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전쟁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공포... 우크라와 중동지역의 폭력을 멈추십시오”
Salvatore Cernuzio
전쟁은 공포이고, 패배이며, 하느님께 대한 모독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날 인류 가족을 처참히 찢어놓은 모든 전쟁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혹한의 겨울이 덮친 우크라이나, 휴전의 여명이 비치기 시작한 레바논, “극도로 지친” 주민들이 신음하는 가자지구,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제3차 세계대전”의 또 다른 비극으로 떠오른 시리아 등이다. 특히 시리아는 지하디스트 반군이 알레포를 장악하면서 불과 나흘 만에 다시 혼돈의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이미 셀 수 없는 목숨들이 스러지고 수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교황은 12월 1일 대림 제1주일 삼종기도 말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세계의 위기상황들을 폭넓게 언급했다. 교황은 특별한 의지를 담아 온갖 형태의 전쟁과 그 참상을 단호히 거부하는 결연한 목소리를 냈다.
“전쟁은 공포입니다. 전쟁은 하느님과 인류에 대한 모독입니다. 전쟁은 그 누구도 살려두지 않습니다. 전쟁은 언제나 패배만 남깁니다. 온 인류에게 패배만 안겨줄 뿐입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사이의 전쟁을 막아낸 대화의 힘
교황은 과거를 되돌아보며 현재의 해법을 제시했다. 최근 바티칸에서 기념한 아르헨티나와 칠레 간의 평화우호조약 40주년을 언급한 것이다. 교황은 대화와 현명한 외교전략이 민족 간의 유혈사태를 막을 수 있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강한 의지로 이뤄진 교황청의 중재로 인해 아르헨티나와 칠레 양국이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던 영토 분쟁을 마침내 종식시켰다”고 강조했다.
“이는 무력을 내려놓고 대화의 장을 열 때 평화를 향한 참된 길이 열린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휴전 협상이 지속되길 바랍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중동지역에서도 아직 평화는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사이에 이뤄진 휴전 협상은 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여줬다. 교황은 이 휴전 소식에 기뻐하며, 모든 당사자들이 이를 존중하고 가능한 한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분쟁 지역의 레바논 주민들과 이스라엘 주민들이 모두 레바논 군대와 유엔평화유지군의 든든한 보호 아래 하루빨리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레바논은 하루빨리 대통령을 선출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황은 “레바논의 모든 정치인에게 간곡한 요청”을 했다.
“하루속히 대통령을 선출해 국가기관들이 제 역할을 되찾고,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개혁을 이루며, 나아가 레바논이 간직한 본연의 소명, 곧 다양한 종교가 평화롭게 어우러지는 모범 국가로서의 길을 이어가길 바랍니다.”
극한의 고통 속에 있는 가자지구 주민들
교황은 “평화의 작은 빛줄기가 다른 모든 전선, 특히 가자지구에서도 휴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이끄는 보건부 제공 자료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는 4만4429명에 달했으며, 지난 24시간 동안에만 47명이 목숨을 잃었다. 10월 7일 이후 교황은 줄곧 이스라엘 성지의 참상을 멈추거나 적어도 휴전으로 이끌 수 있는 두 가지 길을 강조해 왔다. 곧, 이스라엘 인질들을 석방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식량과 물, 의약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인질들이 하루빨리 풀려나고, 극도로 지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의 손길이 닿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시리아를 향한 교황의 마음
교황은 중동의 전장으로 시선을 돌려 이미 12년의 긴 내전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시리아를 기억했다. “안타깝게도 전쟁의 불길이 다시 일어나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교황은 “시리아 교회 곁에 함께한다”며 “모두 함께 기도하자”고 간곡히 호소했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적인 겨울
교황의 생각은 지난주 전쟁 1000일을 맞은 우크라이나를 향한 “비통함”과 “우려” 속으로 깊이 잠겨들었다. 교황은 고통받는 우크라이나를 “피로 물들이는” 전쟁이 “죽음과 부상, 폭력과 파괴의 끔찍한 연쇄”를 낳고 있다고 한탄했다. 아울러 어린이와 여성, 노인과 약자들이 이 비극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바로 그들이 “첫 번째 희생자들”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미 지난 11월 27일 수요 일반알현 말미의 호소에 이어 우크라이나가 겨울철을 맞아 겪게 될 어려움에 국제사회가 주목해주길 당부했다. 최근 몇 주간 악천우와 폭설이 키이우와 다른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강타했고, 러시아의 공습으로 에너지 기반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어 주민들은 난방 없이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다. “겨울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수백만 실향민들의 처지가 더욱 악화될까 깊이 우려됩니다. 그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교황은 “전쟁의 참상에 겨울의 한파까지 덮친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비극”이라고 개탄했다.
“저는 다시 한번 국제사회와 선의의 모든 이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이 전쟁을 멈추고 대화와 형제애, 화해의 씨앗이 싹틀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주십시오. 이러한 염원이 모든 곳에서 새로운 다짐으로 피어나길 바랍니다.”
대림시기에 평화를 위한 진지한 헌신
교황은 정치인들에게 행동을, 전 세계 신자들에게는 기도를 촉구하며 호소를 마무리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토록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멈추지 말고 기도합시다. 지치지 말고 하느님께 평화의 선물을 간구합시다.” 교황은 이날부터 시작되는 대림시기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우리가 성탄을 준비하고 평화의 임금이신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거룩한 이때에, 고통받는 이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희망이 주어져야 하겠습니다. 평화를 향한 여정은 몇몇 사람의 책임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교황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쟁의 참상에 무뎌지고 무관심이 만연해진다면, 인류 가족 전체가, 우리 모든 인류가 패배하는 것입니다.” 교황은 전쟁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인류 전체에게 패배만 안겨줄 뿐입니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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