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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타인을 형제와 자매로 바라봐야”

프란치스코 교황의 새로운 사회 회칙의 메시지는 “그 누구도 혼자 힘으로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회칙은 전쟁, 증오, 무관심, 새로운 장벽에 압도되지 않기 위해 형제적 사회를 제안한다.

ANDREA TORNIELLI / 번역 이창욱

우리는 “폐쇄된 세상의 어둠”에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어둠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꿈꾸고 희망하며,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조성하는 데 힘쓰는 사람이 있다. “지역적으로 치르고 있는 제3차 세계대전”[“산발적인 제3차 세계대전(la terza guerra mondiale a pezzi)”]은 이미 시작됐고, 이윤에 토대를 둔 시장논리가 좋은 정치를 이긴 것처럼 보이며, 쓰고 버리는 문화가 만연하고, 굶주린 민족들의 부르짖음이 외면당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인간적이고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구체적인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5년 전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하며 환경 위기, 사회 위기, 전쟁, 이주, 가난 사이에 존재하는 연관성을 명백히 설명하려 했다. 동시에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표도 제시했다. 그 목표란 어머니 대지의 보호자인 인간을 중심에 두고, 피조물을 존중하는 가장 공정한 사회·경제 시스템이지, 절대적 신으로 격상한 돈이 아니었다. 10월 4일,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은 새로운 사회 회칙 「Fratelli tutti」를 통해,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길을 드러냈다. 곧,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우리를 형제와 자매로,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는 이로, 그리고 코로나19 대유행이 더욱 분명히 보여줬듯 모든 이가 같은 배에 타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늑대(homo homini lupus)가 되는 유혹, 새로운 장벽과 소외의 유혹에 굴하는 길이 아니다. 틀에서 벗어나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복음적 표상을 바라보는 길이다. 

 

교황이 제시한 여정은 타인을 이방인으로 간주하는 인식을 무너뜨리는 예수님의 메시지에 토대를 둔다. 사실 그리스도인은 “개별 인간 하나하나에 계신 그리스도를 알아 뵙도록” 부름 받았다. “이 세상의 버림받고 잊혀진 이들의 고통 안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다시 일어선 모든 형제자매 안에서 부활하신 분을 알아 뵙는 것입니다.” 형제애의 메시지는 믿지 않는 수많은 남자와 여자뿐 아니라, 다른 신앙을 가진 남자와 여자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공유해야 하는 메시지다.

새 회칙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펼쳐온 사회적 가르침의 집대성(summa)으로 소개된다. 교황 재임 7년 동안의 발언, 연설, 인터뷰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모았다. 회칙의 기원과 영감은 분명 지난 2019년 2월 4일 아부다비에서 알 아즈하르의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이맘과 공동으로 서명한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공동 선언문에서 드러난다. 교황은 종교 간 대화의 이정표가 된 이 공동 선언문에서, 대화가 길이 되고, 공동 협력이 행동(방식)이 되며, 상호이해가 판단기준과 (실행)방법이 되도록 다시금 호소했다. 

하지만 단지 종교 간 대화의 영역으로만 국한한다면 새 회칙을 격하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사실 「Fratelli tutti」의 메시지는 모두 우리 각자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사회·정치적 임무에 빛을 비추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로마의 주교(교황)가 오늘날 좋은 정치적 계획을 화두로 던지는 건 광야에서 외치는 목소리처럼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란 규제의 필요성 없이 모든 이를 위한 행복을 만들어낸다고 말하는 시장의 신화, 그리고 금융 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신뢰해 온 특정 역할을 다시금 고려할 수 있는 정치를 뜻한다. (새 회칙의) 한 장(章) 전체는 선거를 통한 단기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공동선과 특히 젊은이 세대를 생각하는 미래를 계획하며 큰 이상을 키우는 사랑의 증거와 봉사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정치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문을 닫아 걸고 있는 이 시대에 교황은 비록 강한 나라들만 중요하게 여기는 현실을 개혁해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국제기구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도록 다시금 초대의 범위를 넓혔다. 

회칙의 가장 강력한 부분 가운데 전쟁을 단죄하고 사형제 폐지에 할애한 내용이 있다. 성 요한 23세 교황의 사회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의 노선을 따라, 지난 10년 간 수많은 분쟁이 수백만 명의 죄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재앙적인 결과를 현실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 교황은 “정당한 전쟁(Guerra giusta, just war)”의 가능성의 토대가 된, 지난 세기에 무르익은 이성적인 판단기준을 오늘날에 유지하는 것이 몹시 어렵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전 세계에서 폐지돼야 할 중대 형벌이 반복되는 것은 용납할 수도 없고 정당화할 수도 없다.

교황이 주목하듯이 “현재 세상에서 동일한 인류(가정)에 속한다는 감각은 약화되고 있지만, 다 함께 정의와 평화를 건설하는 꿈이 철 지난 유토피아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꿈을 꾸고 특히 그 꿈을 다 함께 실현할 필요가 있다. 너무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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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10월 2020,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