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성 새 훈령... 본당, 복음화 위해 변화해야
Isabella Piro / 번역 이재협 신부
“교회에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있고 각자의 소명 안에서 모든 이가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본당을 핵심으로 한 이번 훈령의 모든 의미는 여기서 시작한다. 새 훈령은 교회법적 측면에서 새로움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현행 규범을 보다 잘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함으로써 세례 받은 모든 이의 공동책임을 촉진하고, ‘다가가는 사목(친교의 사목)’과 본당들 간의 협력을 장려한다. 무엇보다 새 훈령이 강조한 부분은 선교사명 쇄신의 시급성이다. 쇄신을 위한 본당의 사목적 전환은 “바깥으로 나가는” 교회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재발견하기 위해 긴급히 요청되며, 세례 받은 모든 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훈령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1부(1-6장)는 우리 시대에 필요한 본당의 사목적 전환에 대한 포괄적 성찰과 그 사명, 그리고 본당의 가치를 성찰한다. 2부(7-11장)는 본당 공동체의 각 분과, 곧 각 구성원의 다양한 역할과 관련된 규정 적용 방법론에 대해 숙고한다.
본당, “집들 가운데 있는 집”
훈령의 첫 부분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시노드 후속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Christifideles Laici) 26항을 인용하며 자기 아들딸들의 집안에서 살아가는 교회라는 측면에서) “본당은 ‘집들 가운데 있는 집’”이라고 설명한다. 본당은 “모든 백성 가운데 영원히 현존하시는 부활하신 주님의 상징”이며, “본당의 사명은 본질적으로 복음화”다. 세계화와 디지털 세계는 더 이상 지리적 공간이 아닌 실존적 공간이라는 영토 개념을 통해 구체적 연결관계를 변화시켰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 안에서 시대의 요청을 모아들이는 역량과 신자들 및 역사에 교회의 소명을 적용할 역량을 갖춘 본당의 유연성이 더욱 강조된다. 따라서 훈령은 본당 조직의 선교사명을 핵심으로 하는 쇄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본당 조직은 자가당착과 경직성을 경계하면서 하느님 말씀 선포를 기반으로 하는 영적 생명력과 사목적 전환에 초점을 맞춰 성사적 삶과 사랑의 증거자가 돼야 한다. 나아가 “만남의 문화”는 대화와 연대를 증진하는 필수 배경이자 모든 이를 향한 열린 문이 돼야 한다. 이를 통해 본당 공동체는 진정으로 “가까이하는 기술(arte della vicinanza)”을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훈령은 사랑을 통한 신앙의 증거자가 되길 권고하면서 특별히 가난한 이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본당은 복음을 선포하지만 동시에 가난한 이를 통해 본당 자신이 복음화된다. 훈령은 모든 세례 받은 이가 복음화의 능동적인 주체가 돼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본당의 사목적 선교사명 쇄신을 이루기 위한 사고방식의 변화와 내적 쇄신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변화의 과정은 유연하고도 점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쇄신의 목적은 위로부터 강요되거나 성직자 중심의 사목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각 공동체의 현실에 맞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본당의 공동책임을 맡은 분과
훈령의 2부는 교구 내 본당과 공동책임을 지닌 다른 조직에 대한 고찰로 시작한다. 공동책임을 맡은 부서들은 무엇보다 인구의 동질성과 관할구역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긴밀한 유대를 핵심 요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훈령은 본당의 연합이나 통합, 또는 분할과 관련된 특정 절차를 숙고한다. 또한 여러 본당의 상위 단위인 지구(감목대리구)와 개별 지구를 묶은 사목구의 역할을 강조한다.
공동체의 고유한 목자, 본당 사목구 주임
훈령은 본당 공동체 사목의 위임에 대한 통상 관례와 특별 관례의 주제를 다루며 가장 먼저 “공동체의 고유한 목자”, 본당 사목구 주임의 역할을 강조한다. 본당 사목구 주임은 본당 사목구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이 책임은 충만한 영혼의 사목을 포함한다. 본당 사목구 주임은 이러한 목적을 위해 사제 서품을 받아야 하며, 다른 모든 가능성은 배제된다. 본당 재산의 관리자이면서 본당의 교회법적 대표자인 본당 사목구 주임은 영혼들의 선익이 요구하는 직무의 안정성을 위해 불확정 기한부로 임명돼야 하며, 공동체를 잘 파악하고 본당 상주의 의무를 수반해야 한다. 하지만 훈령은 지역 주교회의의 개별법이 제정된 교구에서는 주교가 확정된 기간을 정해 본당 사목구 주임을 임명할 수 있지만, 5년 이하의 기간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본당 사목구 주임은 75세를 만료할 때 직무의 사퇴를 표명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가 있다. 그의 임기는 교구장 주교가 사퇴를 수리하고 공식적으로 해임이나 전임의 발령을 내기까지 유효하다. 모든 경우에 사퇴의 수리는 “정당하고 상응한 이유에” 근거해야 하며, 이로써 직무의 기능적 개념에 의한 사퇴 수리는 피해야 한다.
