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피누 국립 성모성지의 기도 모임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 타피누 국립 성모성지의 기도 모임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환대, 교회가 복음의 정신으로 얼마나 스며들었는지 검증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조섬에 위치한 타피누의 국립 성모성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을 재발견하라고 촉구했다. “복음 선포의 새로운 길,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르는 길로 들어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교회의 기쁨은 복음 선포이기 때문입니다.”

Adriana Masotti / 번역 박수현

4월 2일 몰타 고조섬에 위치한 타피누 국립 성모성지에서 기도 모임이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자리에서 ‘형제를 사랑해야 하느님도 사랑할 수 있다’며 “예수님과의 인격적 만남”과 “복음 선포의 기쁨”이라는 신앙의 원천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이날 교황은 지치지 않고 “교회의 기쁨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Mario Grech) 추기경과 몰타대교구장 찰스 시클루나(Charles Scicluna) 대주교와 함께 쌍동선을 타고 해안가를 따라 천천히 이동해 오후 5시30분께 고조섬에 도착했다. 이어 교황 전용차를 타고 깃발을 흔드는 환영 인파 사이를 지나 대성당의 옆문으로 향했다. 교황은 대성당 중앙제대 왼쪽에 위치한 경당에 모셔진 타피누의 성모상 앞에서 성지의 전통을 존중하며 세 번의 성모송을 바치고, 대성당 안에 모인 몇몇 신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약 3000명의 신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대성당 앞 넓은 광장으로 이동하자 고조교구장 안톤 테우마(Anton Teuma) 주교의 인사말과 함께 기도 모임이 시작됐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삶

복음 낭독에 앞서 산디와 도메니코, 제니퍼, 프란체스코 피오 아타르드의 신앙 나눔이 있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선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요한 19,25-27).

교황은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고 모든 것이 영원히 끝난 것처럼 보였다”며, 예수님께서도 버림받음을 느끼셨다고 설명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의 ‘때’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시간입니다. 이는 역사의 종말을 나타내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을 나타냅니다. 사실 우리는 십자가에서 우리에게 팔을 벌리시고 당신의 죽음을 통해 영원한 생명의 기쁨으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그리스도의 자비로운 사랑을 묵상합니다. 그 마지막 때에 새로운 생명이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그 죽음의 시간에서, 생명으로 가득 찬 또 다른 시간이 시작됩니다. 곧, 교회가 태어난 순간, 교회의 때입니다.” 

복음 선포는 교회의 기쁨

교황은 그 시작으로 돌아가자고 초대했다. 이어 기원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신앙의 본질을 재발견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초기 교회로 돌아간다는 것은 최초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교회 모델을 모방하기 위해 뒤돌아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는 ‘역사를 건너뛸 수’ 없습니다. 마치 주님께서 다음 세기 동안 교회의 삶에서 위대한 일들을 말씀하지 않으시고 행하지 않으신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또한 한 공동체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간주하면서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으로 행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 오히려 기원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최초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정신을 회복하는 것, 다시 말해 그 마음으로 돌아가 신앙의 핵심을 재발견하는 것을 뜻합니다. 곧, 예수님과의 관계와 그분의 복음을 온 세상에 전파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본질입니다! 교회의 기쁨은 바로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교회, “건설해야 할 미래”

교황은 십자가 앞에서 느낀 제자들의 슬픔이 “선포의 기쁨으로 바뀌었다”며, 제자들의 관심사가 “공동체의 위신”이나 “세련된 예배”가 아니라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회의 삶은 “단순히 ‘기억해야 할 과거’가 아니라 언제나 하느님의 계획에 순응하며 ‘건설해야 할 위대한 미래’”라고 말했다.

“물려받은 전통, 장엄한 예식 거행, 인기 있는 대중행사, 강렬하고 흥미진진한 순간으로 이뤄진 믿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만나고, 매일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교회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참된 대중신심의 정신에 바탕을 둔 쇄신된 믿음을 필요로 합니다.”

교황은 예배와 종교적 실천의 아름다움이 언제나 살아 있고 열린 신앙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종교적 관습이 아니라 “증거”를 중심으로 한 교회가 되려면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폐쇄적인 집단이 아니라 타오르는 복음의 등불을 들고 모든 사람을 만나러 나가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분이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처럼 삶을 바꾸는 복음화와 복음 선포의 새로운 길,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르는 길로 들어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교회의 기쁨은 복음 선포이기 때문입니다.”

환대의 예술을 발전시키십시오

교황은 십자가 아래에 있는 마리아와 요한의 모습을 살펴보자고 초대하며, 예수님께서 그들 각자에게 서로를 맡기는 행위를 보여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환대의 예술을 발전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요한이 마리아를 자신의 집으로 모신 것은 사랑의 최고 계명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표지”라고 말했다. “하느님께 대한 공경은 우리 형제자매와의 친밀함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교회에서 형제자매 간의 사랑과 이웃을 환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주님께서는 십자가의 ‘때’에 마리아와 요한이 서로 보살펴야 한다는 점을 우리에게 떠올려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이 우선순위를 놓치지 말라고 모든 시대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권고하십니다.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6.27). 이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것에 다름 아닙니다. ‘여러분은 같은 피로 구원을 받았고 한 가족이 되었으니 서로 환대하고 사랑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주십시오.’ 의혹, 분열, 소문, 험담, 불신 없이 말입니다.”

가련한 이들 앞에서 여러분에게 당신을 드러내시는 분이 그리스도이십니다

교황은 무엇보다도 상호 환대가 우리의 교회적 관계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우리의 형제적 친교에 따라 결실을 맺을 것이기 때문이다. “환대는 또한 교회가 복음의 정신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스며들고 있는지 검증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합니다.” 교황은 아름다운 성당 내에서 끼리끼리 환대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우리는 아름다운 성당의 그늘 아래에서 끼리끼리 환대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습니다. 바깥에서 수많은 형제자매들이 고통과 비참에 시달리고 가난과 폭력으로 고통받으며 십자가에 못 박혀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중요한 지리적 위치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여러분의 해안에 상륙하는 삶의 폭풍에 휩싸인 많은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이는 구원의 항구 같은 존재입니다. 이 가련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다름 아닌 그리스도께서 당신 스스로를 여러분에게 드러내십니다.”

세상에 애틋한 사랑의 불을 지피십시오

교황은 “생의 냉기가 고통받는 사람들을 덮칠 때 애틋한 사랑의 불을 지피는 것”이 교회의 임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바오로 사도가 이곳에서 선포한 복음을 계속해서 전파한 수많은 선교사, 사제, 남녀 수도자, 신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끝으로 교황은 그리스도교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며 “우리를 세상의 길로 내보내는 기쁨의 원동력인 하느님의 사랑,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고 아름다운 증거인 이웃 환대”로 돌아가자고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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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4월 2022, 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