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첸초 팔리아 대주교 “평화 건설을 위한 영적 변화가 절실합니다”
Massimiliano Menichetti, Andrea De Angelis
평화란 타인의 고통을 마음에 새기고, 복음의 메시지를 다시 발견해 영적인 변화를 이룰 때 시작된다. 교황청립 생명학술원 원장 빈첸초 팔리아 대주교가 제45차 ‘리미니 미팅’을 맞아 「바티칸 뉴스」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8월 22일 오후 3시 “평화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열린 자유토론에서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 함께 발언했다.
이하 팔리아 대주교와의 일문일답:
평화라는 단어가 많은 이들에게는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대주교님은 교황님의 두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í)와 「Fratelli tutti」를 언급하시며 평화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맞습니다. 오늘날 이탈리아와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 부족한 것이 바로 ‘비전’입니다. 각 나라와 개인들은 종종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상은 글로벌화됐고, 경제는 이 행성지구를 장악했습니다. 각자는 여전히 자기 이익이나 자기 살 길을 찾고 방어하는 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하나의 비전을 제시하십니다. 곧, 우리는 하나의 집, 공동의 집인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 우리는 다양한 민족으로 이뤄진 하나의 가족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보편적 형제애입니다. 따라서 모든 인류에게는 한 분 아버지가 있다는 믿음이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교황님이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부르시는 상황에서 두려워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세계를 산산조각 내고 있으며, 상상할 수 없는 비극으로 세상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현재 약 59개 지역에서 전쟁이 진행 중이지만, 매일 언론에 언급되는 전쟁은 단 두 개뿐입니다. 그렇다면 핵심은 무엇일까요? 저는 우리가 모든 이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행동하기 위해 영적 변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교황님이 높이 평가하시는 복음적 예언입니다. 하지만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분쟁과 전쟁을 부추기는 ‘무관심의 세계화’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대주교님은 ‘인류애의 세계화’, 곧 인간을 중시하는 현실을 강조하셨는데요,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요?
“많은 이들이 전쟁을 일으키지만, 우리 모두는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따라서 누구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다’거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현재 일어나는 일에 대해 슬퍼하고 분개할 수 있지만, 또한 이에 대해 기도하고 평화와 연대의 확산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과 협력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불행히도 지금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저의 사랑하는 친구 주세페 데 리타가 말한 새로운 종교, 곧 ‘자아 숭배’입니다. 이는 자신만을 섬기며 가장 소중한 애정까지도 희생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파멸적인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형제애적인 ‘우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교황님이 말씀하신 위대한 혁명입니다. 저는 모든 교회가, 가톨릭 교회뿐만 아니라 모든 교회가 하나가 되길 바랍니다. 예루살렘에서 성 바오로 6세 교황님과 포옹을 나눈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아테나고라스 1세 세계 총대주교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교회가 서로 자매가 되면, 민족도 서로 형제가 됩니다’(Chiese sorelle, popoli fratelli). 교회가 분열돼 있다면, 민족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것이 중요한 물음입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악에 맞서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디에서 힘을 얻어야 할까요?
“복음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복음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우리는 하느님 말씀을 추상적인 것이 아닌, 역사적 힘의 원천으로 재발견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현실을 바꿀 책임이 있습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주셨습니다. 우리도 이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합니다. 매우 단순하게, 매일 복음을 읽고, 복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인다면, 내면의 갈망이 변화의 역사적 현실이 될 것입니다.”
‘리미니 미팅’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입니다. 심지어 비가톨릭 신자들도 지식과 만남의 다리를 놓기 위해 참여하는데요. 이것이 핵심일까요?
“물론입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은 첫 회칙 「주님의 교회」(Ecclesiam suam)를 통해 그리스도인이 본성상 보편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인과의 관계에서, 다른 종교들과의 관계에서, 심지어 믿지 않는 이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정체성을 수호하려면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체성을 지킨다는 것은 보편적인 형제가 되는 것입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 샤를 드 푸코 성인이 그 모범입니다. 저는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가 하느님의 열정을 품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입니다.”
평화를 이루는 데 있어 가정의 중요성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평화의 장인이 되려면 먼저 가정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 전쟁은 사실 가정에서 시작되어 점점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평화는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을 뜻합니다. 서로를 돌봅시다. 그러면 전쟁도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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