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CHARIS에 ‘성령 강림 대축일’ 전야 영상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가톨릭성령쇄신봉사회(CHARIS)에 영상메시지를 보냈다. CHARIS는 다양한 가톨릭 카리스마 사이의 일치와 소통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 2018년 교황청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부서가 인준한 새롭고 유일한 봉사단체다.

번역 이정숙

“오순절이 되었을 때 그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사도 2,1). 방금 우리가 들은 사도행전 2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오늘날에도 기술의 진보 덕분에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살아가는 신자인 우리가 성령 강림 대축일 전야에 모였습니다. 

말씀은 다음과 같이 이어집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 앉았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찼다”(사도 2,2-4).  

성령이 사도들 각자에게, 우리 각자에게 내려 앉으셨습니다. 예수님이 약속하신 성령은 우리 각자를 새롭게 하고, 회심시키고, 치유하려고 오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두려워하는지요! (사실) 성령은 두려움과 불안을 치유하기 위해 오십니다. 우리의 상처,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상처를 치유하러 오십니다. 성령은 우리를 제자로 변화시키려고 오십니다. 선교하는 제자, 증거하는 제자, 용감한 제자, 사도적 담대함(파레시아, parrhesia)이 충만한 제자 말입니다. 이는 우리가 읽고 있는 다음의 말씀에서 제자들에게 일어났던 것처럼, 복음을 선포하는 데 필요한 것들입니다. 

오늘날은 아버지가 우리에게 보내시는 성령이 다른 때보다도 더 필요합니다. 사도행전 1장에서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에게 들은 대로’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기다려라. 요한은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너희는 며칠 뒤에 성령으로 세례를 받을 것이다”(사도 1,4-5)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8절에서 다음과 같이 덧붙이십니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이러한 사람이) 예수님의 증거자입니다. 성령은 예수님의 증거자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오늘날 세상은 고통받고 상처입었습니다. 우리는 크게 상처입고, 특히 버림받은 가장 가난한 이들이 고통받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모든 인간적 안전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세상은 예수님께 봉헌한 우리를 필요로 합니다. 세상은 예수님의 복음에 대한 우리의 증거를 필요로 합니다. 이 증거는 성령의 힘을 통해서만 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령이 우리에게 새로운 눈을 주시고, 현재의 순간과 미래에 직면할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어 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하나인 인류라는 교훈 말입니다. 그 누구도 홀로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말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유다인도 그리스도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한 우리는 하나, 한 몸이며”(갈라 3,28 참조) 성령의 힘으로 결합되었습니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이 성령의 세례를 통해 말입니다. 우리는 이를 압니다. 알고 말고요. 그러나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코로나19 대유행은 그것을 더욱 비극적인 방법으로 체험하게 했습니다. 우리 앞에는 새로운 현실을 건설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주님이 그것을 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묵시 21,5)는 말씀에 협력할 수 있습니다. 

이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게 될 때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해 왔었던 것들을 계속해서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네, 모든 것이 달라질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더 의롭고, 더 공정하고, 더 그리스도적인 사회, 그러니까 이름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적인 행동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현실인 실제를 모두가 함께 건설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고통은 아무 쓸모 없을 것입니다. 만약 세상의 빈곤의 대유행, 우리 각자의 나라와 우리 각자가 살고 있는 도시의 빈곤의 대유행을 종식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 시간은 헛될 것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포함해 인류의 큰 시련들을 우리는 잘 이겨내거나 아니면 잘 이겨내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결과를 낼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여러분은 대유행에서 어떻게 벗어나고 싶습니까? 아주 잘 벗어나고 싶습니까, 아니면 아주 나쁘게 벗어나고 싶습니까? 이러한 까닭에 오늘날 그분이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키시고, 대유행에서 더 잘 벗어 날 수 있게 도와주시도록 우리 마음을 성령께 여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대로 심판받기 위해 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고,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기 때문이다”(마태 25,35-36 참조).

이는 모두,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또한 카리스마적으로 일치된 세계가톨릭성령쇄신봉사회 여러분의 과제입니다. 

1970년대 쉬넨스(L. J. Suenens) 추기경님과 헬더 까마라(Helder Camara) 주교님이 쓰신 「카리스마적 쇄신과 인간에 대한 봉사」라는 제목의 세 번째 메헬렌 문서에는 이 여정을 은총의 흐름으로 표현했습니다. 여러분, 이 성령의 부르심에 충실하십시오! 저는 지금 성 요한 23세 교황님의 예언자적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선포하셨고, 카리스마적 쇄신을 특별히 소중하게 여기셨습니다. “찬미받으실 하느님의 영은 모든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매일 그분께 전해지는 이 간청을 기꺼이 받아 주십니다. ‘새로운 성령 강림과 같은 당신의 기적으로 우리 시대를 새롭게 하시고, 예수님의 어머니신 마리아와 함께 한마음으로, 한결같음을 유지하면서 베드로 사도가 이끄는 성 교회가 거룩한 구원자의 왕국, 진리와 정의의 왕국, 사랑과 평화의 왕국을 전파하도록 허락하소서.’”

이 성령 강림 전야에 여러분 모두에게 성령의 위로를 기원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인 이 고통, 슬픔과 시련의 때에서 벗어나기 위한 성령의 힘을 기원합니다. 아주 잘 벗어나기 위한 성령의 힘을 말입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하시고 동정 마리아께서 여러분을 지켜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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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5월 2020,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