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학대, 오말리 추기경 “이 깊은 상처는 오직 진실과 투명성으로만 치유될 수 있습니다”
Salvatore Cernuzio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그 중 하나가 10월 29일 발표된 연례 보고서다. 지난 2014년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설립된 이래로 의장을 맡아온 보스톤대교구 전임 대교구장 션 패트릭 오말리 추기경(카푸친 작은형제회)은 보스턴에서 터진 학대 스캔들의 무게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이다. 이번 보고서를 보면서 오말리 추기경은 지난 10년 간의 성과를 돌아봤다. 그는 학대 문제 해결을 위한 많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이 문제가 “현재진행형”인데다가, 몇몇 지역 교회에서는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말리 추기경은 “오직 진실과 투명성, 책임 있는 태도만이 이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하 션 오말리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추기경님, 이번 연례 보고서는 위원회가 설립된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시점에 발표됐습니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또한 이 보고서를 위원회 활동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볼 수 있을까요?
“위원회는 10년 전, 가톨릭 교회가 처한 비극적인 상황에서 도움을 주고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요청하신 평신도 전문가들의 지원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학대로 인해 피해자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 공동체, 성직자, 더 나아가 온 교회가 겪은 고통과 상처를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일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저희에게 큰 특권이었습니다. 평생을 바쳐 피해자들을 돕고, 아이들과 취약한 이들을 위한 보다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헌신한 많은 전문가들을 한데 모을 수 있었으니까요. 초창기 여정은 매우 험난했습니다. 불과 20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보편 교회의 문제에 대응해 나가야 했거든요.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 덕분에 저희는 교황님의 든든한 지지와 함께 이 사명에서 한 걸음씩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희는 피해자와 생존자들의 목소리에 깊이 귀 기울여 왔습니다. 결코 쉽지 않았던 길을 걸어온 끝에, 하느님과 많은 분들의 도움, 수많은 피해자와 평신도 전문가들의 헌신 덕분에 이제 저희가 일궈온 조사와 대화, 온 힘을 다한 노력의 결실을 세상과 나눌 수 있게 됐습니다.”
일부 피해자들은 위원회 위원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 이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이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곳곳에서 ‘보호’를 위한 대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피해자들이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파푸아뉴기니,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교회가 피해자들의 고통에 응답하고 미성년자들을 위한 보다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9월, 교황님은 벨기에 사도 순방을 통해 학대 문제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언제나 단호한 입장을 보여 오셨지만, 이번에는 그 기준을 한층 높이신 듯합니다. 벨기에에서도 학대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더욱 거세졌습니다. 이번 위원회의 활동과 보고서가 이러한 비판과 더 많은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 될 수 있을까요?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례 보고서는 교회가 학대 문제에 대응하는 여정을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첫걸음입니다. 이제 막 성 학대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여러 나라의 주교님들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계십니다. 저희는 반드시 응답해야 합니다. (...) 과거의 잘못과 죄를 바로잡기 위해 교회가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피해자들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보고서에는 미성년자 보호 조치와 관련된 성과와 한계가 명시돼 있습니다. 어떤 성과와 한계가 있었나요?
“성과로는 이미 마련된 다양한 지침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는 교회 내에서 안전한 길을 찾도록 돕는 길잡이가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교회의 여러 지역에서는 학대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오직 진실, 투명성 그리고 책임 있는 자세만이 이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2019년 교황님이 각국 주교회의 의장들과 수도회 관계자들을 바티칸으로 소집하신 ‘교회 내 미성년자 보호 회의’를 계기로, 모든 대륙에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보호’에 대한 교육 역시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학대 문제가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우리 모두는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합니다. 교회의 사명은 이러한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항상 사제들에게 이렇게 강조합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느낄 때 우리를 믿을 것’이라고요. 이 ‘보호’ 사명은 교회에 있어 너무나 중요한 일이며, 언제나 사목 계획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사명이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치유하고 화해하는 것은 하나의 사명입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 발생한 피해는 단순히 신체적, 심리적 고통에 그치지 않고 영적인 상처를 남기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해자가 성직자인 경우 그 상처는 훨씬 더 깊습니다.”
추기경님이 참석하신 이번 시노드 정신에 따라, 보고서 발표 이후 위원회가 나아갈 길은 무엇이고 평신도와 주교 간 협력 강화가 어떠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 시노드에서 저는 교회 내 ‘보호’ 문제에 시노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많은 주교님들이 학대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큰 고립감을 느끼고 계십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홀로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주교님들께는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 함께할 전문가 그룹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조언과 권고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죠. 이미 이러한 심의위원회가 운영되는 국가들에서는 주교님들이 전문가들과 협력하며 어려운 문제에 더욱 신중하고 나은 결정을 내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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