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우리 도시가 외로움 집결지가 되면 안 됩니다. 노인과 젊은이는 함께 자라야 합니다”
Tiziana Campisi
노인은 “젊은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뿌리”다. 따라서 서로 다른 세대 간의 유익하고 건설적인 교류가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노년이 소외되거나 고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7월 23일 연중 제16주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제3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미사 강론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날 미사에는 손주들과 함께한 많은 조부모와 노인들을 포함해 800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으며,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패럴 추기경이 성찬의 전례를 주례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특별히 젊은이와 노인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오늘날의 세상을 바라보며 노인들을 잊지 말고 돌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우리 도시들이 ‘외로움 집결지’가 되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가장 힘없는 이들의 필요를 보살피는 소명을 받은 정치가 노인들을 잊고, 시장 논리에 의해 그들이 ‘생산력을 상실한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합시다. 효율과 성과라는 신화를 뒤쫓아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과정에서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합시다. 함께 어울리고 함께 성장합시다.”
모든 사람의 삶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습니다
교황은 이날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세 가지 비유에 대한 묵상을 전개했다. 이 세 가지 비유는 “함께 자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비유들은 조부모가 손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듣는 이의 마음에 와닿는 단순한 이야기”로 “인생의 중요한 지혜를 전수”한다. 첫 번째 비유인 밀과 가라지가 “같은 밭에서” 함께 자라는 이야기는 “우리 각자의 삶과 마찬가지로 인류 역사에도 빛과 그림자, 사랑과 이기심이 뒤섞여 있다”는 점을 가르친다. 교황은 “선과 악은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실을 제대로 가려내려면 “이념 없이, 무미건조한 낙관주의나 해로운 비관주의 없이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 대한 비타협적 태도의 위험성
교황은 그리스도인이 “동화 같은 세상에 살면서 악을 보고도 보지 않은 척하고 ‘모든 게 잘 될 거야’라고 말하는 순진해 빠진 사람”이 아니라 현실주의자라고 강조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밀과 가라지가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삶을 살피며 악이 ‘외부’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닫습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일을 회피하려고 싸워야 할 적을 ‘만들어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악은 종종 “우리 모두의 내면의 싸움 안에서, 내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상에서 밀과 가라지가 나란히 자란다면” 해결책은 가라지를 뽑아내는 게 아니라고 경고했다.
“우리는 자신의 힘으로 악을 뿌리 뽑아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실로 우리는 ‘흠 없는 사회’ 혹은 ‘흠 없는 교회’를 만들고자 하는 유혹에 여러 번 빠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한 상태에 이르는 과정에서 조급하고 심지어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 폭력적인 태도를 보일 위험이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가라지와 함께 좋은 밀까지 뽑아내고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을 가로막게 됩니다.”
온유와 인내로 좋은 밀을 가꿉시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수확 때까지 좋은 밀과 가라지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마태 13,30 참조). 교황은 이것이 하느님의 “자비로운 교육법”이라고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인내심을 갖도록 초대하십니다. 가정과 교회와 사회에서 연약한 이들, 뒤처진 이들, 한계에 처한 이들을 받아들이도록 초대하십니다. 체념하거나 합리화하는 데 익숙해지지 말고 온유와 인내로 좋은 밀을 가꾸면서 존중으로 대하는 법을 배우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우리는 마음의 정화와 악에 대한 최종적인 승리가 본질적으로 하느님의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밀과 가라지를 구별하려는 유혹을 이겨내고 행동에 나서야 할 가장 좋은 방법과 때를 깨닫도록 부름받았습니다.”
노년기는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때
노인과 조부모는 좋은 밀과 가라지를 통해 인생에서 이뤄낸 “많은 아름다운 것들”과 “실패와 잘못”을 살펴보고, “평온과 인내로 삶의 신비”를 받아들이며, “아쉬움과 후회”로 살지 않고, 하느님께 “심판”을 맡기고 모든 것을 그분께 맡겨야 한다고 교황은 권고했다.
“노년기는 참으로 복된 때입니다. 곧, 하느님께서 심으신 좋은 밀이 악마가 우리 마음을 황폐화하려고 심었던 가라지를 압도할 것이라는 확신에 찬 희망을 품으며 그림자 속에서도 비추는 빛을 온유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화해의 때입니다.”
젊은이와 노인의 새로운 동맹이 필요합니다
노인과 조부모는 예수님께서 “역사의 굴곡 속에서 묵묵히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역사”에 비유하신 겨자씨에서 자라난 큰 나무, 그 가지들 사이에서 많은 새들이 피난처를 찾는 천천히 자라는 나무와 같다. 교황은 조부모를 가리켜 “자녀와 손주가 자신의 ‘둥지’를 짓는 울창한 나무와 같다”며 “그들은 가정의 분위기를 배우고 서로 안아주는 온유함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황은 “함께 성장할 것”을 당부했다. “조부모가 자녀와 손주들과 함께하고,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젊은이와 노인 사이의 새로운 동맹이 필요합니다. 인생의 오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수액이 자라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 풍성한 교류 안에서 우리는 삶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형제적 사회를 구현하며, 교회 안에서 전통과 성령의 새로움 사이에서 서로 만나고 대화할 수 있습니다.”
함께 사는 삶의 신비: 대화하고, 성장하고, 서로 지지하기
마지막으로 교황은 이날 복음의 세 번째 비유에 나오는 밀가루와 누룩이 함께 자란다는 측면을 강조했다. 교황은 두 가지 요소가 함께 섞여 “반죽 전체가 부풀어 오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을 인용하며 그러한 어울림이 “서로 어울리고 만나고 서로 감싸고 지지하는 것”이라며 “자신에게서 벗어나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신비이자 예술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87항 참조). 아울러 이것이 “개인주의와 이기심을 물리치고 보다 인간적이고 형제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며 “우리 삶과 가정에서 노인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서로 경청하고 대화하고 지지하도록 격려하며, 조부모와 노인을 잊지 말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우리의 우선순위 목록에서 그분들을 내려놓으면 안 됩니다.” 교황은 함께 성장하고 함께 전진해야 한다며 강론을 마무리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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