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롤린 추기경, 레바논 교회에 “‘더불어 사는 삶’ 실천합시다”
Adriana Masotti
6월 24일부터 27일까지 레바논을 방문 중인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이하는 몰타기사단의 지역 회원들과 함께 베이루트에 위치한 성 요셉 성당에서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미사를 거행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강론에서 세례자 요한이 요르단 강가에 모인 군중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3,11). 이어 레바논의 극심한 경제 및 정치 위기 속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이’에 대한 관심”이 몰타기사단의 활동을 특징짓는다고 강조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예루살렘의 성 요한 구호기사단에서 유래한 몰타기사단의 목표가 이스라엘 성지의 순례자들을 돕는 것이었다면서 오늘날에도 레바논에서 개인이든 교회 공동체든 공공생활이든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는 책임이 있다고 일깨웠다. 이런 의미에서 파롤린 추기경은 레바논의 안정을 보장할 대통령이 조속히 선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엘리사벳의 기쁨과 감사
파롤린 추기경은 이날 복음에서 루카 복음사가가 전한 세례자 요한의 탄생 사화를 언급하며 엘리사벳, 즈카르야, 요한 등 3명의 중심인물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이 약속의 성취를 두고 주님께 기쁨과 감사를 드렸다고 강조했다. “우리도 이 기쁨과 감사를 증거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에게서 오는 구원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죄, 시기, 분열, 갈등, 용서의 부재로 점점 더 고통받는 세상에서, 일시적인 기쁨을 넘어선 그리스도인의 기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깨달은 즈카르야
파롤린 추기경은 즈카르야와 관련해 처음엔 아내가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소식을 믿지 않았지만 훗날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주님의 뜻에 응답할 준비가 돼 있지 않더라도, 우리를 우리보다 잘 아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기쁨을 주실 방법을 알고 계십니다.”
세례자 요한: 삶의 회개 초대
끝으로 파롤린 추기경은 예수님의 첫 사도인 동시에 마지막 예언자라고 할 수 있는 선구자 요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 민족에게 회개하라고 외치며 주님의 오심을 준비시켰다. 파롤린 추기경은 요한에게 있어서 “정의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다는 사실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구원을 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요한은 이렇게 대답했다.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3,11). 파롤린 추기경은 가난한 이들, 병자들,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레바논 몰타기사단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관심은 몰타기사단의 표어 ‘신앙의 수호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원조’(tuitio fidei et ubesquium pauperum)에서 알 수 있듯이 신앙의 수호와 분리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의 극심한 위기
파롤린 추기경은 몰타기사단의 활동이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한 “단순 인도주의 성격”의 봉사가 아니라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에 바탕한 종교 행위이기에”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을 우선시하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상황을 언급하면서 “레바논은 극심한 경제상황에 처해 있지만 가장 궁핍한 이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많은 이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우리가 더욱 너그러워져야 한다”며 더욱 정의롭고 공정한 미래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증거합시다
파롤린 추기경은 몰타기사단이 “엘리사벳과 즈카르야가 체험한 기쁨과 믿음, 희망을 보여주는 한편, 세례자 요한처럼 그리스도의 증거자가 돼야 한다”며 “오늘날 우리는 개인, 가족, 교회 차원에서 믿음직한 증거자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레바논 교회도 향백나무의 나라인 레바논의 특징인 ‘더불어 사는 삶’을 더욱 생생하고 효과적으로 실천해야 할 높은 사명을 안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도 그리스도의 복음을 공공생활 영역으로 전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가, 지역, 국제 차원에서 증거해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의 조속한 실시 촉구
이와 관련해 파롤린 추기경은 레바논 정치권에 “큰 공백”이 생겼다며 “레바논 대통령의 목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중동의 심각한 위기의 시기에 대통령의 부재는 큰 무게감으로 다가옵니다. 교황님의 이름으로, 신뢰와 희망으로, 대통령 선거가 조속히 치러져 레바논이 현재의 도전에 진지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모든 이에게 다시금 호소합니다.”
지역의 빛이 될 레바논의 소명
파롤린 추기경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레바논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 권고 「레바논을 위한 새 희망」(Una Speranza nuova per il Libano)을 인용하며 강론을 마무리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주님과 그분의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뤄지는 각자의 헌신이 레바논 사회 전체에 풍성한 수확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레바논은 평화의 임금이신 분, 민족들의 빛이신 분을 맞이하며 온전히 꽃피우게 될 것이며, 레바논 민족들에게 빛이 되고, 하느님에게서 오는 평화의 징표가 되는 소명을 실현하게 될 것입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구원의 복음이 이 땅의 모든 이에게 힘과 기쁨, 희망의 원천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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