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아 대주교, 글로벌 규모의 공평한 보건 시스템 강조
Debora Donnini / 번역 이재협 신부
“만약 서방 국가들의 우선순위가 백신이라면, 우리는 전 세계적 규모로 공평한 의료 서비스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장 빈첸초 팔리아(Vincenzo Paglia) 대주교는 9월 28일 오전 교황청 생명학술원 총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것이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 총회는 “글로벌 관점에서 바라본 공중보건: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 생명윤리, 미래”라는 주제로 9월 27-29일 진행된다. 이번 총회의 최종 지향점은 지난 9월 27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명학술원 총회 참석자들과의 만남에서 강조한 대로,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이의 접근이 가능한 무상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공중보건 시스템을 중심 주제로 택한 이번 교황청 생명학술원 총회는 여러 국제 전문가들이 대면 토론과 온라인 비대면 토론 방식으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팔리아 대주교는 설명했다.
상호연결성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성찰하도록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팔리아 대주교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 주목했다. “이번 총회의 배경에는 교황님이 회칙 「Fratelli tutti」를 통해 하신 말씀, 곧 우리는 한 인류 가족의 일원이며 그 누구도 홀로 구원받을 수 없다고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모든 이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상호연결성의 교훈을 명확히 드러냈다. 팔리아 대주교는 우리의 관계성 안에서 소수를 위한 ‘웰빙 영역’을 유지하고 다수를 희생시키는 접점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만 강조하는 극단적인 개인주의는 한 인류 가족인 ‘우리’에게 길을 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교황은 9월 27일 총회 참석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약 여러 나라와 다양한 사회 그룹에서 인간의 기대수명을 조사한다면 여러 변수에 의존하는 심각한 불평등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존엄성에 기반해 생명과 건강이 모든 이에게 동등한 근본적인 가치라고 단언합니다.”
팔리아 대주교는 ‘교황청 코로나19 위원회’를 비롯한 교황청의 여러 부서들과 협력하겠다는 교황청 생명학술원의 약속을 재차 강조하며, “모든 이가 형제자매로서 함께할 때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지난해 3월 30일 공지 「전 세계적 질병 확산과 보편적 형제애」를 시작으로 일련의 문헌을 발표함으로써 코로나19 대유행이 글로벌 사회에서 야기하는 여러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책임의 문화와 쓰고 버리는 문화
팔리아 대주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조만간 3차 백신접종이 바티칸에서 시행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팔리아 대주교는 “백신 관련 주제에 있어 우리는 항상 우리 자신에 대한 책임감을 말해왔다”며,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 “백신접종은 의무(obbligo)”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책임의 문화가 보다 더 성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출생의 순간이든(낙태 관련 문제), 죽음의 순간이든(안락사 관련 문제), 모든 인생의 순간에 있어 인간 생명에 대한 간섭은 언제나 심각한 문제입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이 모든 생명윤리와 관련된 분야의 전쟁에서 싸울 것입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의 첫 번째 원칙은 모든 인간 생명이 언제나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또 다른 기자의 질문에 대해 팔리아 대주교는 쓰고 버리는 문화와 관련된 교황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우생학에서 파생된 문제입니다. 부담되는 사람이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쓰고 버리는 문화, 장애인이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쓰고 버리는 문화가 존재합니다. 또한 가난한 나라의 역경이나 질병을 고려하지 않는 무관심도 존재합니다. 교황님은 동시대 문화의 가장 아픈 상처를 지적하셨습니다. 그것은 이익이 되지 않는 모든 것을 버리려는 경향입니다.”
