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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반대하더라도 지치지 말고 말씀의 씨를 뿌리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7월 16일 연중 제15주일 삼종기도 훈화를 통해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풀이했다. 교황은 부모,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당대의 유행을 좇지 말라며, 당장의 성공에 집착하거나 낙담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대신 기쁘고 기꺼운 마음으로 복음을 꾸준히 선포하라고 초대했다. 특히 가장 궁핍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시간을 내는 일은 부질없는 일이 아니라 ‘거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에게 이를 적극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복음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마태 13,1-23 참조)를 들려줍니다. “씨 뿌리는” 모습은 매우 아름다운 이미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말씀의 선물을 설명하기 위해 이 이미지를 사용하십니다. 씨앗을 상상해 봅시다. 씨앗은 작고 거의 보이지 않지만 식물을 자라게 하여 열매 맺게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도 이와 같습니다. 복음을 생각해 봅시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작고 단순한 책이지만, 복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 줍니다. 그러므로 말씀이 씨앗이라면 우리는 토양입니다. 우리는 말씀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씨 뿌리는 선한 사람”이신 예수님께서는 ‘지치지 않고 아낌없이 씨를 뿌리십니다.’ 우리의 토질을 잘 아시는 주님께서는 변덕이라는 돌밭과 악습이라는 가시덤불이 말씀을 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아시지만(21-22절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길 항상 바라십니다(8절 참조).

이것이 바로 주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우리도 ‘지칠 줄 모르고 씨를 뿌리는 일’을 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고 계속 씨를 뿌릴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예를 들어 봅시다.

먼저, 자녀들 안에 선과 믿음을 심어주는 부모들은 때때로 자녀들이 자신들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거나 혹은 세상의 사고방식이 자녀들을 “반대로 나아가게” 하더라도 낙심하지 말고 씨를 뿌리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좋은 씨앗은 남아 있습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때가 되면 뿌리를 내릴 것입니다. 하지만 불신에 굴복하여 씨 뿌리는 일을 포기하고 자녀에게 시간을 내어주지도 가르쳐 주지도 않으며 자녀를 당대의 유행과 휴대전화에 맡겨 버린다면 비옥한 땅이 잡초로 가득 차게 됩니다. 부모 여러분, 지치지 말고 자녀들 안에 씨를 뿌리십시오!

이제 젊은이들을 살펴봅시다. 그들도 굴곡진 일상의 밭고랑에 복음의 씨를 뿌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도를 통해 그럴 수 있습니다. 비록 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씨앗이지만, 삶의 모든 것을 예수님께 맡기면 그분께서 그 씨앗을 자라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이들, 가장 궁핍한 이들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일도 생각해 봅니다. 시간을 헛되게 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사실 성스러운 시간입니다. 반면, 소비주의와 쾌락주의가 주는 얄팍한 만족감은 우리를 빈손으로 남겨둡니다. 그리고 공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시다. 공부는 정말 고되고, 씨를 뿌리는 일처럼 즉각 보상이 주어지지는 않지만 모든 이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앞서 부모들을 살펴봤고, 젊은이들도 살펴봤습니다. 이제 복음의 씨를 뿌리는 사람들, 당장의 성공적인 결과가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살아내는 많은 훌륭한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을 살펴봅시다. 우리가 말씀을 선포할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도 실제로는 성령께서 활동하고 계시며, 우리의 노력을 통해 그리고 우리의 노력을 뛰어넘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맙시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기뻐하며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우리의 삶에 하느님 말씀의 씨를 뿌린 사람들을 기억합시다. 우리 각자 “나의 신앙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하고 생각해 봅시다. 그분들의 모범을 만난 지 몇 년이 지나서야 싹을 틔웠을 수도 있겠지만, 그분들 덕분에 신앙이 싹텄습니다!

이 모든 것에 비추어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곧, 나는 선을 뿌리고 있는가? 나는 나만을 위해 거두어 들이는 데 관심이 있는가, 아니면 다른 이들을 위해 씨를 뿌리는 데도 관심이 있는가? 나는 공부, 일, 여가 시간 등 일상생활에서 복음의 씨를 뿌리고 있는가? 나는 낙심하는가, 아니면 예수님처럼 당장의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 씨를 뿌리고 있는가?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가르멜 산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가 기쁘고 기꺼운 마음으로 복음의 씨를 뿌릴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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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7월 2023, 00:27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는 예수님 강생(降生) 신비를 기억하면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바치라는 표시로)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에 종을 세 번씩 치면서 기도한다. 안젤루스(Angelus)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삼종기도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의 첫 단어인 안젤루스(Angelus)에서 유래됐다. 삼종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초점을 둔 세 개의 간단한 계응시구와 세 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 기도는 주일과 대축일 정오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교황이 함께 바친다.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교황은 그날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짤막한 연설을 한다. 기도를 바친 다음에 교황은 순례객들에게 인사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는 안젤루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도인 레지나 첼리(라틴어 Regina Coeli ‘하늘의 모후님’), 곧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삼종기도는 세 번의 영광송을 바치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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