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서문이 실린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과 크리스티안 바로네 신부의 신간 『형제애, 시대의 표징: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회적 가르침』 표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문이 실린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과 크리스티안 바로네 신부의 신간 『형제애, 시대의 표징: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회적 가르침』 표지 

교황 “공의회, 세상에 형제애 전하는 빛”

바티칸 출판사(LEV)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문이 담긴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과 크리스티안 바로네 신부의 신간 『형제애, 시대의 표징: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회적 가르침』을 오는 9월 30일 서점가에 내놓는다. 교황은 서문에서 “우리가 교회에서 우리 자신을 ‘모두 형제들’이라 느끼고, 복음과 하느님 나라의 건설과 우리 공동의 집의 돌봄에 봉사하는 우리 각자의 직무를 살아내기 시작한다면” “형제애는 신뢰할 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APA FRANCESCO / 번역 이창욱

복음의 핵심은 하느님 나라의 선포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곧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 임마누엘이신 예수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사실 예수님 안에서 인류를 위한 당신 사랑의 계획을 분명히 드러내시고, 피조물에 대한 당신의 주권을 확립하시며, 인간 역사에서 안으로부터 변화시키는 신적 생명의 싹을 틔우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분명 세속적, 정치적인 성취와 동일시되거나 혼동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순전히 내적, 개인적, 영적 현실이나 내세에만 관련된 약속으로 상상해서도 안 됩니다. 실제로 그리스도인은 예수회 신학자 앙리 드 뤼박(Henri de Lubac)이 매우 선호했던 표현처럼, 강렬하면서도 마음을 잡아끄는 “역설(paradosso)”로 신앙을 살아갑니다. 이 역설은 우리의 살과 영원히 하나되신 예수님께서 이미 지금 여기에서 실현하시고, 우리를 하느님 아버지와의 관계로 열어 주시면서 우리의 삶과 역사 안에서 끊임없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시는 것을 말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 나라가 이미 가까이 왔기 때문입니다(마르 1,12-15 참조). 동시에 우리가 이 육신에 머물고 있는 동안에도 하느님 나라는 하나의 약속, 우리 내면에 깊숙이 품고 있는 갈망, 여전히 악으로 얼룩져 있으며 완전한 해방의 날이 오기까지 다 함께 탄식하고 진통을 겪고 있는 피조물에게서 나오는 부르짖음으로 남아 있습니다(로마 8,19-24 참조).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는 우리를 회심으로 초대하고 우리의 믿음이 개인적인 신앙심이나 율법주의로 축소된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요구하는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불안하게 사는 대신 삶과 사회의 다양한 상황에서 하느님의 활동에 협력하도록 우리를 매일 부르시는 하느님의 말씀과 주님을 계속 찾기 위한 살아있고 역동적인 현실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다양한 방식으로, 때로는 조용하고 드러나지 않게, 때로는 우리의 실패와 상처로 가득 찬 역사 안에서, 우리 마음속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역사 안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땅속에 숨겨진 작은 씨앗처럼(마태 13,31-32 참조), 밀가루 반죽을 부풀어 올린 누룩처럼(마태 13,33 참조),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시작하시기 위해 새 생명의 표징을 심으시고 이 구원 사업에 당신과 협력하라고 우리에게 요구하십니다. 우리 각자는 구원과 해방의 자리를 마련하고,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복음적 형제애를 통해 이기주의의 치명적인 논리에 맞서고, 이웃,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해 온유한 사랑과 연대에 투신함으로써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이러한 사회적인 차원은 절대 불식시켜서는 안 됩니다. 제가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에서 상기한 바와 같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선포는 그 자체로 사회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참행복(beatitudini)의 논리로 살아가는 사회와 형제애가 승리하고 연대하는 세상을 위한 사회를 건설하도록 초대합니다. 예수님 안에서 형제적 사랑의 계명대로 살도록 우리를 초대하시는 사랑의 하느님께서는 사랑을 통해 우리의 대인관계와 사회적 관계를 치유하시며 우리 가운데에서 평화와 형제애의 일꾼이 되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복음이 제안하는 것은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루카 4,43 참조). 이는 세상에서 다스리시는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가운데에서 다스리시는 그만큼, 사회생활은 보편적인 형제애, 정의, 평화, 존엄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선포와 삶은 사회에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복음의 기쁨」, 180항).