백신접종에 대한 망설임
세계의사회(WMA) 의장 데이비드 바브(David Barbe) 박사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처하기 위해 중재가 필요한 영역의 문제들을 언급했다. 바브 박사는 무엇보다 치료에 대한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는 “노인,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 비유럽인”이라는 특정 세 그룹에게 더욱 심각한 질병이다. “이 세 그룹은 선천적 민감성으로 인해 중증으로 가거나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높은 이들로 분류됩니다.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중요한 부분은 이 세 그룹이 치료에 대한 접근에 있어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어 바브 박사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는 의료진의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많은 의료진이 병원이나 정부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배신당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 또한 많은 의료진이 병에 걸리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따라서 바브 박사는 각국이 의료진에 대한 보호 장비를 적절하게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게 시급하다며, 과학기술과의 더 나은 협력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을 선언한 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항바이러스제, 중화항체치료제, 면역조절제, 코스티코르테로이드, 심지어 호흡보조기구의 사용에 대한 논의와 상충되는 권장사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브 박사는 또한 예방 관련 문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백신은 예방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백신을 보급하려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소득 및 중하위 소득 국가들은 매우 낮은 접종률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10여개국의 접종률은 여전히 3퍼센트 미만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백신 구입을 위한 재정적 문제, 불충분한 인프라 문제, 그리고 백신접종에 대한 망설임 문제와 관련이 있다. 무엇보다 백신접종에 대한 망설임과 관련된 문제는 “아마 가장 이해시키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지적한 바브 박사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 같은 경향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많은 이들이 지나치게 빠른 백신 개발 속도와 일부 백신에 사용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염려하며 백신의 불확실성을 우려한다. 이러한 불안은 백신의 이점과 위험성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오해가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면서 더욱 악화됐다. 접종 후 부작용 사례, 면역 저하에 대한 우려, 추가 접종의 필요 가능성 등이 백신접종에 대한 망설임을 더욱 가중시켰다. “종합하면, 이러한 요소들은 백신에 대한 ‘과학’과 의학계의 권고에 대한 유례없는 방식의 회의론과 의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바브 박사는 의사들과 보건 분야 전문가의 견해가 가장 믿을 만한 목소리라면서, 더욱 타당하고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의 이점을 강조하고 자연 질병의 더 큰 위험을 지속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의 중요성
이탈리아 국립의료연구원(CNR) 원장 마리아 키아라 카로차(Maria Chiara Carrozza) 교수는 중요한 치료 및 약리학적 발전을 이끈 기초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카로차 교수의 연구 분야(생체모사로봇공학, 생명공학, 인공지능)는 임상 환경에 있어 적용 가능한 사이버네틱 보철물, 신경재활 및 개인보조용 외골격 장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웨어러블 센서 기술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소통 또한 카로차 교수의 핵심 과제다. “이탈리아에서, 자료를 보면 기초 연구에 대한 태도가 일반적으로 긍정적이지만 모순적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코로나19 대유행 동안에도 언론이 보도하는 다수의 과학적 목소리 때문에 시민들이 불확실성을 느끼고, 이로 인한 위기와 함께 저희는 기초 연구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중요한 기술 발전을 마주하며 이러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질병과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다.
백신접종
끝으로 지난 201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율레스 호프만(Jules Hoffmann)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의 진행 역사를 추적하고 일부 데이터를 축적한 호프만 박사는 코로나19를 유발하는 SARS-CoV-2 바이러스가 호흡기와 폐뿐만 아니라 환자에 따라 심혈관, 신장, 중추신경계 등에도 손상을 입힌다고 말했다. 호프만 박사에 따르면 확진자의 40퍼센트는 무증상이다. 나머지 40퍼센트는 경미한 증상을 보이며, 이들 중 5분의 1은 결국 중환자실에 입원해야 한다. 아울러 1퍼센트 혹은 2퍼센트의 확진자는 질병을 이겨내지 못한다. 호프만 박사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약 400만 명이 사망했고 2억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으나, 많은 경우 집계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으로 인해 과소평가된 수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확인된 변종 바이러스는 주로 전염성이 상이하지만 변종이 유발하는 질병의 심각성은 또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프만 박사는 이러한 시나리오에 직면해 오늘날 “심각한 형태의 질병과 사망으로부터 효율적으로 보호하는 효과적인 백신”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신접종은 불충분한 공급, 재정적인 장애, 그리고 백신 거부 운동 등의 이유로 상대적으로 혹은 분명하게 접종률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호프만 박사는 “이념적으로 백신접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빈부에 관계없이” 전 세계의 모든 지역과 사회의 각 분야에 작은 분자를 포함한 알약이 공급됨으로써 언젠가 SARS-CoV-2가 인류에 가하는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길 바란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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