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무기를 식량으로 바꾸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Benedetta Capelli / 번역 이창욱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기.”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위기에서 우리가 잘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이 같이 세 가지 길을 제시했다.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린 제16차 GLOBSEC* 글로벌 안보포럼(이하 포럼)을 위한 교황의 기여는 수많은 통찰로 가득하다. 6월 15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포럼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오피니언 리더, 경영자, 국제단체 등 100여 명의 정치인들이 참가하는 무대다.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포럼은 “더 나은 세상을 재건하자”라는 주제에 관해 성찰하도록 모든 이를 초대했다.
* 편집주: GLOBSEC는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소재 민간 외교안보연구기관으로, 안보·국방·에너지·유럽 이슈가 주 연구 분야다. 2005년 이래 중부 유럽 유일의 안보 포럼인 ‘GLOBSEC 글로벌 안보포럼’을 개최한다.
이윤 추구에 기반한 세상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우리가 내딛어야 할 첫걸음은 위기에 빠진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과거를 분석하고, 창조주와 피조물에 대해 우리가 “저지른 잘못”과 “시스템 결함”을 인식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교황은 바로 이 지점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전부터 이미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위기를 악화시켰던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재건하는 “회복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이윤 추구에 기반한 허황된 안보의식으로 속아 넘어간 세상을 봅니다. 저는 수많은 불평등과 이기주의가 두드러진 사회경제적 삶의 모델을 봅니다. 이런 형태의 삶은 세계 인구의 극소수가 재화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종종 사람들과 자원을 착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저는 환경을 충분히 돌보지 않는 삶의 방식을 봅니다.” 이어 교황은 우리가 “공공재를 제한없이 소모하고 파괴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며, 특히 가난한 이들과 미래 세대에 짐을 지우는 “생태 부채”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추상적이 아닌 구체적인 평등
선과 악. 교황은 위기엔 중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편에 설 것인지 택하도록 강요받기 때문에,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예전보다 “나아지거나 혹은 나빠지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결코 예전과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교황은 “우리가 보고 경험한 것을 판단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더 나아지도록”,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도록” 부추긴다고 말했다.
“모든 이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그 위기는 아무도 혼자 힘으로 구원될 수 없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킵니다. 위기는 모든 인간의 참된 평등을 깨닫도록 미래를 향한 길을 우리에게 열어줍니다. 추상적인 평등이 아니라, 구체적인 평등 말입니다. 이런 평등은 각 개인과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참된 발전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전체적인 전망, 희망의 전망
이 여정의 마지막 단계는 모든 인간에 대한 존중을 중심에 두는 모델을 통해, “사회적 불의와 배제 앞에서” 위기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모든 행위는 하나의 전망을 필요로 합니다. 전체적인 전망이자 희망의 전망입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 것을 보았던 이사야 예언자처럼 말입니다(이사 2,4 참조). 모든 이의 발전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회심의 과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죽음을 생명으로, 무기를 식량으로 바꾸는 결단을 포함합니다. 우리도 모두 생태적 회심을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체적인 전망은 피조물을 ‘공동의 집’으로 바라보는 전망을 포함하며,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시급히 행동하기를 요구합니다.”
교황은 이번 포럼 기간 동안 논의되는 내용이 “더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낳을 수 있는 회복의 모델, 민족 간 평화로운 공존과 피조물과의 조화에 바탕을 둔 발전 모델”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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