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죄인 12명의 눈물과 기도 속에서 교황 “예수님께서 오늘 여러분의 발을 씻겨주고 계십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박수현
러시아 출신이지만 로마에서 태어나고 자란 18세의 우소프 군은 오른쪽 눈가에 문신을 새겼다. 그의 눈에서 진정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마도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의 발을 씻기고 입을 맞추기 위해 몸을 굽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식 전 그는 목에 문신을 한 곱슬머리의 동료와 장난을 치기도 했고, 찬물과 맨발에 대한 농담으로 부끄러움을 감추기도 했다. 그러나 교황이 악수를 하고 지나갈 때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교황이 자신과 카살 델 마르모 소년원의 – 흔히 롬인으로 알려진 – 신티족 소년 9명과 소녀 2명의 발을 씻겨주고 나서야 용기를 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실례지만 나중에 한 가지 선물을 드려도 될까요?” 그는 로마 억양으로 교황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교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우소프 군은 교황과 악수하고 교황의 손에 입을 맞췄다. 교황이 지난 2013년과 마찬가지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거행하기 위해 방문한 로마 외곽의 소년원을 떠날 무렵, 우소프 군은 경비원의 도움으로 교황에게 선물을 건넸다.
감동적인 농담과 악수
우소프 군과 마찬가지로 세네갈 출신의 무슬림을 포함해 다른 젊은이들도 감동을 받았다. 이들은 교황의 무릎 통증으로 인해 발 씻김 예식 동안 교황이 무릎 꿇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높은 단상에 자리해 있었다. 퇴원한 지 일주일도 안 된 교황은 앞치마를 두르고 소매를 걷어올린 차림으로 발 씻김 예식을 마친 후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교황은 악수를 하고 귀를 기울여 그들의 말을 듣고 농담을 곁들인 인사를 주고받았다. 신티족 소녀에게 “여러분 두 소녀는 제일 끝에 앉아 있군요?”라며 농담을 던졌다.
가장 감동을 받은 사람은 마테오 군이다. 중동인 이목구비에 텁수룩한 검은 수염의 소유자인 그는 중앙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십자성호를 세 번 긋고 하늘을 향해 입맞춤을 보냈다. 마테오 군은 크로아티아인이지만 그 역시 로마에서 수년간 살았다. 그는 교황에게 다가가 어깨에 기대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맙소사, 프란치스코 교황님, 저는 교황님을 사랑하고 항상 교황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는 교황을 다시 멈춰서게 했는데, 그가 유럽의 평화를 위한 교황의 기도에 항상 동참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이 전쟁은 반드시 끝나야 합니다.”
이야기의 단편들
모두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선뜻 할 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발 씻김 예식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가장 막내인 15세의 사무엘 군은 뒷머리를 밀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네, 지금은 행복합니다.” 사무엘 군은 두 달 동안 카살 델 마르모에서 지냈다. “세 달이라고 해야 해요. 왜냐하면 내가 세 사람을 죽일 뻔했거든요. (...) 제가 주먹질을 했어요!” 그는 로마 사투리로 말했다. 사무엘 군은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찍고 태그를 달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럼 나중에 팔로우를 교환하기로 해요.” 한 경비원은 미소를 지으며 “이곳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한다”며 “그래서 더 휴대전화에 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2개월 동안 밀라노에서, 6개월 동안 카살 델 마르모의 소년원에서 지낸 미카엘 군은 동료를 도와줬다. 17세인 그는 검은 티셔츠에 매달려 있는 푸른 묵주만큼이나 밝은 녹색 눈의 소유자다. “저는 교황님께 은총을 구해달라고 부탁했어요. (…) 이곳에 있기가 너무 힘들어요.” 매우 자유분방한 그는 교황이 복자 피노 풀리시에게 헌정된 경당에 들어갈 때 휠체어를 밀어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복자 피노 풀리시는 이곳에 있는 청소년들처럼 크고 작은 범죄에 얽힌 이들을 돌보다 목숨을 잃은 시칠리아 출신 사제다.
애틋한 사랑
카살 델 마르모에 수감된 모든 이는 폭력을 행사하거나 물건을 훔치거나 혹은 살인을 시도한 전과가 있다. 그러나 교황이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 이야기의 단면을 경청하며 수감 원인을 책망하는 솔직한 대담함을 보여주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애틋한 사랑이다. 교황은 오래되고 감동적인 몸짓으로 그들에게 애틋한 사랑을 보여줬다. 마리아 테레사 율리아노 소년원장은 “교황은 본질로 돌아가게 하는 크나큰 애틋한 사랑으로 우리를 무장해제시킨다”고 말했다. 교황에게 전할 말을 적은 종이를 쥔 율리아노 소년원장은 감동에 젖어 가볍게 떨었다. “오늘 우리에게 주신 이 놀라운 애틋한 사랑에 모두를 대신해 감사드립니다.”
