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무기를 내려놓으십시오. 전쟁하는 이들은 인간성을 망각합니다”
Alessandro De Carolis / 번역 이정숙
약해지지 않는 미사일의 굉음에 맞서는 목소리. 넓은 광장 위의 창에서 나오는 목소리이지만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양심의 창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들이 유럽의 일부를 전쟁터로 만들며 유혈사태를 일으키고 있지만 그 목소리는 물러나지 않는다.
“최근 우리는 비극적인 일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이 길로 들어서지 않기를 몇 번이고 기도했습니다. 계속 그렇게 기도합시다. 아니, 오히려 하느님께 더욱 간절히 기도합시다.”
진짜 희생자
교황은 2월 27일 연중 제8주일 삼종기도 후 오는 3월 2일 재의 수요일을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단식의 날로 지내자는 최근의 호소를 되풀이했다. 이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으킨 전쟁으로 탈출을 시도하거나 목숨을 잃은 이들, “어린 자녀와 함께 피란길에 오른 어머니들 (…)” 같은 무고한 민간인들에게 평화가 돌아올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 기도하고 금식하는 날이다. 교황은 “우리가 모두 형제임을 느낄 수 있도록 기도하고, 하느님께 전쟁이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하자”고 말했다.
“전쟁을 벌이는 자들은 인간성을 망각합니다. 그들은 사람에게서 시작하지 않고,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보지 않으며, 기득권과 권력을 모든 것보다 우선시합니다. 그들은 악마적이고 비뚤어진 무력의 논리를 믿습니다. 하지만 이는 하느님의 뜻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들은 평화를 원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멀리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전쟁의 어리석은 행동의 대가를 직접 치르는 진짜 희생자들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전쟁의 단면
교황은 노인과 아이들을 비롯해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인도주의적 통로를 시급히 개방해야 한다”며, 이들이 “환대받아야 할” 형제자매들이라고 강조했다. 전쟁으로 “부서진” 세상을 향한 교황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깊은 감동으로 울려 퍼졌다.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괴로운 마음으로 다시 한번 말합니다. 그리고 예멘, 시리아, 에티오피아 등 세계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전쟁도 잊지맙시다. 무기를 내려놓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들과 함께하시지,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과 함께하시지 않습니다.”
끝으로 교황은 이탈리아 헌법을 인용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른 민족의 자유에 대한 침략의 수단이자 국제 분쟁 해결의 수단으로서의 전쟁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우크라이나어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찬미받으소서(Хвала Ісусу Христу)”라고 인사를 전하자,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은 국기를 흔들며 감사를 표했다.
셰브추크 상급대주교 “대피소에 있지만 미사 거행”
‘우크라이나 그리스-동방 가톨릭교회’ 수장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Sviatoslav Shevchuk) 상급대주교는 폭격이 그친 때를 이용해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는 또 다른 끔찍한 밤을 보냈습니다.” 그는 로마에 있는 상급대주교 사무국에서 매일 방송하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 같이 전했다. 셰브추크 상급대주교는 “사제들은 지하도, 대피소, 지하실에 있더라도 미사를 거행한다”며 “통행금지로 성당에서 전례를 거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자신의 백성과 함께합니다.” 셰브추크 상급대주교는 인도적 지원을 모으고, 연대 행위를 도모하며, 진실을 말하려 힘쓰는 사람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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