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모잠비크는 부패와 서로의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평화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Giada Aquilino / 번역 박수현
미래는 소위 “폭력의 평등”이라는 것에 바탕을 두지 않으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복수와 증오와 부패 위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대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 위에 그 기반을 두어야 한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다가스카르로 이동하기에 앞서 모잠비크 사도적 순방의 마지막 행사인 마푸투 소재 짐페토 경기장에서 포르투갈어로 거행된 ‘민족 발전을 위한’ 기원 미사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시작 전 드림 센터에서 선물 받은, 주교 목장을 들고 제대가 마련된 단상으로 향했다.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6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온기와 찬송, 자유분방하고 다채로운 모습과 마주했다.
“어떤 가족도, 어떤 이웃 집단도, 심지어 어떠한 국가도, 만약 그들을 하나로 묶고, 하나로 모으며, 서로의 차이를 조화롭게 하는 원동력이 복수심과 증오심에 있다면, 그들에게는 미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폭력을 가한 이들에게 똑같이 보복하기 위해, 명백한 합법적 형태로의 보복의 기회를 계획하는 일에 동의하고 가담해서는 안 됩니다. ‘무기와 폭력이 해결을 가져다주기보다는 오히려 새롭고 더욱 심각한 분쟁을 조장’(회칙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60항)합니다. ‘공정성’을 근거로 하는 폭력 행위는 출구 없는 나선형 소용돌이와 같으며, 그에 치러야 할 대가는 매우 가혹합니다. 하지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길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평화를 누릴 권리를 갖고 있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평화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폭력, 증오, 불화
교황의 이번 강론 배경은 지난 1988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모잠비크에서 역설한 용서와 화해에 대한 권고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당시 모잠비크는 전쟁으로 1백만 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1992년에 이르러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아울러 지난해 8월에는 평화를 향한 노력이 다시 한 번 요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님께서 열두 사도를 선택하시고, ‘참 행복’을 선포하신 다음, 원수들을 사랑하라고 권고하신 루카 복음서 대목의 현실성에 중점을 두고 말했다. 교황은 이 말이 “명확함과 단순함과 확고함”으로 “오늘의 우리에게도 주어진 말씀”이라고 말했다.
“여러분 가운데 많은 이들은 여전히 폭력과 증오와 갈등에 대한 역사를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이들은 지금은 함께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말할 것이며, 어떤 이들은 모잠비크의 북부 지역 카보델가도 처럼, 과거의 상처가 다시 열리고 평화를 향해 이미 이뤄졌던 진보가 뒤집어질 것이라며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대가 없는 자비심
교황은 또 자연자원이 풍부한 모잠비크 북부 지방을 언급했다. 이곳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공격과 폭력 사태 때문에 불안정한 상태로 지속돼 왔다.
“오랜 분열로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용서와 화해로 이끌 수 있도록 초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용서와 화해는) 그 동안의 고통을 무시하거나 기억과 이상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회칙 「복음의 기쁨」, 100항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랑하고 선을 행하라고 말씀하시며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이는 우리에게 고통을 줬던 사람들을 (단순히) 무시하거나 그들과 마주치지 않고 피하려는 일 이상의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우리를 해친 이들을 향해 적극적이며 대가 없고 비범한 자비를 보이라는 명령입니다.”
자신을 학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교황은 “예수님께선 평화를 향해 이끄는 새로운 관계를 축복하시며”, 이는 “스승님께서 우리에게 세우신 높은 기준”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끈질기게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ostinato masochista)’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 그리스도인이면서 복수의 법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따라 사는 흔한 관행을 예수님께서 영원히 끝내길 원하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세상이 (자비심과 연민의 미덕을 무시한 채) “장애인과 노인을 죽이거나 버리며, 다친 사람과 약한 사람을 배제하고,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며 희열을 느끼는 일”을 보이고 있다며, “자비와 연민의 덕”과 “타인을 위한 선익을 마치 자신의 선익처럼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이어 평화란 단순히 “갈등의 부재’”가 아니라, “자비와 선함”으로 요약된다며, 특히 “자신들의 상태로 인해 쉽게 거부되고 배제된 사람들을 향한” “일상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는 약자의 자세가 아니라 강자의 태도를 말합니다. 자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타인을 폄하하거나 학대하고 짓밟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모든 인간의 태도를 가리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타인에게 사랑과 자비를 행할 때 우리 자신은 더 소중해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와 같이 행하는 이들과 동일시되고자 하는 마음과 함께 우리에게 섬김의 길을 가르쳐주심으로써 보여주시는 예언적인 힘이기도 합니다.”
외부 원조
교황은 모잠비크가 풍요로운 자연 자원과 문화가 있는 땅이지만, 역설적으로 “엄청난 수의 인구”가 빈곤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때때로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열의를 갖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모잠비크의 풍부한 자원을 보고) 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슬프게도, 이런 일은 같은 땅의 형제자매들 사이에서도 일어납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부패하도록 내버려둡니다. 이러한 부패 현상이 여러분이 외부 원조를 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데올로기를 측정하기 위한 척도
교황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즐거움과 희망, 평화와 화해의 씨앗”을 통해 “다른” 형태의 삶의 주인공이 될 것을 촉구했다.
“성령께서 촉구하시는 것은 과도한 행동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타인을 향한 관심, 곧 타인을 우리의 형제자매로 인식하고 인정함으로써 타인의 삶과 그의 고통을 마치 우리의 삶과 우리의 고통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일입니다. 이는 개인적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가난한 이를 착취하려는 모든 종류의 이데올로기들을 측정하는 가장 좋은 척도이기도 합니다(회칙 「복음의 기쁨」, 199항 참조). 이렇게 해야만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평화의 씨앗과 도구가 될 수 있고 화해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감정들의 지배자
교황은 바오로 성인을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단언했다. 만약 “그리스도의 평화”가 우리의 내적 주인이 된다면, 우리는 “사랑의 길, 자비의 길에 남을 것이고, 더 가난하게 되기를 선택할 것이고, 자연을 보호하는 길”에 남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평화를 향한 길”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님께서 우리 마음속의 모순된 여러 가지 감정과 이 나라의 복잡한 결정 가운데에서 (진정한) 지배자가 되실 때, 모잠비크는 희망의 미래를 보장받을 것입니다.”
인사말
미사가 끝날 무렵 교황은 모잠비크의 성공적인 방문 준비를 위해 “희생과 침묵”으로 애쓴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아울러 교황은 마푸투대교구장 프란시스코 치모요(Francisco Chimoio) 대주교가 떠올린 바와 같이 아직도 “수많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이들을 비롯해 허리케인과 유혈 폭력, 빈곤 등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은 이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이 미사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여러 희생을 치러야 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여러분이 모두 비에 젖었지만, 이 비가 축복된 성수이기를 바랍니다. 여러분께 고맙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닥친 허리케인 때문에 이곳에 올 수 없었던 이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함께하지 못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응원도 똑같이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희망을 품어야 할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근래에 이를 눈으로 보았고 손으로 만져 보았습니다. 부디 희망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이 도둑질하지 못하도록 하십시오! 희망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서로가 일치하는 것만큼 더 나은 방법은 없습니다. 그로써 희망을 유지하는 모든 이유들이 모잠비크의 화해와 평화의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통합되고 강해질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하시고 성모님께서 여러분을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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