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생명은 경이로운 선물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여러분과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건강이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예방 차원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오늘 복음은 천사로부터 예수님의 탄생 예고를 받은 마리아가 나이 많은 친척 엘리사벳을 방문하는 이야기를 전합니다(루카 1,39-45 참조). 엘리사벳 역시 아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만남은 모성이라는 특별한 선물을 받아 기쁨에 넘치는 두 여인의 만남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얼마 전 세상의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잉태하였고(루카 1,31-35 참조), 엘리사벳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메시아의 앞길을 준비할 세례자 요한을 태중에 품고 있었습니다(루카 1,13-17 참조).
두 사람 모두 형언할 수 없는 기쁨에 넘쳤습니다. 우리 일상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한 이들이었기에, 그들이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탄을 며칠 앞둔 이 시점에서 루카 복음사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릅니다. 실로 우리가 구원의 놀라운 표징들을 관상하면, 그것이 우리를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 줍니다. 매 순간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명의 탄생, 그 생명을 품은 어머니의 존재야말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가장 가까운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선물에 대해 말씀드리면서, 저는 ‘당신의 모상대로’ TV 프로그램에서 본 감동적인 구절을 나누고 싶습니다.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선물입니다.
오늘도 광장에는 아기들을 데리고 온 어머니들이 계실 것이고, 어쩌면 “태중의 귀한 생명”(dolce attesa)을 품은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부디 그분들을 무심히 지나치지 마시고, 엘리사벳과 마리아처럼 그들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법을 배웁시다. 임신한 여인들의 그 거룩한 아름다움 말입니다. 아기 엄마들을 축복하며 우리에게 생명의 기적을 선물해 주신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제가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으로 있을 때 일화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제가 버스를 애용할 때면 임산부가 탈 때마다 승객들이 즉시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지만 말입니다. 이야말로 희망과 존중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 시기에 우리는 조명과 장식, 성탄 음악으로 축제 분위기를 누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아기를 팔에 안고 있거나 태중에 품고 있는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잊지 말고 기쁨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합시다. 그런 순간이 오면, 우리도 마음으로 기도하며 엘리사벳처럼 이렇게 말합시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루카 1,42) 마리아처럼 이렇게 노래합시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나이다”(루카 1,46 참조). 모든 어머니의 모성이 축복받기를 바라며, 인간에게 생명을 전달하는 거룩한 일을 맡기신 하느님께서 모든 어머니를 통해 영광받으시기를 빕니다.
잠시 후 여러분이 가져오신 “아기 예수상”(Bambinelli, 밤비넬리)을 축복하겠습니다. 저도 제 것을 가져왔습니다. 이 아기 예수상은 산타페대교구 교구장님이 제게 선물한 것인데, 에콰도르 원주민들이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이제 이렇게 자문해 봅시다. 나는 주님께서 죄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시어 우리의 삶을 함께 나누시는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있는가? 나는 태어날 모든 아기에 대해 주님을 찬미하고 복을 빌어주는가? 나는 아기를 기다리는 예비 엄마를 만날 때 친절하게 대하는가? 나는 모태에서부터 시작되는 작은 생명들의 거룩한 가치를 지지하고 수호하는가?
모든 여인 중에 가장 복되신 성모님, 저희가 생명의 신비 앞에서 경이로움과 감사의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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