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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안토니오 고킴 타글레 추기경 루이스 안토니오 고킴 타글레 추기경 

교황의 아시아-오세아니아 사도 순방, 타글레 추기경 “작은 양떼 교회들이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장관 직무 대행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교황청 전교기구 기관지 「피데스」와의 대담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시아-오세아니아 사도 순방이 보편 교회에 왜 중요한지 설명했다.

Gianni Valente, Fabio Beretta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9월 2-13일 두 대륙에 걸쳐 총 4만여 킬로미터의 대장정을 앞두고 있다. 교황은 9월 2일 오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을 출발해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대륙을 아우르는 가장 길고도 고된 사도 순방을 시작한다. 그러나 로마 주교(교황)가 기록을 세우기 위해 로마교구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장관 직무 대행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의 말처럼 교황의 이번 사도 순방은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 앞에서 겸손을 실천하는 일”, “사명에 순명하는 행위”다. 교황의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티모르 레스테(동티모르), 싱가포르 사도 순방 일정이 가까워지면서, 타글레 추기경은 교황청 전교기구 기관지 「피데스」(Agenzia Fides)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황이 “작은 양떼”의 교회를 방문하는 것이 왜 보편 교회에 중요한지 그리고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모든 이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설명한다. 

이하 타글레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88세에 가까운 고령에도 불구하고 교황님은 교황 재임 중 가장 길고도 고된 사도 순방을 앞두고 계십니다. 교황님이 이렇게 “대장정”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이번 아시아-오세아니아 사도 순방은 이미 2020년에 예정돼 있던 일정입니다. 제가 로마에 도착해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에 합류했을 때 이미 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이 모든 것을 중단시켰죠. 교황님이 이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신 것이 저에게는 매우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는 교황님이 ‘실존적 변방’이라고 부르시는 곳에 아버지의 마음을 표하시는 친밀함의 방식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교황님보다 나이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긴 여행이 얼마나 힘든지 체감합니다. 교황님이 이렇게 고된 일을 기꺼이 감수하시는 것은 겸손의 행위라고 할 수 있죠.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쇼’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는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 앞에서 겸손을 실천하는 일이자 사명에 순명하는 행위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도 순방 역시 교황님이 동방을 선호하고 서방을 소홀히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고 말하는데요. (...)

“사도 순방과 관련해 교황님이 특정 대륙이나 지역을 ‘선호’하고 다른 지역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입니다. 이번 사도 순방 후에도 9월 말 룩셈부르크와 벨기에 순방이 예정돼 있습니다. 교황님은 유럽의 여러 지역을 비롯한 많은 나라를 방문하셨습니다. 이러한 사도 순방을 통해 교황님은 모든 지역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를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들 지역에는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아시아에 살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다수가 가난합니다. 그리고 세례를 받은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교황님은 그곳에 가난한 사람들이 많고, 이들 중에서 예수님과 복음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전쟁, 박해, 갈등 속에서도 말입니다.”

교황님이 방문하신 많은 나라에서 그리스도인의 수가 전체 인구에 비해 적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교황님은 사도 순방을 결정하시기 전에, 해당 지역 교회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정부 및 정치 지도자들로부터 공식적인 초청을 받으십니다. 이들은 신앙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정부 당국의 입장에서 교황님의 방문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들은 교황님이 형제애의 정신 안에서 인류 공존과 피조물 보호를 상징하는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추기경님은 필리핀 교회 소속 목자로서 교황청 복음화부를 담당하고 계십니다. 교황님이 앞으로 방문하실 나라들과 교회들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셨고 어떤 만남을 이루셨나요?

“파푸아뉴기니에서는 당시 교황청 포교성성(인류복음화성의 전신) 장관 이반 디아스 추기경님의 요청으로 신학교들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두 달 동안 두 차례에 걸쳐 파푸아뉴기니 신학교와 솔로몬 제도의 신학교를 방문했죠.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동티모르는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나라의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과는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저에게 아시아는 ‘다양한 세계로 이뤄진 하나의 세계’입니다. 아시아인으로서 아시아를 여행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넓은 시야를 열어주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리스도교는 아시아에서 매우 놀라운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저는 성령의 지혜와 창조성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웁니다. 복음이 다양한 인간 상황 안에서 표현되고 구현되는 방식에 항상 놀라움을 느낍니다. 교황님과 교황님을 수행하는 우리 모두, 그리고 언론인들까지도 이 성령의 창조성을 새롭게 체험할 수 있길 바랍니다.”

교황님이 이번 순방에서 방문하실 교회 공동체들이 전 세계 교회에 어떤 선물과 위안을 줄 수 있을까요?

