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광장의 노숙자 25명, 바티칸에서 백신접종
Michele Raviart / 번역 이정숙
마리오 씨는 한쪽 다리가 없어 휠체어에 의지해서 살아간다. 지난해부터 장애인 연금이 끊겼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면서 제1차 유행이 시작되고 첫 번째 봉쇄조치가 시작될 즈음 로마 거리의 노숙자가 됐다. 성 베드로 광장 주변을 배회하는 또 다른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팔라초 밀리오리(Palazzo Migliori)에 묵고 있다. 팔라초 밀리오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변의 노숙자들을 거리에서 데려오기 위해 (노숙자 쉼터로) 개방한 교황청 건물이다.
교황에 대한 감사인사
“(백신접종을) 아주 잘 마쳤습니다. 이제 저는 더 안전해졌습니다.” 마리오 씨는 코로나19 백신의 첫 번째 접종을 마친 후 바오로 6세 홀 입구에서 미소 지으며 이 같이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백신접종은) 교황이 강하게 요구한 선택이었다. 교황은 바티칸의 백신접종 캠페인에 사용할 수 있는 백신량의 일부를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마리오 씨는 “교황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재차 말했다. 지난 1월 20일 오전 또 다른 24명도 마리오 씨처럼 첫 번째 백신접종을 했다.
60세 이상의 이탈리아인과 외국인
팔라초 밀리오리와 바티칸 인근의 마더 데레사의 사랑의 선교수녀회가 운영하는 두 채의 집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도 바티칸 백신접종 캠페인의 대상자들이다. 그들은 60세 이상으로 대부분 이탈리아인이지만 조지아와 루마니아 출신들도 있다. 주로 심각한 신체적 문제가 있거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다.
“그 누구도 홀로 구원되지 못한다”
산 에지디오 공동체의 카를로 산토로(Carlo Santoro)는 「바티칸 뉴스」에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시던 바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교황님은 ‘그 누구도 홀로 구원되지 못한다’, ‘우리 모두는 한 배를 탔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산 에지디오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수십년 전부터 성 베드로 광장 주변의 노숙자들과 팔라초 밀리오리(쉼터)에 묵고 있는 이들을 위해 일하는 많은 봉사자들 중 하나다. 산토로는 가난한 이들이 올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자선금을 받는 일이나, 비록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상점들이 내어주던 소박한 샌드위치를 받는 일도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쉼터 부근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때때로 그들에게 백신접종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백신에 대한 희망
산토로는 사실 백신접종 대상자들 중 많은 이들이 주사와 바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거나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백신접종의 장기적인 이로운 효과에 대해 강조하면서 모든 의심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의사들과 의료종사자들의 과제였다. 산토로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또한 이 행위(백신접종)의 중요성이 즉시 모든 이에게 명확하지 않았다해도, 모두에게 하나의 해방이 될 것입니다. 이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백신접종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황자선소의 역할
노숙자들의 백신접종과 구체적으로 함께한 곳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Konrad Krajewski) 추기경이 이끄는 교황자선소였다. 교황자선소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교황의 도움을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전하고 있다. 지난 성탄 때 슬로바키아에서 로마의 노숙자들을 위한 4000개의 (코로나19 검사용) 진단키트가 도착했고, 전 세계에서 의약품, 마스크, 호흡기를 기부했다. 교황청 공보실장 마태오 부르니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업에 대해 설명하면서 “앞으로 며칠 동안 다른 그룹들에게도 백신접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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