또한 통과해야 할 거룩한 관문으로, 주님의 용서 안에서 넘어서야 할 문턱이기도 하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열어 주신 통로의 상징인 성문 개문은 희년의 시작을 알리는 거룩한 표지가 된다. 성문 개문의 역사는 14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르티노 5세 교황은 특별 희년을 선포하며 처음으로 라테라노 대성전의 성문을 열었다. 이후 1499년 성탄 때 알렉산드로 6세 교황이 최초로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열었다. 이 거룩한 예식은 2000년 대희년에 이르기까지 수세기 동안 그 본질적 의미를 간직한 채 이어져 왔다. 1983년 구원의 특별 희년에는 성문 개문 예식에 일부 변화가 생겨 그때부터 청동문의 두 문짝을 여는 방식으로 거행됐다. 

교황, 성문을 열다

희년의 시작을 알리는 예식은 1300년 보니파시오 8세 교황이 처음 선포한 희년의 여정과 맞닿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거행하며 성문을 여는 예식을 주례한다. 전 세계로 생중계될 이 장면은 역사에 남을 순간들로 구성된다. 교황은 성문으로 다가가고, 침묵 가운데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연다. 이어 대성전의 종소리가 울려퍼지면, 추기경들과 주교들 그리고 다섯 대륙에서 온 하느님 백성의 대표들이 성문을 통과하게 된다. 이 희망의 희년에서, 성문을 통과하는 하느님 백성의 행렬은 그 자체로 온 인류에게 평화와 쇄신의 메시지를 전하게 될 것이다. 

2025년 희년과 325년 니케아 공의회

2025년 희년은 첫 보편 공의회인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과 겹치면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는 니케아 공의회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당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신성을 부정함으로써 성부와의 동일 본성을 부인하는 이들로 인해 일치가 위협받고 있었습니다. 이에 교회는 니케아 공의회를 열어 이 도전에 맞섰고, 교부들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니케아 신경을 만장일치로 승인했습니다.” 성문은 희년의 탁월한 표징이다. 신자들은 성문을 통과하며 모든 그리스도인이 함께 고백하는 니케아 신경의 믿음을 새롭게 한다. 성문을 여는 예식에서는 “나는 문이다”라고 말씀하시는 요한 복음 10장의 말씀이 낭독된다.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요한 10,9). 

하느님을 찬송하며 일치하는 그리스도인

성문을 통과하는 행위는 바로 이 복음 말씀에 비추어 이해될 수 있다. 성문을 통과하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의 독생성자를 따르고 그분의 이끄심에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는 정기 희년이 가톨릭 교회만의 고유한 예식이라면서도, 첫 보편 공의회 1700주년과 겹치는 이번 희년이 “다른 그리스도교 교회 공동체의 형제자매들을 초대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2025년 정기 희년 선포 칙서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를 통해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상기하며 “그리스도인들은 이 기념일의 경축으로 삼위일체 특히 ‘성부와 한 실체이신’ 하느님의 아드님, 우리에게 사랑의 신비를 계시하신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노래에 동참하도록 초대받는다”고 말했다.

가톨릭 교회의 기쁨을 나누기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는 올해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에 예년과 마찬가지로 “로마에 있는 다른 그리스도교 공동체 형제자매들”을 대성전 전례에 초대했다고 밝혔다. 교회 일치의 상징인 이들 대표단 가운데 일부는 “교황의 뒤를 이어 성문을 함께 통과하는 하느님 백성”으로 초대됐다. 이 같은 초대는 “희년을 맞이하는 가톨릭 교회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한” 환대의 몸짓이다. 그리스도인일치촉진부는 “교회 일치 대표단이 성문을 통과하는 순간은 상징적 의미를 넘어 역사적 증거가 된다”며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의 말씀으로 고백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공통된 신앙을 보여주는 생생한 표지”라고 말했다. “니케아 신경으로 함께 고백하는 이 신앙은 ‘생명의 문’이신 예수님을 향한 모든 그리스도교 교회의 한결같은 믿음을 드러냅니다. 성문을 통과하는 이 짧은 순간은, 교회 일치를 향한 긴 여정의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번역 이재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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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2월 2024,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