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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태국 주교들에 “선교는 전략이 아니라 ‘냄새’를 맡을 수 있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월 22일 복자 니콜라스 분커드 킷밤룽 성지 성당에서 태국 주교단과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대표 주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면서, 계획과 전략이 아닌 성령의 활동에서 영감을 받은 복음 전파자들의 ‘시선과 냄새 맡는 역량’을 갖도록 권고했다.

Alessandro De Carolis / 번역 김호열 신부

여러분은 작은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열등감이나 인정 받지 못한 불만으로 인해 여러분 자신을 오염되게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찬사는 교황 연설의 중반 부분에서 나왔다. 이는 숫자의 힘이 아닌 작은 이들의 믿음, 특히 순교에서 나온 “뿌리”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가톨릭 공동체에 대한 감탄 행위였다. 교황은 자신 앞에 태국과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의 주교들 그룹과 마주했다. 주교들과 만나기 앞서 사제, 수도자, 신학생들과의 만남이 있었기에, (주교단을 대상으로 한 연설은) 목자의 관점에서 선교의 의미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모든 문화는 복음에 적합합니다

주교들과의 만남은 (사제, 수도자, 신학생들과의 만남이 있었던 방콕 성 베드로 성당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복자 니콜라스 분커드 킷밤룽 성지 성당에서 진행됐다. 복자 니콜라스는 방콕교구 소속 사제이며, 태국과 프랑스가 서로 전쟁에 한창일 때 1944년 수감 중이던 감옥에서 결핵에 걸려 병사했다. 그는 ‘프랑스의 첩자’라는 누명으로 수감됐다. 사실 태국 사람들은 가톨릭 사제들의 많은 부분을 받아 들일 수 없었다. 교황은 복자 니콜라스 신부를 언급하면서 주교들에게 첫 선교사들의 기억을 상기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 선교사들은 용기와 기쁨과 특별한 저항으로 우리를 앞서 갔습니다.” 그들의 강인함은 오늘날 복음 선포자들을 위한 거울이기도 하다.

“그들은 성공을 보장하는 땅을 찾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그들의 ‘보증’은 특정 사람이나 특정 문화만이 생명의 씨앗과 행복의 씨앗, 특히 주님께서 그들에게 주고 싶어하시는 우정의 씨앗을 받을 수 있는 우선권을 지니지 않는다는 확신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 문화가 복음과 쉽게 조정되거나 유사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복음을 전하러 온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확신한 그 새로운 현실 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모든 삶은 스승 예수님의 눈에는 가치가 있습니다.”

선교사의 “후각”

교황과의 만남에는 태국 주교단과 함께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이하 FABC)를 대표하는 주교들도 참석했다. FABC는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으로, 내년에 창립 50주년을 맞아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총회와 관련해 교황은 “이 땅에 영향을 준 선교의 뿌리가 보존돼 있는 ‘성지들’을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태국이 “위대한 아름다움”의 땅이지만, 많은 “빈곤”들, 곧, 착취, 인신매매, 마약, 이주민 문제들이 산적한 땅이라고 다시금 언급했다. 교황은 전략보다 더 많은 사목적 관심사들이 성령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선교란 수행해야 할 활동이나 프로젝트이기에 앞서, (양들을) 응시하고 (양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감각의 함양을 필요로 하며, 부성애적이고 모성애적인 걱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목자가 포기하기 전에는 결코 양을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통합된” 양

교황은 몇 달 전에 있었던 일을 말하기 위해 잠깐 연설을 멈췄다. 태국 북쪽 지방에서 40년 동안 선교사로 지낸 한 프랑스 출신 선교사가 바티칸으로 교황을 만나러 간 일이었다. 그는 가정을 꾸린 어머니와 아버지들인 신자 단체 30여 명과 함께 교황을 찾았다. 신자 단체의 평균 나이는 25세였다. 

“이 선교사는 초창기 1세대들에게 세례를 베풀었고, 이제는 그들의 자녀들에게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를 보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50명, 100명 정도의 사람들을 위해 당신의 삶을 희생했군요.’ 하지만, 이것이 바로 그 선교사가 뿌린 씨앗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가 처음으로 세례를 베푼 사람들의 자녀들에게 세례를 베풀도록 허락하심으로써 그를 위로하셨습니다. 그들이 다만 태국 북부의 원주민들이었지만, 그는 그것을 복음화를 위한 보물로 삼고 살았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그 양들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양들을 통합시켰습니다.”

“주님과 함께 선교적 모험의 경이로움을 살아내야 합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어떤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거나 바라지 않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드러내 보일 필요 없이 말입니다.”

사람들 가운데서 

교황은 “복음화의 가장 아름다운 요점 중 하나는 교회에 맡겨진 선교사명이 복음을 선포하는 것에 국한된 것일 뿐 아니라, 복음을 믿는 것을 배우고 복음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도록 내어 맡기는 것을 배우는 것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성 바오로 6세 교황을 인용하면서, 교회는 “소명에 의한 증인”으로 변화시키는 “희망의 공동체”라고 말했다.

“(여정을) 떠나는 교회, 길거리로 나가 자신에게 맡겨진 사람들의 삶을 대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교회는 겸손하게 주님께 자기 자신을 열어젖힐 수 있는 교회입니다. 교회는 주님과 함께 선교적 모험의 경이로움을 살아내야 합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어떤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거나 바라지 않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드러내 보일 필요 없이 말입니다.”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과 하느님의 행하심을 바라보십시오

교황은 목자(주교)의 모습에 대해 “목자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백성을 애틋하게 사랑하고, 자신의 편협함과 연약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목자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사제들을 “심판관이 아니라 아버지로서” 사랑하도록 부름 받았으며, 동시에 “사목적 역동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교회 구조와 사고 방식”에서 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선교란 성직자와 축성생활자들에게만 해당된 일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연설을 마무리했다.

“여러분의 나라가 평신도들에 의해 복음화됐다는 사실을 놓치지 마십시오. (…) 그들은 주민들의 사투리(지방 언어)를 말할 수 있었으며, 이론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토착화가 아닌 그리스도를 나누는 열정의 열매인 토착화를 단순하고도 직접적으로 실천했습니다. 하느님의 거룩하고 충실한 백성은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소유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하느님의 백성임을 인식하고, 감사하고, 전파하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당신 백성 가운데서 행동하시는 하느님을 바라보는 이 은총을 놓치지 맙시다. 하느님께서는 과거에도 그렇게 하셨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계시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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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1월 2019,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