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건설 현장에서 최대한의 책임과 투명성 당부 교황, 건설 현장에서 최대한의 책임과 투명성 당부 

교황 “노동자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탈리아 건설협회(ANCE) 대표단의 예방을 받고 건설 현장에서의 경쟁력과 투명성, 책임성과 지속성, 윤리성과 안전한 현장의 가치를 강조했다. 교황은 건설 현장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현실을 개탄하는 한편, 지배와 배제의 의도가 아니라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경쟁’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ntonella Palermo / 번역 이재협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은 1월 20일 오전 ‘이탈리아 건설협회(l'Associazione Nazionale Costruttori Edili, 이하 ANCE)’ 대표단에게 △경쟁과 투명성 △책임과 지속 가능성 △윤리 △합법성과 안전성의 가치 등을 주제로 연설했다. 이날 ANCE 소속 50여 명의 대표단은 협회 설립 75주년을 맞아 교황궁 클레멘스 홀에서 교황을 예방했다. ANCE는 공사 규모에 관계없이 건설 부문에 종사하는 이탈리아 건설업자들이 가입한 협회다. 건설 업계는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침체되며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집을 짓는 사람의 비유

교황은 참석자들을 향해 인사한 뒤, 예수님께서 메시지를 전달하시기 위해 집을 짓는 사람에 대한 비유를 사용하신 루카 복음 6장의 내용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교황은 이 비유를 통해 예수님께서 “행하지 않고 말만 하는 사람들의 위선적이고 게으른 행실을 폭로”하신다고 설명했다. “예수님께서는 건축 기술에 대한 지혜를 보여주시면서 위선자들을 기초도 없이 맨땅에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좋은 건축가는 홍수가 나면 그러한 집이 곧 무너지고 허물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복음은 전한다.

“예수님의 비유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대조와 함께 이어집니다.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실행하는 이가 어떤 사람과 같은지 너희에게 보여 주겠다. 그는 땅을 깊이 파서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루카 6,47-48). 만약 그 집을 짓는 사람이 현재 올바른 일을 했을 뿐 아니라 그 올바른 일을 통해 다가올 홍수로부터 집을 지켰다고 생각한다면, 이 장면은 (집을 짓는 일을 하는 여러분에게) 더욱 흥미로운 장면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홍수)은 결코 일어나지 않아요!’ 아닙니다.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변화를 통해 그러한 현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좋은 행동이 동반된 믿음은 시련에 맞설 힘을 줍니다

교황은 언행일치를 통한 “행동의 일관성”을 당부했다. 

“예수님 말씀에 따르면, 믿는 사람이란 단지 겉으로 그리스도인처럼 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리스도인으로서 효과적으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삶의 평범한 순간뿐 아니라 심지어 어려운 순간에도 한결같이 자신을 일어설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이 ‘행동의 일관성’입니다. 이는 믿음이 우리 인생에서 만나는 여러 폭풍우(시련)로부터 우리를 지켜준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좋은 행동과 동반되면서 우리를 굳세게 하고 시련에 저항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여러분 협회 회원들에게 영감을 줄 이 가치를 매일 수호하고 마음에 굳게 새겨야 합니다.”

경쟁이 더 나은 것을 위한 자극이 되길

교황은 먼저 경쟁의 가치를 설명한 다음 합법성과 사회 정의 측면의 주제를 심화해 설명했다. 왜냐하면 “경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공리주의 논리에선 상대방을 제거하기까지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는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이길 수 있다거나 상대방의 패배를 경제 성과에 반영해야 한다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시장 자체를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사회적 신뢰 구조가 위태로워집니다. 경쟁은 지배하고 배제하려는 의지가 아니라, 더 좋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자극제가 돼야 합니다. 이것이 의사결정 과정과 경제적 선택의 투명성이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의사결정 과정과 경제적 선택의 투명성은 필수입니다.”

“경쟁과 투명성은 함께 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경제·고용 분야에서 실직, 불법 일자리 지원, 저임금 근로와 같은 불공정 경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불법과 불공정의 혼란을 부추기는 부패의 여러 형태가 널리 퍼지는 것을 끝낼 수 있습니다. 불법과 불공정은 올바른 길이 아닙니다. 사회를 병들게 하는 옳지 않은 길입니다.”

