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에 활력을 주는 군축... 전쟁을 멈추는 지혜
Andrea Tornielli
짤막한 발언이었으나 그 의미는 깊었다. 안타깝게도 이 발언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새롭게 폭격하며 중동에 전쟁이 다시 불거진 시기에 나왔다.
로마 제멜리 종합병원에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의 어리석음을 더욱 선명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편집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광야에서 외치는 세례자 요한처럼, 전쟁이 공동체와 환경을 무참히 파괴한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는 지금 재무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인류를 열 번이나 파괴할 수 있는 무기들로 가득 찬 무기고를 더 채우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병으로 약해진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교황)는 제3차 세계대전의 심연을 향해 질주하는 인류에게 멈춤의 길을 과감히 제시했다. 교황은 우리에게 먼저 말과 마음의 무장을 해제하고, 지구상에서 무장을 풀라고 권고했다.
협상과 정상회담마저 전 세계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되고, 지나치게 단순화된 언어 사용과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경향, 사회적 양극화와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이 시대에, 교황은 모든 이에게 깊은 성찰과 차분한 마음 그리고 복합적인 현실을 통찰하는 지혜를 당부했다.
무엇보다도 교황은 외교를 잊은 듯한 세상에서 외교를 되살리고, 국제기구들에 생명력과 신뢰를 불어넣을 것을 권고했다. 국제기구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도 3월 17일 교황청 주재 모로코 대사관이 주최한 ‘라마단 테이블: 이프타르’ 행사에서 ‘유럽 재무장’에 관한 질문에 같은 견해를 밝혔다.
파롤린 추기경은 “재무장을 선택한 국가들은 당장 무기가 억제력으로 보일지 몰라도 언젠가는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는 국제적 차원에서 전면적이고 통제된 군비 축소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이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교황청이 일관되게 견지해온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파롤린 추기경은 “우리는 사태가 진행되는 방향에 만족할 수 없다”며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기고가 더욱 강화되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번역 고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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