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중재자, 로랑 몬셍구 추기경 선종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재협 신부
오래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다고 알려진 전임 킨샤사대교구장 로랑 몬셍구 파신야(Laurent Monsengwo Pasinya) 추기경의 건강 상태가 7월 초 급격하게 악화됐다. 이에 따라 그는 의료 호송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결국 지난 7월 11일 베르사유의 한 병원에서 선종했다. 향년 81세. 몬셍구 추기경의 선종으로 콩고민주공화국의 온 교회는 큰 슬픔에 빠졌다.
암봉고 추기경의 선종 발표
7월 11일 몬셍구 추기경의 킨샤사대교구장 후임 프리돌랑 암봉고(Fridolin Ambongo) 추기경은 그의 선종 소식을 발표하고 트위터에 애도 메시지를 남겼다. “깊은 슬픔 속에 가톨릭 신자 공동체와 선의의 모든 분들께 로랑 몬셍구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을 전합니다.” 콩고 교회 전체는 ‘더 공정한 세상’을 세우기 위해 일생을 바친 ‘국제적 인물’ 몬셍구 추기경의 선종으로 깊은 슬픔에 잠겼다.
프란치스코 교황, 9인 추기경평의회 의원으로 임명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립 로마 성서대학의 첫 아프리카 출신 박사학위 취득자인 성서신학자 몬셍구 추기경을 지난 2013년 추기경평의회 의원으로 임명했다. 당시 임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선출 후 시작한 초기 활동 중 하나로, 교황청 개혁의 일환이자 교황의 통치에 있어 추기경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조치였다. 몬셍구 추기경은 78세였던 2018년 12월까지 추기경평의회 의원으로 활동했으며, 그보다 한 달 전인 2018년 11월에는 킨샤사대교구장직에서 물러났다. 몬셍구 추기경은 킨샤사대교구장직을 역임하면서 자신의 조국 콩고민주공화국의 평화 회복을 위해 헌신했다. 당시 콩고민주공화국은 2016년 두 번째 임기 만료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임기를 강행한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의 독재 정권 아래에서 심각한 사회·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었다.
콩고민주공화국 평화 회복의 최전선에서 활동
콩고 교회는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콩고 교회는 2017년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2019년 선거가 실시되기까지 카빌라 대통령에 의해 여러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몬셍구 추기경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 서슴없이 주도적으로 정치적 역할을 수행했으며, 결국 콩고민주공화국은 사실상 정권 교체를 통해 독재 시기의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콩고 가톨릭 평신도조정위원회는 주교단의 지지하에 카빌라 대통령의 퇴임을 요구하기로 1년 전에 합의한 정부와 야당 사이의 ‘성 실베스트로 조약’의 이행을 요구하며 지난 2017년 12월 31일 평화적 시위를 벌였다. 당시 보안 당국은 시위대를 과격 진압했다. 이에 몬셍구 추기경은 2018년 1월 2일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연설을 했으며, 많은 사람들은 이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이날 강경 진압으로 몇몇 사제들을 포함해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약 140명이 체포됐다. 몬셍구 추기경은 당국의 ‘야만적 진압’, 특히 “신자들이 성당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행위, 미사 중인 킨샤사의 여러 본당에 최루가스 살포, 금품 절도 및 핸드폰 압수, 주동자를 찾겠다는 명목으로 자행된 성당 무단 침입, 살인, 성경·묵주·십자가 등을 손에 든 신자들에게 발포, 사제와 신자들의 연행”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진리가 중상모략을 이기고 평범한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평화와 정의가 콩고민주공화국을 다스려야 할 때입니다.”
더 공정하고 형제애 가득한 세상을 위한 투쟁
암봉고 추기경은 일생 동안 “정의와 평화”를 추구한 몬셍구 추기경을 기억하며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몬셍구 추기경님이 진정으로 하느님의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추기경님은 하느님을 믿고, 사람을 믿었으며, 인간의 가치를 믿었습니다. 추기경님은 통합적 복음선포와 더 공정하고 형제애 가득한 세상을 위한 투쟁을 통해 많은 형제자매들의 회복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 암봉고 추기경은 또한 몬셍구 추기경을 “교회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 모두에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데 탁월한 인물”로 기억했다. “추기경님은 건강이 악화되기 일주일 전까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셨습니다. 6월에 열린 주교회의에도 참석하셨습니다. 추기경님은 일주일 내내 우리와 함께 하셨습니다. (…) 저희 모두는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느낌입니다. 이 상실감을 채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프랑스 주교단 “용감하고 결단력 있는 인물”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 에릭 드 물랭 보포르(Eric de Moulins-Beaufort) 대주교는 같은 슬픔을 나누며 몬셍구 추기경을 “콩고의 위대한 인물”로 기억했다. “몬셍구 추기경님은 평화의 사도였습니다. 그는 조국의 화해와 대화를 위해 지치지 않고 헌신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부패와 정치적 타협에 침묵하지 않고 비난할 줄 아는 용감하고 결단력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프랑스의 모든 신자들은 교회의 이 위대한 인물이 떠나는 마지막 길에 작별인사를 전하고, 추기경님의 영원한 생명을 위해 기도하는 모든 콩고 신자들과 한마음으로 함께합니다.”
장례미사 일정 조율
1939년 8남매 가정에서 태어난 고(故) 몬셍구 추기경은 1963년 사제서품을 받고 198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으로부터 주교품을 받았다. 그는 주교로서 이농고교구 보좌주교, 키상가니대교구 보좌주교, 키상가니대교구장, 킨샤사대교구장,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 주교회의 심포지움(SECAM) 의장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했다. 2010년 11월 20일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그를 오스티아 평화의 모후 명의 본당 추기경으로 서임했다. 몬셍구 추기경은 교황도 함께 참석한 2012년 교황청 사순 피정을 지도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로마에서 열린 새복음화운동 시노드 마지막 회기 의장을 역임했다. 2013년 4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몬셍구 추기경을 추기경평의회 의원으로 임명해 다른 8명의 추기경과 함께 교황령 「착한 목자」(Pastor bonus)의 개정 작업을 진행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겼다.
며칠 내 몬셍구 추기경의 시신은 콩고의 수도 킨샤사로 이송되며, 콩고 주교단은 장례 일정을 확정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한다. 몬셍구 추기경은 킨샤사 주교좌 성당에 묻힐 예정이다.
몬셍구 추기경 선종 후 추기경단의 변화
몬셍구 추기경의 선종으로 전 세계 추기경은 221명이 됐으며, 교황 선출권을 지닌 80세 미만 추기경은 97명을 제외한 12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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