지속 가능한 노동을 위해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사용된다. 교황은 모든 생태계의 재생 역량을 위해 “지속 가능성”을 당부했다. 아울러 여러 공사 현장의 작업에 있어 필수적 당부도 잊지 않았다.

“건설 분야에선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는 자재 사용이 필수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환경 착취를 피해야 합니다. 환경을 착취하면서 특정 영토가 생명력을 잃도록 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기업은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저마다 책임지고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인간 관계의 가치를 존중하는 설계의 아름다움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강조한 내용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속 가능성은 각 지역의 아름다움 그리고 관계의 질적 측면과 연결돼 있습니다.” 교황은 회칙을 인용하며, 특히 도시 계획과 인간 행동 사이의 관계를 설명했다.

“‘생활 공간과 인간 행동의 상호 관계를 고려하여, 건물, 동네, 공공장소, 도시를 설계하는 이들은 인간의 사고방식, 상징 세계, 행동 방식의 이해를 돕는 여러 학문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설계의 아름다움의 추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간 삶의 질, 인간과 환경의 조화, 만남과 상부상조와 같은 또 다른 아름다움에도 도움이 될 때 더욱 값진 것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 계획의 분석에 관련 지역 주민들의 견해를 더 많이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찬미받으소서」, 150항). 여러분의 작업을 통해 지역 공동체들이 연대, 협력, 상부상조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일터에서 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안전은 비용이 아닙니다

교황은 지난해 일터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건설 현장에서도 우리가 경시할 수 없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교황은 “불행하게도 우리가 일터의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한다면, 잘못된 전제로 시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진정한 재산은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성경의 이야기를 전했다.

“바벨탑을 건설할 때 발생한 일이 생각납니다. 당시 벽돌은 짚과 풀로 덩어리를 만들고, 구워야 했기 때문에 만들기가 어려웠습니다. 엄청난 작업이었죠. 그래서 벽돌 하나하나가, 재산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꽤 비쌌습니다. 따라서 바벨탑 건설 중에 벽돌이 떨어진다는 것은 매우 큰 일이었고, 인부는 그에 대한 책임으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 명의 인부가 추락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이 진정한 재산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노동 공동체도, 기업도, 경제도 없습니다.”

“사람이 진정한 재산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노동 공동체도, 기업도, 경제도 없습니다. 일터의 안전은 인적 자원의 보호를 의미합니다. 인적 자원은 하느님의 눈과 선한 기업가의 눈에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지닙니다. 그러므로 합법성은 사람이라는 최고의 자산을 보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한 노동은 모든 이로 하여금 매일의 일용할 양식을 벌어 자기 자신을 최고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가 노동의 존엄을 더 챙길수록, 노동의 질과 아름다움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더욱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

끝으로 교황은 ANCE 대표단을 위해 노동자의 수호 성인인 성 요셉의 보호를 청하고 강복하며 연설을 마쳤다.

ANCE 협회장 “방치와 무관심은 병폐”

ANCE의 가브리엘레 부야 협회장은 자신들에게 할당된 도시, 마을, 영토 및 그와 관련된 모든 시설을 관리하기 위해 ‘국가 회복 및 복원 계획’이라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교황에게 말했다. “치료해야 할 많은 병폐가 있습니다. 몇몇은 방치와 무관심으로 인한 것이고, 몇몇은 기후변화로 인한 것입니다.” 부야 협회장은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는 공정의 길”에 높은 관심을 두고 이를 가속화하는 것이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건설 현장, 난민과 출소자를 위한 포용성의 본보기 

부야 협회장은 수년 동안의 위기와 몇몇 기업의 폐업 이후 최근 몇 달 동안 중요한 기회가 수만 명의 구직자들에게 열리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건설 현장은 언제나 포용성의 본보기이자 많은 전문직 집단의 본보기입니다.” 그는 난민과 출소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활사업에 대해 관련 주무부처와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설 현장의 안전성 측면과 관련해 노동자들에게 매일 노출되는 위험을 건설회사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가장 말단 직원까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인간 생명은 신성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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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월 2022, 2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