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시성 미사 “성덕은 개인의 영웅주의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
Adriana Masotti / 번역 이창욱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15일 부활 제5주일 오전 성 베드로 대성전 앞 광장에서 복자 10위의 시성식과 시성 미사를 거행했다. 교황청 시성성 장관 마르첼로 세메라로(Marcello Semeraro) 추기경은 새 성인들의 약력을 소개했다. 이번에 성인품에 오르는 10위는 △티투스 브란즈마 신부 △‘데바사하얌’으로 알려져 있는 평신도 라자로 △세자르 드 뷔 신부 △루이지 마리아 팔라촐로 신부 △주스티노 마리아 루솔릴로 신부 △샤를 드 푸코 신부 △마리 리비에 수녀 △예수의 마리아 프란체스카(세속명 안나 마리아 루바토) 수녀 △예수의 마리아(세속명 카롤리나 산토카날레) 수녀 △마리아 도메니카 만토바니 수녀 등이다. 여러 나라와 대륙에서 남녀 수도자와 사제들을 비롯한 5만여 명의 신자들이 새 성인들을 축하하기 위해 로마에 모였다. 이들은 새 성인이 호명될 때마다 큰 박수로 맞이했다. 이날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도 성 베드로 광장에 함께했다.
그리스도인은 사랑의 계명대로 사는 사람입니다
새 성인들의 얼굴을 인쇄한 휘장이 성 베드로 대성전 정면에 걸렸다. 교회는 이날 그들을 기리지만, 사실 그들은 섬기는 삶을 우선하며 평생 동안 그러한 영예를 추구하지 않았다.
교황은 강론에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는 예수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묵상하며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떠올렸다. 우리가 주님의 제자인지 아닌지를 식별하기 위한 궁극적인 기준이 바로 사랑의 계명이라고 강조한 교황은 이 계명의 본질적인 요소 두 가지를 설명했다. “우리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 –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 과 주님께서 우리에게 살아내라고 요구하시는 사랑 –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 입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계명을 제자들에게 주신 것은 수난 전날 밤 다락방의 분위기가 “감정과 우려로 가득 차 있을 때”였다. 스승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작별을 고하려 하셨기 때문에 감정적인 분위기였으며, 제자들 중 한 명이 당신을 배반할 것이라고 말씀하셨기에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일상에서 성덕을 구하십시오
교황은 모든 것이 하느님 사랑에서 시작한다면서, 그리스도인 삶의 중심은 “우리의 능력이나 공로가 아니라 무조건적이고 무상적인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은 단지 우리가 결과를 내는 것만 가치 있다고 말하는 반면, 복음은 “삶의 참된 진리, 곧 우리가 사랑받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교황은 이것이 우리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우리 쪽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우리가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고 이에 놀라움을 느끼면서” 시작한다. 교황은 동시대의 영적 스승인 헨리 나웬 신부의 말을 인용했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기 훨씬 전에 하느님의 사랑스러운 눈길이 먼저 우리를 바라봅니다.” 이 진리는 성덕에 관한 우리의 흔한 사고방식을 바꾼다.
“때때로 좋은 일을 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 개인의 영웅주의, 금욕할 수 있는 역량, 보상을 얻기 위한 자기 희생에 바탕을 둔 성덕의 이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많은 경우 이는 지나친 ‘펠라지우스주의자’의 방식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성덕을 달성하기 힘든 목표로 변질시켰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거리의 먼지 속에서, 구체적인 삶의 시련 속에서, 그리고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가 동료 수녀에게 말한 것처럼 ‘주방 냄비 가운데에서’ 성덕을 구하고 받아들이는 대신, 매일의 삶에서 성덕을 따로 떨어뜨려 놓았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새 계명의 둘째 부분을 묵상한 교황은 이 말씀이 그저 예수님처럼 행동하라는 초대일 뿐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에게 당신 성령을 주셨기에 우리도 형제자매를 만날 때마다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를 내려놓고 즉석에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할 힘이 있습니다. 내가 사랑을 받은 것처럼, 나도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항상 그렇습니다. 내가 하는 사랑은 나를 위한 예수님의 사랑으로 합쳐집니다. 주님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이토록 단순합니다. 아주 단순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많은 것들을 가져와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아주 단순한 것입니다. (...)”
사랑하는 것은 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랑은 무엇인가? 교황은 예수님께서 사랑하라는 계명을 명하시기 전에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고, 그 다음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 사랑하는 것은 섬기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는 것, (…)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카리스마(은사)와 선물을 함께 나누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형제자매들 안에서 고통받으시는 그리스도의 몸을 만지고 보고, 또 만지고 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한 사람의 생명을 내어 준다는 것을 뜻합니다.”
성덕: 자신의 소명을 완전히 살아내는 것
교황은 ‘성덕’이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지 설명하는 교황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Gaudete et exsultate) 14항을 인용했다.
“성덕은 몇몇 영웅주의 행동이 아니라 수많은 일상의 사랑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봉헌 생활자입니까? – 오늘 이 자리에 봉헌 생활자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 여러분 자신이 봉헌한 대로 기쁘게 살아가면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은 혼인한 사람입니까?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듯 자기 배우자를 사랑하고 배려하면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은 직장인입니까?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면서 형제자매들에게 봉사함으로써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은 어머니나 아버지입니까? 할머니나 할아버지입니까? 아이들이 예수님을 따르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치면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여러분은 권위자입니까? 자신의 사리사욕을 버리고 공동선을 위하여 일하면서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이것이 성덕의 길입니다. 매우 단순합니다! 항상 다른 이들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리도 복음을 위해 우리 자신을 바치도록 노력합시다
교황은 이날 성인품에 오른 이들을 언급하며, 이들이 그런 방식으로 성덕을 살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사제, 축성 생활자, 평신도로서 자신의 소명을 열정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복음을 위해 일생을 바쳤습니다.” 교황은 “우리도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자”고 권고했다. “성덕의 길은 막혀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보편적입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부르심입니다.” 우리 각자는 성덕으로, “유일하고 대체할 수 없는 성덕”으로 부름받았다. 교황은 이것이 우리 각각에 대한 하느님의 독창적인 계획과 꿈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그 꿈을 기쁨으로 실현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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