부제는 ‘절반은 사제, 절반은 평신도’ 아닌 성품 교역자
훈령의 8장 5항은 부제에 관해 설명한다. 부제란 유일한 복음화 사명 안에서 주교와 사제의 협력자다. 부제는 성품 교역자이며, 품계는 다르지만 성품성사에 참여한다. 부제는 사랑의 실천과 복음화를 위해, 특별히 교회 재산의 관리, 복음선포, 성찬례의 봉사를 수행한다. 한편 부제는 “절반은 사제, 절반은 평신도”로 인식돼서는 안 된다. 훈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담화를 인용하면서 성직주의와 기능주의의 시각으로 부제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축성생활자의 증거와 평신도의 이타적 사명
훈령은 본당 공동체 내의 축성생활자와 평신도에 대해서도 성찰한다. 축성생활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그리스도를 따라 사는 삶의 증인”이다. 평신도는 교회의 복음화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며, 평신도에게는 복음과 본당 공동체에 순종하는 삶의 증거를 위한 “이타적 사명”이 요청된다. 나아가 평신도는 정기적으로 제대에서의 봉사를 위한 독서와 시종의 직무를 맡을 수 있다. 평신도의 이러한 직무는 적합한 양성과정, 개인 및 사목적으로 모범이 되는 행동, 가톨릭교회와 완전한 친교 안에 강한 유대로 머물면서 합당한 예식을 통해 이뤄진다. 이 밖에도 특별한 상황에서 평신도는 주교의 현명한 판단에 따라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평신도의 특별 임무로는 말씀의 전례와 장례 예식 거행, 세례를 집행하고 혼배를 보조하며, 교황청의 허가가 있다면 필요한 경우 교회나 주일학교에서 강론을 할 수 있다. 단, 어떤 경우에도 미사 중 강론은 할 수 없다.
교회 공동책임 조직들
훈령은 재정위원회와 같은 교회 공동책임을 맡은 본당 조직에 관해서도 언급한다. ‘재정위원회’는 본당 사목구 주임의 주재 아래 자문적 성격을 띄며 적어도 세 명 이상의 구성원을 갖춰야 한다. 본당 재산의 운영은 교회와 시민사회를 향한 복음화와 복음적 삶의 증거를 위한 중요한 분야이므로 재정위원회는 필수적으로 설치돼야 한다. 교회의 재산은 본당 사목구 주임이 아닌 본당의 것이다. 그러므로 본당 재정위원회의 임무는 “공동책임 문화, 투명한 자금 운영의 문화, 교회의 필요를 돕는 문화”를 함양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본당을 위한 자문 제공의 역할을 하는 ‘사목위원회의’ 설치도 강하게 권고된다. 사목위원회는 단순히 관료적 조직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복음화의 능동적 주체로서 하느님 백성의 중심성을 강조하며 친교의 영성을 함양해야 한다. 사목위원회의 중심 기능은 교구의 사목지침과 조화를 이루고 본당의 사목과 자선 사업을 위해 연구하며 실용적 제안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본당 사목구 주임은 사목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봉헌예물은 “성사를 위한 요금”이 아니라 자유로운 봉헌행위
훈령의 마지막 장은 성사 거행 예물을 다룬다. 봉헌예물은 봉헌자의 “자유로운 행위”가 돼야 하며, 세금이나 부과세처럼 강요해서는 안 된다. 훈령에 따르면 성사적 삶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며, 미사를 비롯한 모든 직무 수행은 요금이나 협상, 거래에 지배될 수 없다. 무엇보다 사제들은 검소한 생활 방식과 투명한 교회 재산의 관리를 통해 재화를 사용하는 선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를 통해 평신도는 자신들의 것인 본당의 필요에 기꺼이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관련문서
이번 훈령은 앞서 반포된 ▲1997년 교황청 성직자성, 평신도평의회, 신앙교리성, 경신성사성, 주교성, 인류복음화성, 수도회성, 교회법해석평의회가 공동으로 작업한 「평신도의 사제 교역 협력 문제에 관한 훈령」 ▲2002년 교황청 성직자성이 반포한 「본당 공동체의 목자이며 인도자인 사제」 등 두 가지 훈령의 후속 성격을 지니므로 관련 내용을 참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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