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우리는 세금을 내며 복음을 증거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18일 연중 제29주일 삼종기도에서 이날 복음을 묵상하며 정직한 시민이 되는 동시에 하느님 사랑의 증인들이 되라고, 오늘날의 사람들을 위한 모범이 되라고 권고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주일 복음(마태 22,15-21 참조)은 당신의 적들인 바리사이들의 위선과 싸우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을 많이 칭찬했지만 – 처음에는 과도한 찬사를 늘어놨습니다 – 그런 다음 그분을 난관에 처하게 하고 사람들 앞에서 평판을 잃게 하려고 함정이 있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분께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17절) 하고 물었습니다. 다시 말해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 당시 팔레스티나에서 로마 제국의 지배는 종교적인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들은 침략자들이었죠. 동전에 황제의 모습을 새겨 강조했을 정도로 황제 숭배 사상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있어서 이스라엘의 하느님에 대한 모욕이었습니다. 예수님께 질문을 던진 자들은 자신들의 질문에 대해 “네” 혹은 “아니오”라는 대답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 질문으로 예수님을 궁지로 내몰았고, 올가미에 빠트렸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예수님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의 악의를 아시고 덫에서 벗어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동전을, 세금으로 내는 돈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셨습니다. 이어 그 동전을 손에 드시고 누구의 모습이 새겨졌는지 물으셨습니다. 그들은 카이사르, 곧 황제의 초상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21절).

예수님은 이 답변으로 논란을 넘어서십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넘어서십니다. 한편으로는 황제에게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을 인정하십니다. 동전에 새겨진 초상이 황제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마찬가지로 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무엇보다 각 사람마다 자기 안에 다른 모습이 새겨져 있음을 떠올리십니다. 우리는 마음속에, 영혼 안에 그 모습을 새기고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모상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각자는 하느님께, 오직 그분께만 자신의 실존, 자신의 삶에 대해 빚진 이들입니다.

예수님의 말씀 안에서 정치적 영역과 종교적 영역을 구별하는 기준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모든 시대의 신자들의 소명을 위한 뚜렷한 방향과 오늘날의 우리를 위한 방향도 드러납니다. 세금을 내는 것은 시민의 의무입니다. 국가의 정의로운 법의 준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시에 인간의 삶과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우선권을 강조해야 합니다. 하느님께 속한 것에 대해서는 하느님의 권리를 존중해야 합니다.

바로 여기서 교회의 선교 사명과 그리스도인의 선교 사명이 유래합니다. 곧 하느님에 대해 말하고 그분을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증언하는 일입니다. 우리 각자는 세례성사를 통해 사회 안에서 살아있는 존재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았고, 복음 그리고 성령의 생명력 넘치는 선혈(鮮血)로 그 사명을 활성화합니다. 겸손하게 노력하고 동시에 용감하게 기여하는 것입니다. 이는 정의와 형제애가 다스리는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뜻합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 모두로 하여금 온갖 위선을 피하며 정직하고 건설적인 시민이 되도록 도우시길 빕니다. 또한 하느님이 우리 삶의 중심이요 의미라는 것을 증언하는 선교사명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들인 우리의 도움이 되어 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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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0월 2020,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