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모로코 순방 폐막미사 “그리스도인의 풍요로움은 아버지의 연민에 참여하는 것”
Debora Donnini / 번역 이창욱
라바트에 있는 물레이 압달라 왕자 종합운동장에서 집전한 폐막미사 강론의 출발점은 잃었던 아들이 돌아온 것에 대한 감동이었다. 소규모의 모로코 가톨릭 공동체와의 만남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로코 사도적 순방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미사에는 60 여 개국 출신 약 1만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이번 순방은 신자들과의 형제애적 대화, 이주민들과의 인상적인 만남, 그리고 항상 그러했던 것처럼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 함께하는 큰 기쁨의 축제인 이날 가톨릭 신자들과의 만남으로 특징을 이뤘다. 모로코 내 여러 본당 성가대에서 파견돼 50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성찬례에 함께했다. 제대 중앙에는 티브리힌 수도원의 십자가를 본뜬 십자가가 세워졌다.
아버지 사랑을 받은 자녀들은 윤리적, 사회적 조건을 바탕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교황은 스페인어로 진행된 강론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따라야 할 길이란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표현된 길이라고 말했다. 곧, 돌아온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에 참여하고, 원수가 아니라 형제로 살아가며, 자신의 공동체를 자비의 오아시스로 만들고, 무슬림 신자들과 형제애적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아버지는 큰아들에게 “내 것이 다 네 것이다”(루카 15,31)라고 말했지만, 큰아들은 동생의 귀환을 축하하는 잔치에 참여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는 만남의 떨떠름함과 고립을 택했다.
“아버지는 ‘내 것이 다 네 것이다’고 큰아들에게 말합니다. 물질적인 재산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똑같은 사랑, 자신과 똑같은 연민에 참여하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가장 위대한 유산이자 재산입니다. 왜냐하면 윤리적, 사회적, 인종적, 종교적 조건을 바탕으로 우리를 분류하거나 재단하는 대신에, 순수한 선물이기에 그 누구도 없애거나 파괴할 수 없는 또 다른 조건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곧,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자녀, 아버지께서 기다려주시며 잔치를 베풀어주시는 자녀로서의 조건입니다.”
자녀됨을 율법 준수에 얽어매지 마십시오
교황은 아버지의 사랑에 참여한다는 이 역동성 안에서 강론을 풀어나갔다.
“‘내 것이 다 네 것이다’고 하신 아버지께서는 ‘내 연민의 능력도 다 네 것이다’고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자녀라는 우리의 소속감을 법과 제약, 의무와 실행이라는 문제로 축소시키려는 유혹에 빠지지 맙시다. 우리의 소속감과 우리의 선교 사명은 자발적 행동주의, 법률 만능주의, 상대주의나 근본주의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매일 겸손과 인내를 갖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라고 청하는 신앙인들에게서 생기는 것입니다.”
인간의 신비
아버지의 집 입구에서 “우리 인간의 신비가 드러난다고 교황은 강조했다. 곧, 한편에는 비참과 고통을 경험했던 아들을 되찾은 것 때문에 잔치를 벌이고, 다른 한편에는 돌아온 동생을 위해 벌어진 잔치 때문에 느끼는 “일종의 배신감과 분개심”이 있다. 결국 큰아들은 아무도 배제되지 않도록 깨어있고 용서하며 “연민을 느낄 줄 아는” 아버지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교황은 이것이 “우리 사이에, 그리고 우리 공동체 안에” 있는 갈등이라며, “우리 내면에서조차”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 갈등을 얼굴을 맞대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아버지의 집 입구에서 분열, 충돌, 공격성이 나타나고, 이것들은 “항상 형제애를 위한 우리의 투쟁, 우리의 큰 열망의 문을 뒤흔들겠지만”, 그 입구에서는 아무도 “비인간적인 조건에서” 살아가지 않고, 그 어느 곳에서도 고립과 쓰라린 아픔 속에 살아가지 않으며”, “모든 자녀들이 아버지의 기쁨에 참여하길 바라는” 아버지의 열망이 “고뇌도 변명도 없이, 완전히 명료하게 빛을 발할 것”이다.
하느님의 마음을 관상하면서, 차이점을 흐리지 않으며, 형제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교황은 “그분의 마음은 모든 인간이 구원되고 진리를 알게 되기를 원하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를 위한 신속하고 효과적이며 합법적인 형태가 증오와 복수라고 믿는 유혹이 항상 우리를 위협하기” 때문에 분열과 분쟁을 키울 수 있는 수많은 상황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결국 증오와 분열은 “우리 인간들의 영혼을 죽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마음을 바라보고 관상하라고 초대하십니다. 오직 여기에서 우리는 매일 서로를 형제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오직 우리의 근시안적인 분열의 논리를 극복하도록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이 넓은 지평에서 출발할 때, 우리는 어쩌면 강요된 일치나 혹은 침묵의 소외를 찾으며 우리의 차이점을 흐리거나 부정하려 하지 않는 시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직 우리가 매일 우리의 눈을 하늘로 들어올리고 ‘주님의 기도’를 바칠 수 있을 때, 원수가 아니라 형제로 바라보고 과감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역동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교황은 그 비유가 어떤 결론으로 열려있는지 강조했다. 교황은 어쩌면 우리 각자가 “자신의 삶으로 써 내려갈 수 있는” 목적으로 결론이 열려 있는 것이며, 또한 그렇게 써 내려가기를 제안하며 마무리했다. 교황은 이 땅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을 증언하고 있는 데 감사를 전하며, 타인의 고통 앞에서 아무도 시선을 돌리지 않는 “자비의 문화”를 성장시키라고 격려했다. 가난한 이들, 버림받은 이들, 소외된 이들 가까이 머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아버지의 포옹의 표징이 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교황은 “우리의 무슬림 형제자매들이 자주 기도하는 것처럼, 자비롭고 인자하신 분께서 여러분을 굳건하게 해주시고 당신 사랑의 활동을 풍성하게 해주시길 빈다”고 마무리했다. 미사 후에는 작별인사를 통해 다시 한 번 모로코의 가톨릭 신자들이 그리스도인들과 무슬림 신자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내로 대화의 길을 이어가는 한편, 이 형제애가 가시적이고 보편적이 되도록 서로 협력하며, “세상이 매우 필요로 하는 희망의 봉사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느님 안에서 그분의 다리가 되라고 격려했다.
로페즈 로메오 대주교, 다리의 건설자
라바트대교구장 로페즈 로메오(López Romero) 대주교가 미사 말미에 했던 인사말에는 “다리의 건설자”의 길을 따라야 할 의무가 모로코의 소규모 가톨릭 공동체의 지향이라는 점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곧 “무슬림과 그리스도인 사이, 남과 북 사이,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에 다리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