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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형평성 없는 생태론은 없습니다. 생태계 파괴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은 더 이상 경이롭지 않습니다. ‘파괴’됐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조물 보호를 위해 일하는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공동체를 만나 개인과 기관들에게 환경을 구체적으로 보호하도록 초대했다. 아울러 “누구도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lessandro De Carolis / 번역 박수현

환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파괴하고,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버려지는 음식물 문제나 이웃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버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소비하는 데만 혈안이 된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서둘러 인간과 지구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이들도 있다. 이는 “일면식도 없지만 불행에 처한 사람을 보살펴 준”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직접 행동하는 데 별다른 이유를 찾지 않는 관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에서 설명한 “통합 생태론”의 원리대로 현 상황을 바라보며 행동에 나선 이들에게 이 개념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모두의 내일을 위해 우리는 일합니다

“찬미받으소서”는 9월 12일 토요일 오전 바오로 6세 홀에서 교황을 알현한 공동체의 명칭이기도 하다. 이 공동체는 라치오 주 리에티의 교구장 도메니코 폼필리(Domenico Pompili) 주교와 ‘슬로우 푸드’ 국제협회의 창시자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의 제안으로 설립됐다. 앞서 9월 8일 화요일 이 같은 주제에 대해 교황과 페트리니가 직접 나눈 대화를 묶은 책 『지구의 미래(TerraFutura)』가 바티칸에서 발행됐다. 교황은 “피조물에 대한 부주의와 사회적 부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형평성 없는 생태론은 없으며 생태론 없는 형평성도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변화의 근본원인을 해결하려는 진정한 의지입니다. 그저 말로만 하는 일반적인 약속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더불어 지도자들이나 자본가들이 정한 즉각적인 동의만을 바라볼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더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내일을 위해 오늘 일해야 합니다. (훗날) 젊은이와 가난한 사람들이 이에 대해 우리에게 물을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도전이기도 합니다. 저는 순교자이자 신학자인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오늘 우리의 도전은 ‘우리가 (지금 처한 어려움을) 어떻게 면하고 벗어나느냐’가 아닙니다. 우리의 진정한 도전은 ‘다음 세대의 삶은 어떨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관상하는 것은 행동하는 것입니다

교황은 진심으로 환경을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곧 “관상”할 수 있고, 따라서 “가엾은 마음(연민)”이 들 수 있다. 첫 번째의 경우에는 관찰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은 더 이상 경이롭지 않으며 ‘파괴’됐습니다. (...) 숲이 짧은 시간에  불에 타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을 보는 시각은 항상 빠르고 산만해지고 피상적입니다.” 

“소비에 병든 우리는 이웃의 이름은 알지 못하면서 최신 ‘애플리케이션’에만 목메고 있습니다. 더욱이 서로 다른 두 나무를 구별하는 방법은 알 턱이 없습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생활방식이 지속되면 (어쩌면) 우리의 뿌리를 잃고, 우리가 이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이를 우리에게 허락해주신 감사한 마음조차 잃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를 잊지 않기 위해서는 다시 관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수천 가지 쓸모 없는 일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다시 침묵을 되찾아야 합니다. 마음이 아프지 않도록 (잠시) 멈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변화의 근본원인을 해결하려는 진정한 의지입니다. 그저 말로만 하는 일반적인 약속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더불어 정치인들이나 자본가들이 정한 즉각적인 동의만 바라볼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더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엾은 마음은 무관심에 대한 백신

관상에 관한 물음은 “행동으로 이끈다”고 교황은 강조했다. “누구나 인간의 탐욕으로 오염된 세상을 창조주가 바라는 선한 현실로 조금은 바꿀 수 있습니다. 관상할 수 있는 사람은 실제로 한가하게 앉아 있지 않고 오히려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에 개입합니다.” 교황은 여기에는 ‘가엾은 마음(연민)’이라는 역량이 접목돼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가엾은 마음이란 인간의 시선을 하느님의 시선과 비슷하게 하려는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느님의 시선이란 “우리가 생각하고 행하는 모든 악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언제나 사랑하는 자녀로 바라보시는” 시선이다. 가엾은 마음은 “경건주의”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새로운 유대를 맺는” 것이다. 

“우리의 가엾은 마음이라는 감정은 무관심이 낳은 전염병에 대항하는 최고의 백신입니다. 무관심의 증상들로는 (이를 테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이건 내 일이 아니야’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야’ 등과 같이 표현됩니다. 하지만 가엾은 마음이 드는 사람들은 ‘나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습니다’에서 ‘당신은 나에게 중요한 사람입니다’의 관점으로 전환합니다. 세상은 이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댓글을 달기 위해 화면 앞에 있지 않는 대신, 부패를 제거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에 구정물을 묻히는 사람들의 자선활동을 필요로 합니다. 가엾은 마음이 드는 것은 선택입니다. 그것은 각각의 사람들을 (진정한) 나의 이웃으로 보기 위해 어떠한 적개심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만 낭비하고 버리기

교황은 또한 “가엾은 마음이 드는 사람들은 ‘쓰고 버리는’,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과 물건의 낭비에 맞서 매일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선진국들에서 매년 수십억 톤의 음식물이 버려지고 있는데, 교황은 이를  “추문(스캔들)”이라고 정의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리는 일이나 이웃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버리는 일에 맞서 투쟁하고 서로를 도웁시다. 더불어 모두를 위한 진보와 형평성, 발전 및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정치적 결정을 요구합시다. 누구도 자신이 살고있는 땅과 숨쉴 수 있는 맑은 공기, 마실 권리가 있는 물, 그리고 먹을 권리가 있는 식량을 빼앗기지 않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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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9월 2020, 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