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스쿠스 중심부 우마이야드 광장에서 반정부군의 깃발을 흔들고 있는 시리아인들 다마스쿠스 중심부 우마이야드 광장에서 반정부군의 깃발을 흔들고 있는 시리아인들  (AFP or licensors)

53년 독재 무너진 시리아, 그리스도인들 “새로운 여명” 기대

「바티칸 뉴스」가 시리아의 가톨릭 공동체를 대표하는 세 인물을 통해 △1970년부터 시리아를 통치한 아사드 정권의 갑작스러운 몰락 △자유롭고 민주적인 시리아에 대한 희망을 전한다.

Joseph Tulloch, Roberto Cetera

지난 며칠간 세계는 충격적인 역사의 현장을 목격했다. 반정부군이 번개와 같은 속도로 시리아 전역을 장악해 나간 것이다. 

특히 지난 12월 8일에는 수도 다마스쿠스마저 함락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써 아버지 하페즈 아사드로부터 아들 바샤르 아사드로 이어진 53년간의 세습 독재 체제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아사드 정권은 그동안 소수 종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통치를 정당화해 왔다. 이제 반군의 승리 이후, 고대 이슬람교의 한 분파인 드루즈족과 이스마일족 그리고 그리스도인과 쿠르드족을 비롯한 소수 민족들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국제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책무

「바티칸 뉴스」는 알레포의 라틴 전례 본당 주임 바흐자트 카라카시 신부(프란치스코회)에게 ‘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정권의 몰락을 환영하는지’ 물었다. 

그는 “다른 모든 시리아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들 역시 발전도, 경제 성장도 없는 정권 아래에서 완전히 지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삶이라 할 수 없었다”며 “그저 하루하루 목숨을 이어가는 것이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카라카시 신부는 지난 몇 년 동안 반군이 압류했던 재산을 돌려주는 등 그리스도인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반군은 알레포를 장악한 후 남쪽으로 진군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을 포함한 모든 소수 민족들에게 “매우 강력한 화해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카라카시 신부는 또 “국가를 안정시키고 모든 이의 권리가 존중되는 새로운 헌법을 시리아인들이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제사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것이 저희의 희망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합니다.”

알-졸라니와의 만남

알레포대목구장 한나 잘루프 대주교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권력이양이 유혈사태 없이 이뤄진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잘루프 대주교는 최대 반군 세력의 지도자 알-졸라니를 만났다면서, 그가 “그리스도인과 그리스도인의 재산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며, 시리아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모든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확약을 했다고 말했다.

잘루프 대주교는 지금까지 반군이 약속을 성실히 지켜왔으며, 그리스도인을 “매우 너그럽게” 대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시리아의 여명’을 향한 희망

한층 더 희망찬 목소리가 다마스쿠스의 라틴 전례 본당 주임 피라스 루트피 신부에게서 나왔다. 그는 정권의 몰락을 가리켜 “성모님의 축일에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표현하며 “53년간 이어진 피비린내 나는 독재 정권이 막을 내리고 마침내 새로운 시리아가 태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루트피 신부는 아사드 정권이 “50만 명이 넘는 희생자”와 “폐허가 된 경제”라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하면서도, 지금이야말로 “시리아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나라에서 유입된 수많은 무장 세력들을 포함한 여러 반군 단체들이 현재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리아의 미래에 대한 중대한 질문들을 제기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루트피 신부는 “반군의 재집권을 지원한 것이 분명한” 국제사회와 함께 시리아 국민들이 힘을 모아 “민주주의와 인권이 꽃피고, 모든 종교와 민족과 교파의 시리아인들이 존중받는 진정하고 항구한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번역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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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12월 2024,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