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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스위스 근위병들의 선서 교황청 스위스 근위병들의 선서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평화의 협력자 스위스 근위병들 선서식

34명의 스위스 근위대 신병들이 교황청 사도궁 내 산 다마소 안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충성 서약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근위대장은 “오늘날 권력 추구과 인정받으려는 욕망이 가장 강한 자로 하여금 가장 약한 자를 멸시하도록 부추긴다”며 “하지만 봉사는 사랑받을 수 있는 역량이 무르익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콜룸반 라이클린 군종 신부(베네딕토회)는 “희생 없는 삶은 허무하다”며 “포기는 기쁨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Antonella Palermo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 신병 34명(독일어권 16명, 프랑스어권 16명, 이탈리아어권 2명)이 5월 6일 오후 교황청 사도궁 내 산 다마소 안뜰에서 로마 약탈 기념일(1527년)을 맞아 선서식을 거행했다. 과거 선조들처럼 자신의 목숨을 걸고라도 교황과 그의 모든 합법적인 후임자들을 보호하고 지키겠다고 선언하는 이 의식은 전통에 따라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의 깃발 앞에서 교황의 대리자 교황청 국무원 국무장관 에드가르 페냐 파라 대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군대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대통령, 에릭 누스바우머 국회의장, 브리지트 에바 헤르조그 국무위원장이 이끄는 스위스 연방 대표단이 선서식에 참석했다. 아울러 스위스 육군 참모총장을 대신해 부참모총장 자크 프레데릭 루댕 여단장과 스위스 주교회의 의장 겸 바젤교구장 펠릭스 그뮈르 주교도 참석했다. 올해 개최지인 바젤 란드샤프트 주 대표단은 모니카 그슈빈트 주지사가 인솔했다. 현재 크리스토프 그라프 대령이 이끄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군대(1506년 창설)인 스위스 근위대는 바티칸과 사도궁의 출입을 통제하고 교황의 예식과 귀빈 방문 동안 질서를 유지하며 사도좌 공석 기간 중에는 추기경단의 추기경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스위스 근위대는 스위스의 모든 언어권 출신의 근위병으로 구성돼 있다.

충실하고 신실하고 명예롭게 섬기는 직무

젊은 신병들의 행렬을 이끄는 세 명의 근위병이 노란색과 검은색 깃털이 달린 투구를 쓰고 북을 치고 나머지가 붉은색 깃털이 달린 투구를 쓰고 뒤따랐다. 근위대장과 콜룸반 라이클린 군종 신부(베네딕토회)가 근위대 전체를 사열했다. 이탈리아어뿐 아니라 프랑스어와 독일어로 된 연설이 끝나자 국가가 연주됐다. 선서식을 포함해 성탄절과 부활절의 교황 메시지와 강복(‘로마와 온 세상에’, 우르비 엣 오르비) 등 일년에 세 번만 착용하는 약 8킬로그램의 갑옷을 포함한 근위대 제복 “그란 갈라”를 착용한 신병들은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산 다마소 안뜰에 줄지어 섰다. 상사의 호명을 받고 한 사람씩 깃발 앞에서 엄숙한 선서를 했다. 한 손으로 깃대를 잡고 다른 손을 들어 세 손가락을 편 채 선서를 하는데, 이는 성삼위를 상징한다. 라이클린 신부는 다음과 같이 선서 문구를 읽었다.

“나는 교회를 다스리는 교황님과 그분의 합법적인 후임자들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충실하고 신실하고 명예롭게 섬기며, 필요하다면 목숨까지 바쳐서라도 그들을 위해 희생할 것을 선서합니다. 나는 사도좌의 공석 기간 동안 추기경단에 대해서도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나는 근위대장님과 다른 상관들에게도 존경과 충성, 순종을 약속합니다. 이 같이 선서하오니, 하느님과 우리의 주보성인들은 저를 도와주소서.”

각 병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이 순간 제가 들은 모든 것을 충실하고 신실하고 명예롭게 지킬 것을 맹세합니다. 하느님과 우리 주보성인들이 저를 도와주시길 빕니다!”

근위대장 “봉사는 사랑에 도움이 됩니다. 오늘날 누가 기꺼이 봉사하겠습니까?”

“너희 가운데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6-27). 근위대장은 마태오 복음의 이 구절을 바탕으로 봉사의 가치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 세상에서 가장 부족한 것, 곧 사랑, 겸손, 평화를 우리에게 꾸준히 알려준” 사랑의 선교회 창설자 마더 데레사의 말을 인용하며 성녀를 여러 번 만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바티칸에서 성녀를 만났을 때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힌 쪽지 편지와 함께 메달을 받았다고 말했다. “침묵의 열매는 기도입니다. 기도의 열매는 믿음입니다. 믿음의 열매는 사랑입니다. 사랑의 열매는 봉사입니다.” 근위대장은 안타깝게도 “개인주의와 자아실현의 시대”인 오늘날의 사회에서 ‘봉사’라는 용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누가 기꺼이 봉사를 하겠습니까? 오늘날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면, 지배하고, 결정하고, 모든 것을 제 마음대로 처리하려는 욕망이 봉사하려는 열망, 한 발 물러서서 임무에 전념하며 헌신하려는 열망보다 훨씬 더 큰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권력 추구, 인정받고 존경받으려는 욕망이 “가장 강한 자로 하여금 가장 약한 자를 멸시”하도록 유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봉사는 사랑할 수 있는 개인적인 역량이 무르익게 도와주고 사랑받는 것을 체험하게 합니다. 따라서 근위병은 평화의 협력자가 됩니다.”

깃발 앞에서 거행하는 엄숙한 선서
깃발 앞에서 거행하는 엄숙한 선서

군종 신부 “희생 없는 삶은 허무합니다. 포기는 기쁨을 위한 것입니다”

라이클린 군종 신부는 스위스 근위병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과 희생으로 이뤄진 봉사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여러분이 지금 공개적으로 다짐하고 있는 이 헌신을 용기와 결단력으로 실천하십시오. 이 헌신은 포기의 고통도 알고 상실에 대한 두려움, 슬픔과 위기의 순간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항상 삶, 기쁨, 행복, 성취를 향해 나아가는 것임을 기억하십시오.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사람은 자신이 주는 것보다 항상 더 많은 것을 받습니다. 이것이 사랑의 놀라운 논리입니다. (…) 상대방에게서 무언가를 받길 기대하는 게 아니라, 각자가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려는 의지가 개인 차원이든 사회 차원이든 우리를 발전으로 이끕니다. 헌신 없이는 인간 삶을 꽃피울 수 없고 발전할 수도 없습니다.” 아울러 근위병이 된다는 것은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헌신 없는 삶, 희생과 고통이 없는 삶은 허무한 삶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희생은 특히 독립성과 자기 결정권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는 Z세대 여러분에게도 기쁨과 만족을 줍니다. 이러한 숭고한 봉사의 마음가짐은 존경과 인정을 받을 가치가 있으며 결코 평가절하될 수 없습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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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5월 2024,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