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남수단 주바에서 사제·수도자들과의 만남 교황, 남수단 주바에서 사제·수도자들과의 만남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남수단, 교황 “사람들 한가운데로 들어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4일 주바 소재 ‘성녀 데레사’ 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주교, 사제, 부제, 남녀 축성생활자, 신학생들과의 만남으로 남수단 사도 순방 둘째 날을 시작했다. “착한 목자 앞에서 우리는 부족의 족장이 아니라 연민이 넘치는 자비로운 목자임을 깨닫게 됩니다.” 교황은 “종교적, 사회적 명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직무를 수행하지 말고” 사람들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친밀함의 예언자가 되라고 당부했다.

Adriana Masotti / 번역 이창욱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4일 주바 소재 ‘성녀 데레사’ 주교좌성당에서 주교, 사제, 부제, 남녀 축성생활자, 신학생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전날 남수단 정부관계자들에게 ‘나일강의 선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처럼 이번에도 남수단을 가로지르는 나일강의 물의 이미지를 활용해 연설을 풀어나갔다. 교황은 이 땅에서 목자로 부름받은 이들을 위한 몇 가지 유용한 지표를 제시하기 위해 모세의 모습을 되짚었다. “손에 지팡이를 든 모세, 손을 뻗은 모세, 하늘을 향해 손을 든 모세입니다.” 모세의 모습은 사람들을 위한 “구원의 도구”가 되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그들의 고통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그들의 역사 한가운데 서서 예언자로 살아가야 할 책임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나일강에 흐르는 백성의 눈물

“오래 전부터 여러분을 만나고 싶은 열망을 키워왔습니다. 오늘 그 열망을 이루게 돼 주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한 사제와 한 수도자의 증언을 들은 교황이 이 같이 운을 뗐다. 이날 만남에 약 5000명의 신자가 참석했다. 1000명은 주교좌성당 내부에, 나머지는 외부에서 함께했다. 교황은 성경에서 물이 종종 당신 백성을 위한 하느님의 행동과 연관된다며, 이 같은 성경의 관점에서 나일강의 물에 대한 의미를 다시 살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물에 고난과 고통에 잠기고 폭력에 시달리는 백성의 눈물이 합쳐집니다.” 

“실로 그 큰 강의 물은 여러분 공동체의 한숨과 신음소리를 모으고, 산산조각이 난 수많은 삶의 고통의 울부짖음을 모으며, 도망치는 사람들의 비극을, 여성들의 마음에 맺힌 고통과 아이들의 눈에 아로새겨진 두려움을 모읍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눈에서 두려움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큰 강의 물은 우리에게 모세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므로 해방과 구원의 표징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 물에서 모세는 구원을 받았고, 백성을 홍해 한가운데로 이끌어 해방의 도구가 됐습니다. 그는 당신 자녀들의 고통을 보시고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시며 그들을 해방시키려 내려오신 하느님 구원의 도움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하느님의 손에 들린 유순한 도구로 부름받았습니다

교황은 전쟁과 가난이 교차하는 역사, “우리에게 맡겨진 사람들의 얼굴이 고통의 눈물로 일그러진” 역사 속에서 “하느님의 사목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문해 보도록 초대했다. 이어 이에 답하기 위해 모세의 두 가지 태도, 곧 ‘유순함’과 ‘중재’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모세는 하느님의 주도권에 유순하게 따랐으나,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라고 교황은 강조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자기 동족의 고통에 충격을 받은 모세는 이집트인을 죽임으로써 “홀로 정의를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 결과 그는 실패를 겪고 “일종의 내면의 광야”를 체험했다. 교황은 모세가 자신의 힘만 믿고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때때로 이와 유사한 일이 사제, 부제, 신학생, 남녀 축성생활자, 우리 모두의 삶에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는 우리가 모든 것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실천적으로는 우리 자신의 재능과 역량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또는 교회로서 우리는 돈, 영리함, 권력과 같은 인간적인 도구를 통해 사람들의 고통과 필요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루는 모든 활동은 하느님에게서 와야 합니다. 그분께서 주님이시며 우리는 그분의 손에 들린 유순한 도구가 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부족의 족장이 아니라 자비로운 목자가 돼야 합니다

훗날 모세는 불타는 떨기나무에서 당신을 드러내시는 하느님과의 만남에서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그분께 이끌려 그분의 인도를 받게” 된다. 교황은 우리가 “새로운 방식으로 직무를” 살아내게 하는 것은 유순함이라고 강조했다. 그 중심에는 자신의 뜻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이 있다. 

