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리 추기경, 이스라엘 성지 위한 특별 헌금 동참 호소 “희망 없어도 희망해야”
Roberta Barbi / 번역 김호열 신부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희망이 없어도 희망해야 한다”(로마 4,18 참조). 교황청 동방교회성 장관 레오나르도 산드리(Leonardo Sandri) 추기경이 오는 4월 15일로 예정된 “이스라엘 성지를 위한(pro Terra Santa)” 연례 성금요일 특별 헌금에 앞서 신자들에게 서한을 보내며 이 같이 말했다. 산드리 추기경은 서한에서 지난해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라크 사도 순방과 지난해 12월 키프로스·그리스 사도 순방의 의미를 짚었다. 이스라엘 성지를 위한 특별 헌금은 성지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주요한 생계수단일 뿐 아니라, 보편 교회가 중동 지역 교회 공동체와 함께하기 위한 수단이다. 산드리 추기경은 지난해 교황의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 강론을 인용하며 희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곧, 전능하신 분께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축소되시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 모든 것을 벗어 버리신 우주의 하느님을 보는 것이 놀랍습니다. 왜 그렇게 하셨습니까? (...) 주님, 당신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그렇게 하셨습니다. 우리 인간 현실의 밑바닥까지 다다르시기 위해 그렇게 하셨습니다.”
가장 외로운 사람들의 땅을 순례한 교황
산드리 추기경은 교황의 2021년 순방을 가리켜 “가장 외롭고 가장 고통받는 이들, 곧 전쟁과 박해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이름을 수호할 줄 알았던 유배의 땅인 이라크의 형제자매들에게 다가가는” 희망의 순례였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의 백성은 모술과 카라코시 거리에서 교황과 함께 걸었고, 바그다드 대성당에서 함께 기도했으며, 지난 2010년 10월 31일 성찬례 중에 목숨을 잃은 순교자들을 비롯해 많은 순교자들의 피로 물든 그 땅에 “주님 수난과 부활의 파스카의 빛을 밝혔다”고 말했다. 산드리 추기경은 교황이 키프로스에서 같은 성찬의 식탁에 앉을 수 없는 분열된 땅의 고통에도 직면했다고 떠올렸다. 아울러 “구원의 역사와 성경적 사건을 통해 우리가 ‘성지’로 알고 있는 다른 여러 나라를 위한 평화에 대한 많은 호소, 몸짓, 초대가 부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스도께서는 오늘날 우크라이나에서처럼 계속 고난을 받으십니다
산드리 추기경은 “때론 적대적인 환경 때문에, 때론 무관심의 세계화 때문에, 불행하게도 인류가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 전쟁의 폭력으로 신앙의 자유가 짓밟히고 다양한 이유의 박해로 방해받고 있는” 오늘날의 성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크라이나라고 말했다. 따라서 파스카로 이어지는 사순시기 여정에서 나자렛 사람 예수님의 다정한 손짓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기고, 주님께서 외로움에 사무친 우리를 찾아오실 수 있도록 하며, 그분의 사랑에 사랑으로 응답하라는 초대가 나온다.
말씀이 육신을 취하신 곳을 위한 성금요일 특별 헌금
산드리 추기경은 “작은 것 하나라도 모든 사람이 헌금”에 동참하는 행위가 성지에 거주하는 우리 형제자매들로 하여금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고, 희망을 품게 하며, 인간이 되신 말씀의 현존을 목격한 장소와 거리에서 예수님을 생생하게 증거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산드리 추기경의 이 초대는 지난 2년 동안 이스라엘 성지의 그리스도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와 맞닥뜨리면서 어떻게 성탄절과 부활절을 지냈는지 떠올린다. “2년 동안 성지의 그리스도인들은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의 열정과 굳건한 우정 없이 일종의 고립된 상태에서 부활절과 성탄절을 지내야 했습니다. 지역사회와 가정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봉쇄조치에 따른 일자리 부족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구세주이신 주님 수난의 날(성금요일)에 행하는 이스라엘 성지를 위한 특별 헌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관행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왜냐하면 이는 특별히 예루살렘에서 퍼져 나와 우리 모두에게 전해진 구원의 선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우리의 인식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