로마 거리의 군중
율리아노 소년원장은 성 안나 문에서 차량으로 15분 정도 떨어진 소년원에 도착한 교황을 환대했다. 도로 양쪽에 모여든 많은 신자들이 환호하며 스마트폰으로 교황의 차량인 피아트 500L이 지나가는 모습을 촬영했다. 마스체리노 거리에서 교황이 휠체어를 탄 청년에게 인사하려고 차를 세우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뻔했다. 교황의 차량은 테베레 강변으로 향했다. 신호등에 정차한 차량에서 창 밖으로 교황의 옆모습을 본 관광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치기도 했다.
교황의 강론
교황은 오후 4시 정각 로마 시내에 위치해 있지만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소년원에 도착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율리아노 소년원장은 소년원 내 경당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서서 교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황의 차량이 도착하자마자 안에서 누군가 다음과 같이 외쳤다. “교황님이 도착하셨어요. 쉿!” 소년원에서 몇 년 동안 교정사목 담당 사제로 봉사하는 35세의 니콜로 체콜리니 신부도 소년원장과 함께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은 체콜리니 신부에게 다음과 같이 농담하기도 했다. “당신이 교정사목 담당 사제인가요? 그런데 첫 영성체는 하셨나요?” 니콜로 신부가 미사를 거행했으며, 교황이 함께 집전했다. 교황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그리스도의 몸짓을 중심으로 짧은 강론을 했다. “이 일은 종들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제자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상상해 봅시다. (…) 그러나 그분께서는 우리 모두의 빚을 갚으시려고 종으로 죽으리라는 다음날의 메시지를 그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그렇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두려워하지 않으십니다”
교황은 “우리가 예수님의 이러한 말씀을 들었다면 똑똑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처럼 서로를 속이거나 이용하지 않고, 서둘러 서로를 도울 것”이라며 “그러면 삶은 매우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돕고 악수하는 것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악수는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몸짓이지만 고귀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 미사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것을 가르치고자 하십니다. 바로 마음의 고결함입니다.” 아울러 경당에 모인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50여 명의 젊은이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듯 “우리는 ‘교황이 내 마음을 알고 있다면 (...)’ 하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우리를 더 잘 아시고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며 우리의 발을 씻겨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연약함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으십니다. 그분께서는 이미 대가를 치르셨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으시고, 그저 우리와 동행하길 원하십니다. 우리 삶이 너무 힘들지 않도록 우리의 손을 잡으려 하십니다.”
“우리는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궁지에 몰려 빠져나오지 못하는지 봅니다. 불의가 얼마나 많은지요! 얼마나 많은 실직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도 절반의 임금을 받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약을 살 돈이 없어 쩔쩔매는지, 얼마나 많은 결손가정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나쁜 일이 벌어지는지 모릅니다. (...) 그리고 우리 중 누구도 ‘저는 당신이 아시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네요’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내가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하느님의 은총 덕분입니다!’ 우리 중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깨달음, 곧 우리도 저마다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깨달음이야말로 우리에게 죄인의 ‘존엄성’을 부여합니다. 이 말에 집중하십시오. 죄인의 존엄성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방식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발을 씻기시며 ‘내가 너희를 구원하러 왔다, 너희를 섬기러 왔다’고 말씀하신 이유입니다.”
묵주, 비스킷, 초콜릿 달걀
합창단은 성체를 모시는 동안 기타로 노래를 불렀다. 미사가 끝나고 교황이 문으로 향하자 처음의 침묵이 환호로 바뀌었다. “교황님, 교황님, 교황님!” 경비원은 진정시키며 가장 행복해 보이는 소년을 다정하게 말렸다. 이러한 환호는 “건물들” 중 하나의 긴 복도를 지나 다음 건물을 지날 때 더 크게 분출됐다. 그러나 먼저 교황은 홀에 멈춰 두 종류의 파스타인 펜네 리가테와 메제마니체를 선물로 받았다. 최근 문을 연 카살 델 마르모 파스타 공장의 두 제품이다. 이 아이디어는 교황이 10년 전 소년원을 방문했을 때 직접 제안한 것이다. 당시 교황은 청소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의 희망을 도둑질 당하지 마십시오.” 그 이후로 이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소년원 밖에서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미용, 목공, 심지어 랩 음악 워크숍 과정 등 많은 프로젝트가 생겨났다.
희망의 메시지
십자가 모양의 비스킷도 파스타 공장에서 만든 것이다. 젊은 목공들이 제작한 금색 테두리가 달린 나무 십자가는 상자에 담겨 교황에게 전달됐다. 교황은 소년원 경비원들과 직원들에게 묵주를 나눠주고, 청소년들에게는 부활절 초콜릿 달걀을 트로피처럼 들어올려 보여준 다음 나눠줬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복도에 여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황의 휠체어가 지나가자 누군가는 무릎을 꿇기도 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교황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다음 교황은 소년원장과 부원장에게 다시 인사를 건넸다. 소년원장도 교황에게 인사하며 “우리의 모토는 희망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님은 훌륭한 모범으로 우리의 희망을 굳건히 해 주셨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회복하도록 도와줍니다.” 교황은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소년원에서 약 2시간을 머문 교황은 날이 저물 무렵 차량에 올라타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청을 남겼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저를 반대하지 말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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