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롤린 추기경 “상호 신뢰 없이는 평화도 있을 수 없습니다”
Tommaso Chieco
“이 아름다운 전통이 보존되고 있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신앙과 문화가 녹아들어 있는 전통은 현재에도 도움이 됩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7월 28일 저녁 테베레 강에서 거행된 “피우마롤라” 성모 행렬에서 이 같이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7월 27일 연중 제17주일 삼종기도 훈화 말미에 언급한 이 예식은 파롤린 추기경이 오후 7시30분경 역사적인 라치오 조정경기장에 위치한 로마 “피우마롤리” 라치오 협회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전통은 현재를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파롤린 추기경이 도착하자마자 베일에 싸인 성모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롤린 추기경은 성모상을 축복한 후 곧바로 보트에 탑승했다. 트라스테베레의 지극히 거룩하신 가르멜 산의 성모 마리아 형제회 소속 회원 8명이 성모상을 어깨에 얹어 보트로 옮겼다. 보트는 천천히 테베레 강을 따라 룽고테베레 플라미니오 강변에서 트라스테베레 지구의 입구인 티베리나 섬 인근의 가리발디 다리까지 이동했다. 여기서부터 거리를 따라 트라스테베레의 산타 마리아 성당까지 행렬이 이어졌다.
파롤린 추기경은 “우리는 반드시 우리의 뿌리를 지켜나가야 한다”며 “현재의 뿌리도 과거에, 특히 과거의 아름답고 좋은 것들에 뿌리를 내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성모상과 함께 보트에 오르기 전 참가자 전원에게 다음과 같은 축하인사를 남겼다. “과거의 아름답고 좋은 전통이 현재를 더 잘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가르멜 산 성모님을 공경하는 이 축제의 기원이 15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 무리의 어부들이 테베레 강 인근 리파 그란데 강어귀에서 삼나무로 조각된 성모상을 발견했다. 이후 그 성모님은 주민들로부터 공경을 받았고, 트라스테베레 중심지역에 위치한 산 크리소고노 성당의 가르멜 수도회에 맡겨졌다. 그때부터 이 성모님은 트라스테베레 지역의 수호성인으로 공경을 받았고 매년 7월 축제를 지낸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 “상호 신뢰가 필요합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테베레 강을 따라 이어진 행렬 예식 말미에 국제 외교 상황에서 교황청의 역할과 평화를 위한 쉽지 않은 책임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 없이 “초당파적”으로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이 언제나 교황청 외교의 책임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분쟁의 예방”과 분쟁이 발발할 때 “정의롭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도 교황청 외교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파롤린 추기경은 “물론 한편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교황청은 이 같은 ‘소명’을 저버릴 수 없다”며 “적들이 서로 만나 협상 지점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현재 상황과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가능성에 회의적 입장을 내비쳤다. “신뢰가 관건입니다. 최소한의 상호 신뢰가 있을 때 협상이 가능합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 전쟁에 관련된 모든 이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주님께서 영감을 주시길 기도하자”고 말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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