“착한 목자 앞에서 우리는 부족의 족장이 아니라 연민이 넘치는 자비로운 목자임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주인이 아니라 형제자매의 발을 씻기기 위해 몸을 굽히는 종입니다. 우리는 지상의 재물을 관리하는 세속적 단체가 아니라 하느님 자녀들의 공동체입니다.”

중재란 역사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교황은 모세의 모습과 관련해 유순함과 함께 중재의 태도를 강조했다. 중재란 단순히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황은 “상황의 한가운데로 기꺼이 걸어 들어가는 것”이 중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세는 자기 백성의 역사 안으로 들어가 하느님과 백성 사이의 다리가 됐다. 

“교회의 목자들은 우리 형제자매들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기술을 함양해야 합니다. 이것이 목자들의 특기가 돼야 합니다. 그들의 고통과 눈물 한가운데, 하느님께 대한 갈망과 형제자매에 대한 사랑의 목마름 한가운데로 발을 내디딜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첫 번째 의무는 완벽하게 조직된 교회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기업체든 그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의 첫 번째 의무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람들의 고통받는 삶 한가운데 서서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손을 더럽히는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 종교적, 사회적 명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직무를 수행해서는 안 됩니다. 추악한 ‘경력’을 추구하는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사람들 한가운데에서 함께 걷고, 경청하고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동료 사목자들 및 평신도들과 협력함으로써 직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고통과 불의 앞에서 중립적 태도를 고집하지 마십시오

교황은 백성을 위해 중재하는 모세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성경이 모세를 세 가지 모습으로 묘사한다고 말했다. “손에 지팡이를 든 모세, 손을 뻗은 모세, 하늘을 향해 손을 든 모세입니다.” 첫 번째 모습에서 모세는 지팡이를 들고 예언자로서 중재한다. 이는 “특권과 혜택을 잃을까 두려워 상황에 개입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려는” 유혹을 경계하라는 오늘날 교회의 가르침이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도 우리 국민을 위해 중재하고, 갈등의 먹구름 속에서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사람들을 짓밟고 폭력을 행사하는 권력남용과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중재하는 목자가 되려면 불의와 폭력으로 인한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키면 안 됩니다. 어떤 여성이나 어떤 남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형제를 일으키기 위해 손을 뻗으십시오

손을 뻗은 모세는 40년 동안 내적, 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당신 백성을 동행하시는 일에 언제나 적극적이신 하느님의 친밀함”의 표징이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의 손을 내밀어 형제들을 일으키고, 하느님께서 당신의 약속에 신실하시다는 것을 그들에게 상기시키며,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촉구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입니다. 우리의 손은 신성한 의식을 거행하기 위할 뿐 아니라 사람들을 마비시키는 것, 그들을 폐쇄적으로 만들고 두렵게 하는 것에서 벗어나도록 격려하고, 돕고, 동행하기 위해 ‘성령으로 기름부음’을 받았습니다.”

목숨을 바친 수많은 남녀 선교사

마지막으로 하늘을 향해 든 손은 모세가 얼마나 그의 백성의 운명을 마음에 품고 있는지 보여준다. 모세는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용서하시고 그들과 계속 가까이 계실 수 있도록 때때로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함께 참된 싸움을 이어간다. 교황은 이 땅에서 어떻게 직무를 수행할 것인가라는 첫 질문으로 돌아가 예언자, 동반자, 중재자가 되는 것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사제들과 남녀 수도자들이 폭력과 공격의 희생자가 되어 목숨을 잃었습니다. 참으로 그들은 복음을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형제자매들에게 다가가는 그들의 친밀함은 우리에게 남겨준 놀라운 증거, 그들의 여정을 계속하도록 우리를 초대하는 놀라운 증거입니다.”

교황은 이곳의 선교사였던 다니엘 콤보니 성인이 “아프리카를 위해 고통받고 죽을 준비가 된 용감하고 너그러운 영혼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떠올리며, 이번 모임에 참석한 이들에게 “너그러운 목자이자 증거자”, “친밀한 예언자”, 백성을 위해 “팔을 든” 중재자가 되길 바란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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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2월 2023,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