이런 의미에서 우리 어머니 지구를 돌보고 우리 “모두가 형제들”인 연대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약속은 우리의 신앙과 동떨어진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신앙을 실현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사회 교리의 토대입니다. 이는 단순히 그리스도교 신앙의 사회적 측면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신학적 토대 위에 놓인 현실입니다. 곧,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 당신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역사 속에서 이루시는 형제애와 사랑의 계획입니다. 여기서 신자들은 성령을 통해 내밀하게 일치됩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믿음의 형제들인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님과 크리스티안 바로네 신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두 분이 형제애에 관해 기여하신 공헌에 대해, 그리고 교황 회칙 「Fratelli tutti」를 소개하려는 지향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강조점과 구체적인 사회적 가르침 간의 깊은 연관성을 드러내고 설명하려 노력한 이 책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많은 경우 이러한 연결점이 언뜻 보기에 잘 드러나지 않기에 저는 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우선 젊은 시절에는 예수회 신학생으로, 그 이후에는 사제 직무를 수행하며 제가 몸담았던 중남미의 역사에서, 우리는 열의를 갖고 공의회의 신학적, 교회적, 영적 통찰력을 흡수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토착화시킨 교회 분위기에 젖어 들었습니다. 당시 우리 젊은이들에게 공의회는 우리의 믿음, 우리의 언어, 우리의 실천을 위한 지평이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교회의 생태계, 사목의 생태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의회 문헌을 자주 인용하거나 그에 머물며 숙고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공의회는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고 교회가 되는 우리 삶의 방식 안으로 스며들었고, 살아가는 동안 저의 통찰력, 이해력, 영성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이 제시한 대로 만들어졌습니다. 공의회의 본문을 인용할 필요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근본적으로 변한 세상에서, 우리가 비록 교회적이라 할지라도 우리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핵심 개념, 그 주제들의 토대, 신학적이고 사목적인 지평, 공의회가 활용한 방법론과 주장들을 더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님과 크리스티안 바로네 신부님은 이 귀중한 책의 전반부에서 이에 관해 많은 도움을 줍니다. 이분들은 제가 앞으로 수행하려는 사회적 가르침을 읽고 해석하며,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바깥으로 드러냅니다. 다시 말해 공의회의 가르침을 근본적인 토대이자 출발점으로, 물음과 아이디어를 낳는 자리로 여깁니다. 이는 제가 오늘날 교회와 전 세계에 강조하는 형제애로 인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이끌어낸 시대의 표징들 중 하나인 형제애야말로 우리의 세상과 우리 공동의 집(지구)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 공동의 집에서 형제와 자매로 살아가라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가 소개하려는 이 책은 오늘날 세상과 대화하면서 열린 교회의 공의회적 직관을 다시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현대 세계의 도전과 질문 앞에서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의 숨결로 응답하려 노력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공의회 교부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면서 현대 세계에서 세상과 대화하는 교회뿐 아니라 새로운 보편적 형제애를 실현하고 선포하며 피조물을 돌보는,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교회가 특별히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보편적 형제애 안에서 인간관계는 이기주의와 폭력에서 치유되고 상호 사랑, 환대, 유대에 기반을 둡니다. 

오늘날의 역사, 특히 불균형, 상처, 불공정으로 점철된 사회가 우리에게 이러한 것을 요구한다면, 이 역시 인간의 역사에서 이끌어낸 표징들에 귀를 기울이고 읽도록 초대했던 공의회의 정신 안에 있다는 걸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님과 크리스티안 바로네 신부님의 책은 다음과 같은 장점도 있습니다. 곧, 공의회 이후의 신학과 공의회의 사회적 가르침 자체가 사용했던 방법론에 대한 성찰을 제공합니다. 그 방법론이 공의회가 사용한 방법론, 곧 역사적-신학적-사목적 방법론과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방법론에서 역사는 하느님 계시의 장소가 되고, 신학은 성찰을 통해 방향들을 정하며, 사목은 사회적 실천과 교회적 실천에서 그 방향들을 구현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교황의 교도권은 항상 역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신학의 기여를 필요로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젊은 신학자 바로네 신부님의 이 같은 작업에 참여해주신 체르니 추기경님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일치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교황청에 봉사하고 사목 지도자가 되도록 부름 받은 추기경과 기초 신학자의 일치 말입니다. 이는 연구, 성찰, 교회 경험을 어떻게 결합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이며, 이 역시 하나의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곧, 공식적인 목소리와 젊은 목소리가 함께하는 방법론입니다. 따라서 교도권, 신학, 사목 실천, 지도력은 언제나 함께 걸어야 합니다. 언제나 함께 말입니다. 형제애는 신뢰할 만할 것입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우리 자신을 “모두 형제들”이라 느끼고, 복음과 하느님 나라의 건설과 우리 공동의 집의 돌봄에 봉사하는 우리 각자의 직무를 살아내기 시작한다면 말입니다. 

오는 9월 30일 교황청 사도궁 도서관의 살라 바르베리니(Sala Barberini)에서 「바티칸 뉴스」의 생중계로 교황의 서문이 담긴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과 크리스티안 바로네 신부의 신간 『형제애, 시대의 표징: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회적 가르침』이 소개된다. 

발제자들은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의 임시 차관 알레산드리아 스메릴리 수녀 △노동연맹 회장 겸 보이지 않는 이들을 위한 운동의 대변인 아부바카르 수마호로 △교황청 신앙교리성 부차관보 아르만도 마테오 신부 등이다. 예수회 발행 주간지 「아메리카」의 바티칸 통신원 제라르드 오코넬 박사가 사회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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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9월 2021, 0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