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특강 “언론의 ‘이빨’은 파괴할 수도 있지만 ‘정화’할 수도 있다”
L’Osservatore Romano
교황청 강론 전담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이 2월 23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관료들을 대상으로 바오로 6세 홀에서 첫 번째 사순특강을 진행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의 말을 인용해 오늘날 안타깝게도 사회에 “표범의 이빨보다 더욱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갈가리 찢어버리는 ‘이빨’”이 존재한다며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이빨’”에 주목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이냐시오 성인의 말씀(“저는 하느님의 밀이니 맹수의 이빨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될 것입니다.”)을 상기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언론이 “사회나 교회의 부정을 밝힐” 때 “모든 존경과 존중을 받을 만”하다면서도 “단순히 자기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편견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공격한다”면 언론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모든 것은 “건설적인 의도가 아닌 파괴하는 의도를 지닌 악의”라며 “평신도든 성직자든 오늘날 이 같은 고기 분쇄기로 들어가는 사람은 가여운 사람”이라고 개탄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맡은 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하고 의무”라면서도 “이것이 불가능하거나 심지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채찍질을 당하시고 가시관을 쓰시며 침뱉음 당하신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것”만이 믿는 이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을 통해 이 같은 경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권고를 언급했다(히브 12,3 참조).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아무리 말해도 어렵고도 고통스러운 일인데, 특히 본래 가족이나 종교적 가족과 관련된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면서 하느님의 은총은 “이 모든 경우를 정화와 성화의 기회로 삼을 수 있으며 종종 그래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수님의 경우처럼 마침내 진리가 거짓을 이길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이 승리는 “아마도 가장 공격적인 자기방어가 아닌 침묵을 통해” 더 잘 실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우리도 ‘갈려져’ 하느님의 밀가루가 되고자 한다면 간과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경우가 있다면서 “반대하는 이들을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의 정당화를 단념하며, 중요한 사안이 아닐 경우에도 언제나 올곧길 바라야 한다”고 말했다. “성격 또는 말투나 행동방식으로 우리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이들을 견디며 속으로 짜증을 내지 않고 참아야 합니다. 우리 또한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이는 특히 교황청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두 가지 “시험대”라고 지적하며 “교황청은 수도 공동체나 혼인 공동체가 아니라 봉사하며 교회의 일을 하는 공동체”라고 말했다.
자신이 “갈려지도록” 내어 맡기는 최종목표는 본래 “금욕적 본성이 아닌 신비적 본성으로, 스스로 고행하는 데 크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친교를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강조했다. 아울러 초대 교회 때부터 성찬례 교리 교육에 동반한 진리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주제에 관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을 언급하며 “그리스도의 성체인 빵이 형성되는 과정과 그분의 신비체인 교회가 형성되는 과정”을 유사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이 두 몸, 곧 “성체와 교회의 신비체는 서로 닮았을 뿐만 아니라 서로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체성사 안에서 역사하시는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 덕분에 우리는 매일 일상의 크고 작은 상황에서 우리 자신이 ‘갈려지도록’ 내어 맡길 수 있는 힘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첫 번째 사순특강을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서 이뤄진 그리스도와 제자들의 대화에서 시작해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태 16,15)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췄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예수님의 이 질문을 “교회가 그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는 우리의 신학 연구가 그분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주님께서 알고자 하시는 것처럼 간주하며 “일반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질문의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은 그 말씀을 듣는 사람에게 개인적이며 인격적으로 ‘지금 여기에서’(hic et nunc)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 질문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요한 복음사가의 말씀을 인용하며 예수님의 자기 계시에 대해 설명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에 관해 선언하신 유명한 ‘나는 (…) 이다’(Ego eimi)라는 정식을 통해 ‘나는 생명의 빵이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등 당신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드러내십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사순특강을 통해 예수님의 자기 계시 중 다섯 가지를 짚어보면서 “우리가 그분을 정말 그분 스스로 말씀하신 분으로, 어떻게 하면 더 그렇게 되도록 할 수 있는지” 매번 자문해 보라고 초대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이러한 과정이 “특별한 경험을 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처럼 세상과 교회 자체의 문제를 바깥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자기 성찰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이는 “사랑이 넘치도록” “복음화를 위해 우리 자신을 복음화하고 우리 자신을 예수님으로 채우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나는 생명의 빵이다”라는 주님의 첫 번째 선언에서 “어디서 어떻게 이 생명의 빵을 먹을 수 있는가” 하고 되물었다. 이어 교부들의 대답을 인용해 두 가지 “장소” 또는 두 가지 방식, 곧 “성사와 말씀, 다시 말해 성체성사와 성경”이라고 답했다. 또한 “다른 강조점”이 있었다면서 어떤 이들은 “하느님의 말씀에 더 많이 중점을 뒀고”, 다른 이들은 “성찬례의 해석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부들은 이 두 관점 중 “다른 관점을 배제하고 한 가지만을 강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말씀과 성체성사를 두고 그리스도께서 마련하신 “두 개의 식탁”과도 같다면서, 특히 전례 안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이 둘의 조합은 언제나 전례 안에서 평화롭게 어우러졌습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그리스도의 살을 먹고 그리스도의 피를 마시는 것을 말씀과 성체성사에만 국한하지 않고 우리 은총의 삶의 모든 순간과 측면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예수님께서 영원한 생명의 빵이라는 의미는 당신 자신을 무엇을 내어 주시는 분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당신 자체가 영원한 생명의 빵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말씀과 성사는 수단”이라며 “그분 안에서 사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예수님의 모든 말씀은 그분께서 주시는 생명이 육신의 생명이 아닌 성령의 생명, 곧 영원한 생명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자 하시는 말씀입니다.”
번역 안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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