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조르자 멜로니 총리 프란치스코 교황과 조르자 멜로니 총리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교황 첫 예방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10일 오전 사도궁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예방을 받았다. 멜로니 총리는 교황과 약 35분간 독대한 후 국무원에서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빈곤 퇴치, 가정, 인구 감소, 젊은이 교육 등의 주제로 대화가 오갔다. 또한 유럽, 우크라이나 전쟁, 이주 현상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창욱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딸 지네브라의 손을 잡고 1월 10일 오전 9시58분 총리로 임명된 이후 처음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하기 위해 바티칸 사도궁에 도착했다. 교황궁내원 의전 담당 레오나르도 사피엔자 신부와 스위스 근위대가 의장대 사열로 멜로니 총리를 맞이했다. 이 자리에는 교황청 주재 이탈리아 대사 프란치스코 디 니토도 함께했다.     

교황과의 독대는 오전 10시부터 10시35분까지 교황청 사도궁 서재에서 진행됐다. 이어 교황은 멜로니 총리와 함께 온 이탈리아 정부 관계자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이 가운데 안드레아 지암브루노 총리 보좌관, 알프레도 만토바노 내무부 차관, 카를로 데오다토 총리비서실장이 있었다. 특히 데오다토 비서실장은 “키지궁(총리 관저) 관용차”를 위한 축복 기도를 교황에게 요청했다. 교황은 참가자 모두에게 묵주를 선물하고, 총리의 딸에게 예수님 탄생에 관한 어린이책 몇 권을 선물했다.

국무원 대화

교황 알현 이후 멜로니 총리는 국무원으로 이동해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를 만났다. 교황청 공보실은 “따뜻한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양측 간의 우호 관계”가 강조됐다며 “이탈리아의 사회 상황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빈곤 퇴치, 가정, 인구 감소, 젊은이 교육” 등의 주제를 다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구 감소는 이탈리아가 저출산 문제에 맞닥뜨린 가운데 임신과 출산을 거부하는 현 세태를 여러 차례 규탄한 바 있는 교황에게 지대한 관심사였다. 전날에도 교황은 교황청 주재 외교단을 대상으로 한 긴 연설에서 “출산율이 위험할 정도로 떨어진” 이탈리아를 언급했다.

공보실은 또 양측이 국무원에서 대화를 통해 “유럽, 우크라이나 분쟁, 이주 현상에 대한 특별한 언급과 함께 국제적 성격의 사안을 다뤘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조르자 멜로니 총리
프란치스코 교황과 조르자 멜로니 총리

선물 교환

교황은 멜로니 총리에게 “사회적 사랑”이라는 제목의 청동 조각상을 선물했다. 조각상은 “도와주는 게 좋아요”라는 문구가 새겨진 한 어린이가 다른 어린이를 도와주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교황의 글과 다른 저서들도 선물했다. 이 가운데 지난 2019년 아부다비에서 서명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공동 선언문」, 2023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 교황궁내원이 펴낸 저서 『사도궁 알현실』(Appartamento Pontificio delle Udienze),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교황의 발언을 모은 저서 『우크라이나의 평화에 관한 교황 말씀 모음』(Un’Enciclica sulla pace in Ucraina)이 포함됐다. 멜로니 총리는 마리아 몬테소리 여사가 지난 1955년 집필한 『어린이를 위한 미사』라는 책으로 화답했다. 이 책과 함께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글 「피조물의 찬가」와 「작은 꽃송이」를 엮은 작은 책(1920년판)도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개인 소장품 중 천사 나무 조각상을 선물했다.

교황의 격려

이날 오전의 만남은 지난 2022년 10월 22일 멜로니의 총리 취임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과 이탈리아 지도자 간의 첫 번째 공식 만남이다. 두 사람은 불과 며칠 전인 1월 5일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장례미사에서 서로 잠시 악수를 나누며 인사한 바 있다. 오늘은 이탈리아와 “친애하는 이탈리아 국민”에 대해 두 사람이 처음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였다. 교황은 전날 교황청 주재 외교단을 대상으로 한 신년연설에서 이탈리아가 “종교적, 문화적 뿌리를 강화하고, 강인함과 희망으로 현재의 도전에 맞서길” 격려했다.

교황은 지난 1월 1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삼종기도를 통해 멜로니 총리에게 자신의 바람을 직접 전했다. 당시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이탈리아 국민의 번영”을 기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총리에게도 마찬가지로 깊은 감사를 표하고 이탈리아 국민의 번영을 기원합니다.” 교황은 지난해 10월 23일 삼종기도 말미에 “오늘 새 내각이 출범하는 시점에서 이탈리아의 통합과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초대했다. 바레인 사도 순방 이후 귀국 기내 기자회견에서 최초로 여성이 이끄는 이탈리아 내각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새 내각이 시작됩니다.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시길 빕니다. 정부는 언제나 모든 이를 위한 정부여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부가 이탈리아를 앞으로 나아가게 이끌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라고 승리한 여당에 반대하는 다른 모든 사람들도 비판의식을 갖고 협력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협력하는 정부란 얼굴을 싹 바꾸거나, 이것이나 저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무너뜨려 버리는 정부가 아닙니다. 부탁드립니다. 책임 있게 행동하시길 바랍니다. ‘이탈리아는 총리가 너무 자주 바뀌네요. 금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20번이나 바뀌었다는 게 맞나요?’ 이렇게 비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국무원에서 멜로니 총리
국무원에서 멜로니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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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월 2023,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