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녹, 발현 140주년 기념
Christopher Wells / 번역 김근영
발현이 있은 후로 녹 성지는 아일랜드와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신심의 중심지가 돼 왔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일랜드 사도적 순방 동안 이곳을 찾았다. 지난 1979년 발현 100주년을 맞아 아일랜드를 방문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발자취를 따른 행보였다.
이번 기념일을 경축하면서 녹 성지는 지난 주 로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축복한 순례행렬 성모상을 맞아들일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1879년 세워진 마을의 모형도 공개한다. 8월 21일 수요일 저녁에는 최초 발현 목격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순례 행사가 마련돼 있다. 투암대교구장 마이클 니어리(Michael Neary) 대주교와 아일랜드 교황대사 주데 타데우스 오콜로(Jude Thaddeus Okolo) 대주교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행사는 발현이 시작된 시간인 오후 8시, 발현 성당에서 봉헌되는 거룩한 미사로 마무리된다.
성지 담당 리처드 기본스(Richard Gibbons) 신부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발현 현상의 의미를 설명했다.
“성모님의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이것이 (녹 성지) 발현의 핵심적 특징 중 하나입니다. 메시지는 목격자들 앞에서 그림 형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환시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 요셉, 성 요한의 인물로 구성돼 있었다. 또 십자가와 제대 위의 어린양도 있었다. 이는 하느님의 어린양, 곧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목격자들은 천사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이 형상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모습은 성당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는 밝은 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기본스 신부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가 언제나 “아일랜드 사람들의 영성생활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성 요셉은 교회의 수호자로서 “온전한 헌신”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성 요한은 다소 특이하게 주교관을 쓴 채 한 손엔 책을 들고 다른 손은 높이 들고 있는 모습으로 발현했는데, 마치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본스 신부는 이 환시의 핵심이 “성모 마리아가 아니다”고 말했다. “(핵심은) 제대, 어린양, 십자가입니다. 성찬례를 상징하지요.” 기본스 신부는 “당시 아일랜드는 (가혹한 식민지) 형법 때문에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미사가 사람들의 신앙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속담을 인용해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미사였다(it was the Mass that mattered)”고 말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40년 전 발현 100주년을 맞아 녹 성지를 방문했다. 지난해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임 교황의 발자취를 따라 아일랜드 사도적 순방 기간 동안 이곳을 찾았다. 두 교황은 신앙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복음화의 원동력으로 녹 성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본스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의 다른 성지들처럼 녹 성지가 “평화의 오아시스가 되고 사람들이 다시 신앙생활에 동참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의 신호”를 전해줬다고 말했다.
기본스 신부는 “녹 성지가 오늘날 번영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온전한 관심은 아일랜드에서의 신앙 쇄신입니다. 우리가 여기 녹 성지에서 하는 모든 일은 언제나 다음과 같은 질문과 연관됩니다. ‘우리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그들에게 다시 신앙에 관해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그들과 함께할 수 있으며, 어떻게 그들에게 가톨리시즘의 아름다움과 신앙의 실천을 보여줄 것인가?’ 우리는 사람들이 각자 고유한 신앙 안에서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그렇게 해야 합니다.” 기본스 신부는 고해성사가 녹 성지의 “엔진실”이라면서 고해성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거기(고해성사)에서 기적이 일어납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하느님과의 관계가 다시 놓이고 평화가 생기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기본스 신부는 최근 몇 년간 아일랜드 교회를 괴롭혔던 어려움과 스캔들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매우 희망에 차있다”고 말했다. 이어 140주년 행사를 맞아 모든 이에게 인사를 전하는 한편, 사람들이 “따뜻하고 다정하며 기쁨에 찬 아일랜드식 환대를 받을 수 있는” 녹 성지에 꾸준히 방문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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