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몰타 순방… “짧지만 아름다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36번째 해외 사도 순방이 시작됐다. 이타항공 에어버스는 1시간30분의 비행 끝에 4월 2일 오전 9시50분 몰타에 도착했다. 교황은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전보를 보내며 “빛나는 아름다움의 나라를 방문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동행 취재진에게 키이우 방문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하는 한편, 몰타 순방에 대한 큰 기대를 표명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안주영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가 교황 재위 36번째 해외 사도 순방지로 선택한 섬나라 몰타는 강한 지중해 바람과 함께 프란지스쿠(몰타어로 Frangisku) 교황의 도착을 환영했다. 교황은 몰타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48시간도 채 되지 않는 이번 순방이 “짧지만 아름다운” 순례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순방에 동행한 취재진에게 키이우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몰타 사도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
프란치스코 교황의 몰타 사도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

몰타 도착

교황은 4월 2-3일 수도 발레타를 비롯해 라바트, 플로리아나, 고조섬을 방문한다. 교황이 탑승한 이타항공의 에어버스 A320 항공기는 4월 2일 오전 9시50분 몰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조지 윌리엄 벨라 몰타 대통령과 영부인이 교황을 맞이했다. 희고 붉은 몰타 국기와 희고 노란 바티칸 시국 국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군악대가 각국 국가(國歌)를 연주하며 환영식을 이어갔다. 이후 교황은 몰타 대통령을 비롯해 공항에 나온 대표단과 인사를 나눴다. 벨라 대통령이 고조교구장이었던 주교대의원회의 현 사무총장인 몰타 출신 마리오 그레크(Mario Grech) 추기경과 포옹을 나누는 동안 교황은 잠시 멈춰 몰타대교구장 찰스 시클루나(Charles Scicluna) 대주교와 인사했다. 그리고 두 명의 어린이가 교황에게 꽃다발을 선사했다. 

교황과 조지 벨라 몰타 대통령
교황과 조지 벨라 몰타 대통령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

교황은 벨라 대통령과 함께 긴 레드 카펫을 따라 대통령과 장관급 귀빈 라운지까지 걸어갔다. 이어 발레타 소재 몰타기사단장 궁으로 이동했다. 이곳에 도착한 교황은 교황전용차를 타고 환영 인파 사이로 지나갔다. 많은 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색종이 조각을 뿌리면서 “파파 프란치스코, 파파 프란치스코!”를 외쳤다. 지난 1571년 지어진 건물로 예루살렘의 성 요한 구호기사단(현재 몰타기사단)의 본부가 있었던 이 궁에서 교황은 벨라 대통령과 공식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벨라 대통령은 영부인과 함께 교황을 ‘대평의회 회의실’로 안내하고, 그곳에서 선물 교환이 이뤄진다. 이후 같은 장소에서 로버트 아벨라 총리와 그의 가족들과 짧은 비공개 만남을 갖는다. 이어 교황은 몰타기사단장 궁 방명록에 서명을 남긴다. 

“‘보기 드문 인류애’가 약동하는 지중해의 심장 몰타의 순례자로 환대를 받은 저는 정치인들을 위해 지혜와 자비를, 몰타 국민과 온 세상을 위해 일치와 평화를 하느님께 간청합니다.”  

대평의회 회의실에서 정부 지도자와 외교단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첫 번째 공식 연설을 한다. 

방명록에 서명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명록에 서명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몰타로 출발

교황을 태운 전용기는 4월 2일 오전 8시40분 출발했다. 앞서 교황은 산타 마르타의 집을 방문한 몇몇 우크라이나 난민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 뒤 흰색 피아트(500L) 승용차를 타고 로마 피우미치노(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바티칸 시국 국가헌병대와 경찰의 호위를 받은 교황은 로마 공항 진입로 중 하나를 통과해 공항 전용 주차장에 도착했다. 강풍으로 인한 안전상의 이유로, 교황은 관례대로 전용기 문에서 환송객들에게 인사하지 못하고 특별히 마련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환송객으로 정부와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했다. 

기자들을 향한 인사, 키이우 방문 

교황은 짧은 비행 시간 동안 동행 기자단 70여 명과 한 사람씩 인사를 나눴다. 

“좋은 아침입니다. 짧은 이번 여행에 저와 동행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키이우 방문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교황은 방문 가능성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짧은 비행 중에 스페인 주교회의 라디오 방송 「코페」(COPE) 소속 에바 페르난데스 기자가 교황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달했다. 이 선물은 아프리카 이주민 다니엘 주드 오케오구알레 씨가 자신이 탔던 난파선과 동료들을 구할 수 없었던 절망을 표현한 그림이다. 다니엘 씨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동봉했다. “이 그림이 제가 진정으로 느끼는 바를 반영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제 마음이 지금도 피를 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가 난파된 그날 제 영혼의 일부도 산산조각 났습니다. 제가 아무리 손을 뻗어도 형제들을 죽음에서 구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고무 보트 위로 끌어당길 수 있었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제가 다른 이들을 구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자신이 구조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앞서 교황은 다니엘 씨의 다른 작품을 전해 받고 즉시 예술가의 ‘손’을 알아본 적이 있다.  

비극적인 난파 장면을 묘사한 다니엘 씨의 그림을 받고 있다.
비극적인 난파 장면을 묘사한 다니엘 씨의 그림을 받고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보낸 전보

교황은 이탈리아를 떠날 때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보내는 관례적인 전보를 통해 “수많은 배가 입항과 출항을 거듭한 천년의 항구는 물론 지중해의 중심에서 빛나는 아름다움의 나라”에서 신앙의 형제자매들을 만난다는 “기쁨”을 표했다. 아울러 마타렐라 대통령과 이탈리아의 모든 국민들에게 “평온과 평화를 위한 염원”을 보냈다. 

몰타 국민의 기다림

4월 2일 새벽부터 지금까지 몰타 국민들이 거리에 내건 휘장에서 미소 짓고 있는 로마의 주교(교황)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교황은 몰타 주재 교황청 대사관에서 휴식을 취한 뒤 “자매 섬”이라 불리는 고조섬에서 타피누의 성모성지를 방문하며 4월 2일 일정을 이어갈 것이다. 교황은 성모성지 앞 광장에서 신자들과 함께하는 기도 모임을 주례한다. 1883년 이곳에서 농부 카르멜라 그리마(Carmela Grima)는 “내 육신이 하늘에 오르기 전 무덤에 안치돼 있던 삼일을 기려 성모송을 세 번 바치도록 하라”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 이후 이 성모성지는 고조섬에서 가장 중요한 순례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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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4월 2022,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