“그 나라들에서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은 대부분 소수, 곧 ‘작은 양떼’입니다. 유럽과 같은 곳에서는 교회가 여전히 일종의 문화적, 사회적 그리고 시민적 존중을 받는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서방 국가들에서도 교회가 다시 작은 양떼라는 체험을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동방의 나라들에 있는 교회를 살펴보면 작은 양떼 상태에 있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나라들에서는 예수님의 제자들, 사도들이 겪었던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네팔의 한 본당 신부님이 저에게 말씀하신 것이 생각납니다. 본당 관할지역이 이탈리아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지만, 단 5명의 신자들이 그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2024년이지만, 그 상황과 경험은 사도행전의 시대와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이처럼 동방에 있는 작은 교회들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교황님의 첫 번째 순방지는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입니다.

“인도네시아는 군도로 구성된 국가로, 문화적, 언어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매우 다양한 상황이 존재합니다. 또한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성령께서 인도네시아 가톨릭 공동체에 주신 큰 선물은 다양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역량입니다. 교황님의 이번 사도 순방이 다른 종교를 믿는 신자들 간의 형제애를 더욱 촉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추기경님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셨을 때, 이러한 형제적 공존의 구체적인 표징을 체험하신 적이 있나요?

“가톨릭 대학교가 세워진 부지는 인도네시아의 초대 대통령이 기증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는 인도네시아 국민이 모든 이를 형제자매로 받아들인다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제가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했을 때의 일도 생각납니다. 그리스도인의 수가 적은 인도네시아의 특성상 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중에는 무슬림 청년들도 많았습니다. 주교회의는 저에게 2명의 조력자를 배정했는데, 이들은 모두 무슬림이었죠. 그들은 무슬림이었지만 교회를 깊이 존중하며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습니다.”

두 번째 순방지는 파푸아뉴기니입니다.

“파푸아뉴기니 교회는 신생 교회이지만, 이미 교리 교사였던 피에트로 토 롯이라는 순교자를 보편 교회에 선물했습니다. 파푸아뉴기니는 다양한 부족들이 공존하는 다문화 국가로, 가끔 부족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나라는 다양성이 오히려 풍요로움이 될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가 선입견을 내려놓는다면, 부족 문화 속에서도 그리스도교 이상에 가까운 인간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파푸아뉴기니에는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곳들이 많습니다. 2년 전, 저는 새로 지은 주교좌성당의 축성식을 위해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물을 달라고 부탁했더니, 주교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우리는 강물을 마십니다. 그것이 식수입니다.’ 부족민의 지혜 덕분에 그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강물을 직접 마실 수 있게 됐습니다. 소위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일이죠.”

세 번째 순방지는 동티모르입니다.

“교황님이 인도네시아에 이어 동티모르를 방문하시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습니다. 이 두 나라는 과거에 많은 갈등을 겪었지만 이제는 평화를 이뤘습니다. 비록 그 평화가 아직은 연약할지 모르지만, 양국의 노력 덕분에 평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티모르에서는 지역 교회와 정부 간의 관계가 매우 좋습니다. 정부는 교회와 관련된 교육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회는 독립 전쟁 동안 국민들에게 중요한 지지 기반이 됐던 것 같습니다. 동티모르 사람들은 독립을 위한 투쟁의 시기에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이 자신들을 지켜줬다고 말합니다.”

네 번째 순방지는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기술 발전을 이룬 싱가포르 국민이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이는 강한 준법정신 덕분이기도 합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모든 신앙 공동체에 자유를 보장하며, 무례한 행동과 공격에서 공동체를 보호합니다. 종교에 대한 범죄는 엄중히 처벌됩니다. 이 덕분에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균형이 필요합니다. 역사는 법 적용시 법이 보호하려는 가치와 모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번 사도 순방지들, 특히 파푸아뉴기니에서도 사도직 활동은 선교사들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때때로 선교사들의 활동을 단순히 문화적, 정치적, 식민주의 표현으로만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특히 선교의 역사를 오늘날의 문화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과거의 선교사들에게 우리의 관점을 강요하려는 경향과 유혹이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읽을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선교사들은 교회에 주어진 선물입니다. 그들은 복음을 전파하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명하며 땅끝까지 나아갔고, 그리스도께서는 언제나 그들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몇몇 국가의 지도자들이 식민화 과정에서 선교사들을 다른 지역에 데려간 적도 있었지만, 그 선교사들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움직였지, 식민지 개척자들에게 조종당하거나 이용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사제, 선교사, 수도자들은 선교지 국가 정부의 전략과 반대되는 행동을 취했고, 그 결과 순교하기도 했습니다.”

순교와 선교를 항상 연결하는 신비한 연결고리가 무엇일까요?

“2년 전 발표된 종교 자유에 관한 연구에서 명백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위협과 박해가 있는 나라들에서 세례 받은 신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순교 가능성이 실제로 있는 곳에서는 신앙이 더욱 확산됩니다. 그리고 믿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자문하곤 합니다. ‘대체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와서 그들이 목숨까지 바치게 만드는가?’ 이것이 바로 살아 있는 복음입니다. 그리고 우리, 교황청 복음화부의 목표 역시 지역 교회를 돕는 것이지, 그들에게 이질적인 사고방식이나 문화를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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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8월 2024, 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