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롤린 추기경 “교황님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친밀함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실 것입니다”
Massimiliano Menichetti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13일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대륙의 4개국을 방문해 그리스도의 빛을 전한다. 이번 사도 순방은 형제애와 연대의 현실을 구축하기 위한 대화를 증거하게 될 전망이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제45차 사도 순방을 앞두고 진행한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황의 핵심 개념인 ‘친밀함’을 강조하며, 전쟁과 폭력으로 상처 입은 세상에서 평화가 만남을 통해, 진심을 다하는 관계를 통해 이기심을 허물 때 이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지난 8월 31일 96세를 일기로 선종한 모친 아다 여사의 장례 미사를 9월 3일 비첸사 주 스키아본에서 거행하는 관계로 9월 2일 교황 전용기에 동승하지 못했다.
이하 파롤린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추기경님, 교황님이 재임기간 중 가장 긴 사도 순방을 떠나시게 됩니다.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티모르 레스테(동티모르), 싱가포르를 방문하실 예정이죠. 이번 사도 순방에서 교황님은 어떤 희망을 품고 계시나요?
“교황님이 마음속에 품고 계신 첫 번째 희망은 바로 ‘만남’입니다. 방문하실 나라들의 국민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희망이죠. 달리 표현하자면, 교황님이 자주 강조하시는 ‘친밀함’, ‘가까이 다가감’의 주제를 다시 한번 실천하는 문제입니다. 이번 사도 순방은 경청을 위한 친밀함, 사람들의 어려움과 고통과 기대를 함께 짊어지려는 친밀함, 모든 이에게 복음의 기쁨과 위로, 희망을 전하기 위한 친밀함을 드러내는 것이죠.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의 말씀을 인용하자면, 교황님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나라일수록 더 큰 열망을 느끼고 계십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 인구를 보유한 국가입니다. 이곳에서 교회는 사회정치적 문제를 겪는 다원주의 현실 속에서 형제애를 굳건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황님의 방문이 이러한 일치의 여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교황님이 방문하실 지역은 다양한 문화와 종교적 전통이 공존하는 다원주의적 환경이 특징입니다! 특히 인도네시아를 떠올려 봅니다. 이 나라는 국가의 기초가 되는 다섯 가지 원칙, 곧 ‘판차실라’(Pancasila) 덕분에 지금까지 여러 집단 간의 관계가 기본적으로 타인을 받아들이고 서로 존중하며, 대화와 절제를 바탕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훼손하려는 온갖 경향, 세계 곳곳에 만연한 극단주의의 유혹에 맞서, 교황님의 말씀과 행동은 이 여정을 포기하지 말라는 강력하고 절실한 초대가 될 것입니다. 이는 또한 교황님이 자주 강조하시는 것처럼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인 형제애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데 이바지할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에 비추어, 이 거대한 군도 국가를 위협하는 사회정치적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교황님은 파푸아뉴기니에서 오랜 전통과 굳건한 신앙을 간직한 주민들을 만나시게 됩니다. 이곳은 풍요로운 자원이 있는 반면 매우 가난하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깨끗한 자연을 간직하고 있지만 기후변화, 착취와 부패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포트모르즈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중 하나로 꼽힙니다. 교황님의 사도 순방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예. 파푸아뉴기니에도 많은 모순의 징후들이 넘쳐납니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은 종종 불의, 부패, 정치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극심한 빈곤을 초래합니다. 또한, 손상되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도 기후변화와 자연자원의 무분별한 착취라는 결과와 맞서야 합니다. 교황님은 정치기관과 종교단체를 비롯해 각 개인이 저마다 이바지해야 한다고 호소하심으로써 정의와 가장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우리 공동의 집(지구)을 돌보는 지속적인 헌신을 촉구하는 변화의 움직임을 이끌고자 하십니다.”
동티모르는 세 번째 순방지입니다. 이곳은 25년 전 독립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내년에는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아세안)에 가입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중앙과 변방 지역 간의 불균형이 심각합니다. 신앙과 역사가 불가분하게 얽혀 있는 이곳에서 교황님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실까요?
“제가 국무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동티모르의 역사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며 그 나라가 겪어온 고통을 목격했습니다. 당시에는 상황이 완전히 막혀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25년 전 독립을 이뤄낸 것이 일종의 ‘기적’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습니다. 동티모르를 아시아 최초의 가톨릭 국가로 만든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제 저는 그 신앙이, 보다 깊이 있는 영성 교육을 통해 동티모르 사람들을 사회 변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열을 극복하고, 불평등과 빈곤에 효과적으로 맞서 싸우며, 청년 집단 간의 폭력이나 여성 존엄성 침해와 같은 부정적인 현상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교황님의 방문은 이러한 측면에서 결정적인 동력을 줄 것입니다.”
마지막 순방지는 다양한 종교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국가 싱가포르입니다. 교황님은 이곳에서 어떻게 종교 간 대화를 더욱 촉진하시고, 국가 내 다양한 공동체들 간의 유대를 강화하실 수 있을까요?
“기나긴 사도 순방의 마지막 종착지인 싱가포르는 오늘날 다문화, 다종교 사회에서 평화롭게 더불어 사는 모범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이 도시는 전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다양한 문화와 종교적·영적 전통이 어우러진 하나의 모자이크화와 같습니다. 교황님은 특히 종교 간 대화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만나실 예정이며, 그들에게 이 여정의 미래를 맡기시면서 더 형제애적이고 평화로운 세상의 주역이 되도록 격려하실 것입니다.”
이번 아시아 사도 순방이 교황청과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새로운 다리를 놓고 관계를 더 강화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저는 먼저 싱가포르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싱가포르는 대다수의 인구가 중국계로, 중국 문화와 중국인들과의 대화를 위한 특권적인 장소입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 인구를 간직한 나라로, 자카르타 방문은 아시아 무슬림 공동체를 비롯해 전 세계 무슬림과의 대화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교황의 사도 순방에 포함된 국가 중 2개국은 – 조만간 3개국이 될 예정이지만 – 아세안 회원국입니다. 아세안에는 베트남과 미얀마 등 중요한 국가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교황님이 이번 사도 순방에서 전하실 친밀함과 평화의 메시지는 이 모든 지역에도 동일하게 전해질 것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중동을 비롯한 여러 전쟁으로 인해 국제적인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사도 순방은 실질적으로 희망, 대화, 형제애의 씨앗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의 인식을 어떻게 높이고, 파멸로 치닫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세상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평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저는 앞서 언급한 ‘친밀함’과 ‘가까이 다가감’의 개념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황님의 사도 순방이 매번 제안하는 태도를 우리가 함양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곧, 직접 만나서 눈을 마주치고,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이러한 직접적인 만남이 이기적인 이해관계가 아닌 공동선 추구에서 영감을 받는다면 가장 무감각하고 완고한 마음에도 변화를 일으켜 서로 존중하는 건설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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