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시노드, 교회의 예언자적 시선
Benedetta Capelli, Alessandro De Carolis / 번역 이정숙
갈증을 해소하는 물처럼 신선한 물이 필요한 땅에 내린 뿌리와 함께, 아마존의 심장인 삼림은 하느님의 말씀이다. 범아마존 지역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이하 아마존 시노드) 개막에 앞서 (이틀 전인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에 아시시에서 온 참나무를 바티칸 정원에 식수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10월 6일 주일에 봉헌된 미사와 함께 공식적으로 개막한 아마존 시노드의 서막이었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의 미사의 강론을 통해 교황은 나무를 심고 풍요로운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등 토착 원주민의 일상 행동에서 “함께 걸어가기”에 대한 열망이 생겨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강론은 성령의 불에 집중돼 있었다. 전 세계를 위한 삼림을 질식시키면서 “태워버리거나 집어삼키는 불이 아니라, 빛을 비추고, 데워주며, 생명을 주는 사랑의 불꽃”인 성령의 불이다.
“사랑 없이, 존중 없이, 민족과 문화를 집어삼키는 그 불은 하느님의 불이 아니라 세상의 불입니다. 그럼에도 얼마나 자주 하느님의 은총이 거저 주어지지 않고 강요되는지, 얼마나 자주 복음화가 아니라 식민화를 하는지요! 하느님께서는 식민주의의 새로운 형태의 탐욕에서 우리를 지켜주십니다. 최근 아마존 지역을 집어삼킨 불처럼, (지역을) 파괴하는 이해관계에 의해 번진 불은 복음의 불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불은 매력으로 이끌고 일치로 모읍니다. 이윤이 아니라 나눔을 통해서 자라납니다.”
녹색과 적색으로 물든 아마존
교황은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생명을 바치는 것이요, 끝까지 증거하는 것이며,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것이고(1코린 9,22 참조), 순교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아마존이 푸른 삼림을 보여주면서도 이 땅을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선교사들의 피, 땅을 지키려고 애쓰면서 잔인하게 배제된 토착 원주민들의 피인 붉은색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마존 시노드 참가자들과 토착 원주민 대표들은 교황과 함께 순교자들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를 들고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바오로 6세 홀까지 행렬했다. 전통적이고 귀중한 물건들이 담긴 카누를 들고 성가를 부르면서 하는 행렬이었다. 이는 오늘날 아마존이 세상과 교회에 제기하는 불편한 질문들의 여정으로 오른다는 상징이었다. 땅, 물, 빛, 어망과 같은 귀중한 상징들은 (시노드 개막 전날인) 5일 토요일 전야 기도 당시, 성 베드로 대성전 인근에 위치한 트라스폰티나 성당으로 가져갔던 것들이었다. 한편, 교황은 시노드 교부들 앞에서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시노드 개막) 연설을 하면서, 원주민들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면서 “발돋움하여” 아마존의 현실에 가까이 다가가라고 요구했다.
“이념(이데올로기)은 위험한 무기입니다. 우리는 항상 한 민족을 해석하기 위해 이념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념은 환원주의적입니다. 지성적으로는 이해하는 체하지만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감탄하지 않고 이해하는 것, 섞이지 않고 이해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과장된 태도로 이끕니다.”
성령의 숨결
교황은 멸시나 업신여기는 태도로 아마존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는’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살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깃털 머리장식을 한 토착 원주민에 대한 조롱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면서, 이 깃털 장식과 교황청의 일부 관료들이 머리에 쓰는 비레타(성직자들이 쓰는 삼각 모)는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가 시노드의 주인공인 성령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하느님의) 백성을 관상(묵상)하고, 이해하고, 섬기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우리는 주제 발표나 컨퍼런스 혹은 다른 여러 토론 행사가 아니라, 시노드의 여정을 걸어 나가면서, 시노드 안에서 이것을 합니다. 시노드에서 이것을 하는 이유는, 시노드는 국회가 아니며, 응접실도 아니고, 그 어떤 생각이나 계획을 집행하기 위해 누가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고 누가 더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노드를 살아가는 교회 안에는 항상 예언자적 시선이 있다. 교황은 성령의 빛에 의한 “담대한 지혜(prudenza audace)”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림 벌채에서 무절제한 광산 개발과 각종 오염에 이르기까지, 시노드 홀에서 정의한 오늘날의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죄(peccati ecologici)”가 너무 많이 일어나는 공간인 아마존에 존엄성을 되돌려주는 예언자적 시선이 필요한 것이다. 사목적 사랑과 기도, 하느님의 사람들의 용기로 이 땅의 외침을 모아들일 줄 아는 예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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