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루이스 드리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과 루이스 드리 신부 

“너무 많이 용서했다” 주님께 용서 청한 고해사제, 추기경이 되다

오는 9월 30일 서임되는 새 추기경 명단의 마지막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폼페이 성모성지에서 오랫동안 고해담당 사제로 살고 있는 카푸친작은형제회(카푸친회) 루이스 드리 신부가 있었다. 그는 저녁마다 감실 앞에서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죄를 용서한 데 대해 주님께 용서를 청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곤 했다. “주님, 제가 너무 많이 용서해 버렸으니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저에게 나쁜 본을 보인 것은 바로 당신이십니다!”

ANDREA TORNIELLI

그는 새 추기경 명단의 마지막에 언급됐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음에서도 마지막 위치를 차지하는 건 아니다. 교황은 오는 9월 30일 추기경회의에서 붉은색 사제 각모(비레타)를 받을 새 추기경 명단을 발표하면서, 지난 2007년 소임에서 은퇴한 후 부에노스아이레스 폼페이 성모성지 고해소에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고령의 수도자의 이름을 끝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그 인물은 1927년 4월 17일 아르헨티나 엔트레리오스 주 페데라시온에서 태어난 카푸친작은형제회(이하 카푸친회) 소속 수도자 루이스 파스칼 드리 신부다. 드리 신부의 형제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수도자가 되어 하느님께 봉헌된 삶을 택했다. 

교황은 그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첫 번째는 지난 2014년 3월 6일 로마교구 본당 사제들을 만났을 때였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5월 11일, 교황은 사제 서품 미사 강론에서 다시 한번 드리 신부의 예화를 반복했다. 또한 교황은 이탈리아 언론인 안드레아 토르니엘리와 나눈 대담을 담은 책 『하느님의 이름은 자비』에서, 지난 2016년 2월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카푸친회 수도자들과 함께 봉헌한 미사 강론 그리고 희년 고해담당 사제들과의 만남에서도 해당 예화를 인용했다. 지난 2017년 교황은 드리 신부의 생애가 함께 담긴 저서 『용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를 로마교구 본당 사제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고해성사에 대해 말할 때나 고해소를 찾아온 참회자들을 맞아들이는 것에 대해 말할 때 교황의 생각은 언제나 그에게로 향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던 훌륭한 카푸친회 고해담당 신부님이 기억납니다. 한번은 그분이 저를 찾아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제가 있는 고해소에 항상 많은 사람들이 옵니다. 다양한 사람들, 겸손하거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고 사제들도 많습니다. (…) 문제는 제가 너무 많이 용서한다는 겁니다. 때때로 너무 많이 용서했다는 자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비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런 다음 저는 그분께 그런 자책감을 느낄 때 어떻게 하는지 물었습니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수도원 성당으로 가서 감실 앞에서 주님께 ‘주님, 제가 너무 많이 용서해 버렸으니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저에게 나쁜 본을 보인 것은 바로 당신이십니다!’ 하고 기도합니다.’ 저는 이 말을 절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제가 이렇게 스스로 자비를 체험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자비를 베풀 수 있습니다.”

기자는 7년 전 그를 찾아 부에노스아이레스 폼페이 성모성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날은 다소 무더운 오후였고 고해소 앞에는 몇몇 사람들만 있었다. 오래된 라디오 스튜디오처럼 생긴 고해소 하나가 열려 있었고, 내부에는 카푸친회 수도복을 입은 사제가 앉아 있었다. 바로 드리 신부였다. 그는 교황이 자신을 그토록 자주 언급하는 이유를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저 자신이 엄격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고해성사 집전에 있어서는 다소 염려하는 게 사실입니다. 교황님이 이곳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교구장 추기경으로 계실 때 저는 그분께 자주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그분을 자주 찾아 뵙고 대화를 나누곤 했는데, 한번은 모든 것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용서하십시오. 용서해야 합니다.’ 저는 ‘네, 용서해야죠’ 하고 대답했지만, 그 이후에도 약간의 불안감이 남아 예수님께 가서 ‘저를 가르치신 분은 당신이시며, 저에게 나쁜 본을 보여주신 분은 당신이십니다’ 하고 기도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용서하셨고, 아무도 거부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저의 그 말이 교황님께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교황님은 제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랜 시간 동안 고해소에서 고백을 듣는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교황님이 교구장으로 계실 동안 여러 번에 걸쳐 어려움에 처한 몇몇 사제들을 저에게 보내시어 상담하게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말을 경청했고, 지금은 그들과 좋은 친구 사이로 남아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자주 저에게 와서 대화를 나누곤 합니다. 이제 그들은 영적으로나 사목적으로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감히 생각지도 않았던 저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신 교황님께 매우 감사드립니다. 저는 공부를 많이 한 사람도 아니고, 박사학위도 없으며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사제이자 수도자입니다. 그러나 인생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매우 가난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이곳에 오는 모든 이에게 항상 자비와 도움, 친밀함을 주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도 자신이 이해받지 못했다고, 멸시당했다고, 거부당했다고 생각하며 고해소를 떠나서는 안 됩니다.”

매일 오전과 오후를 “촛불이 다 꺼질 때까지” 계속 고해실에서 보내는 드리 신부는 “동료” 고해담당 사제들에게 특별히 건넬 조언은 없다고 말했다. “교황님이 말씀하시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그것을 느끼고 살기 때문에 다른 할 말은 없습니다. 자비롭게 다른 사람의 처지에 공감할 수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평생 경청해야 합니다. 나 자신부터 시작해 해야 할 일만 하고 마는 실무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계적으로 ‘네, 참회자에게 사죄경을 외웠습니다. 그러니 할 일은 끝났습니다’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때로는 고해성사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신자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정하고 친밀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고해성사를 집전함에 있어 오직 필요한 것은 더 나은 고해사제가 되고자 하는 열성뿐입니다. 고해자가 누구인지, 얼마나 자주 고해소를 찾는지,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교회에서 멀어지게 만듭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이 하느님께, 예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추기경에 서임될 드리 신부는 참회자에게 항상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저는 항상 돌아온 아들을 포옹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을 보여주곤 합니다. 참회자들이 ‘그런데 하느님께서 저를 용서하실까요?’ 하고 묻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안아주시고,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시고, 당신과 함께 걸어가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벌하러 오신 게 아니라 용서하러 오셨고, 우리와 함께하기 위해 오셨으며, 우리와 함께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셨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두려워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무지의 소치이자 터무니없는 생각, 잘못된 생각인 것 같습니다.”

드리 신부는 고해소에서 참회자들에게 동일한 태도를 보였던 성 레오폴도 만딕 신부를 떠올리는 인물이다. “네, 저는 레오폴도 성인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성인의 전기를 읽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드리 신부는 오상의 성 비오 신부와의 만남도 털어놓았다. “저는 오상의 성 비오 신부님에게서도 배웠습니다. 1960년도에 저는 비오 신부님과 함께 같은 수도원에서 지냈습니다.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저는 비오 신부님과 함께 지내며 그분에게 고해성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성 레오폴드 신부님과 성 비오 신부님은 저에게 자비, 사랑, 평화, 평정심, 친밀함에 대한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비오 신부님은 강인하고 활기찬 분이셨지만, 경청하고 용서해야 할 때는 예수님 같았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폼페이 성모성지 고해소에서 루이스 드리 신부
부에노스아이레스 폼페이 성모성지 고해소에서 루이스 드리 신부

번역 김호열 신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09 7월 2023, 0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