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세계청년대회 개막 연설 “하느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교회에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있습니다”

세계청년대회를 공식적으로 개막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환영식이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중심지에 있는 드넓은 공원에서 열렸다. 교황은 전 세계에서 온 젊은이들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다. 하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상호 환대의 기쁨을 누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님의 친밀함에 대한 증인이 되기 위해 그분과의 대화에 마음을 열라는 것이다. 아울러 “거짓 선의 미소 뒤에” 감춰진 “늑대의 탈을 쓴 이들”을 포함해 “가상세계의 환상”을 조심하라고 말했다.

Adriana Masotti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좋은 오후입니다! 환영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여러분의 활기찬 떠들썩함을 들을 수 있어 행복하고, 여러분의 기쁨이 저에게도 전해져서 행복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한 젊은이들의 마음에 이 같이 인사를 건넸다. 교황은 8월 3일 해가 질 무렵 리스본 중심지에 위치한 드넓은 녹지 에두아르두 7세 공원에서 이들을 만났다. 약 50만 명의 젊은이가 모였다. 리스본 총대주교 마누엘 클레멘테 추기경의 인사말이 끝나자 젊은이들은 악기 연주와 노래, 춤 공연과 함께 자신들의 삶과 신앙, 교회에 관한 많은 질문을 편지에 담아 교황에게 상징적으로 전달했다. 젊은이들은 또 전 세계 여러 나라 국기를 휘날리며 세계청년대회를 상징하는 순례자의 십자가와 ‘로마 백성들의 구원’ 성모 성화를 무대 위로 가져왔다. 

세계 여러 나라 국기를 흔드는 젊은이들
세계 여러 나라 국기를 흔드는 젊은이들

주님께서 여러분을 지명하여 부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모든 이에게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라고 당신의 제자들을 보내시는 복음이 낭독됐다. 이어 젊은이들은 크나큰 기대와 설렘으로 교황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교황은 세계청년대회 참석 초대를 받아들인 젊은이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무엇보다도 그들을 리스본으로 부르신 분은 바로 예수님이라고 강조했다. 

“여러분은 우연히 이 자리에 모인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이 기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이 태어났을 때부터 여러분을 부르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부르셨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그분께서 우리를 저마다의 이름으로 부르셨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이름을 부르신다는 문장이 큰 글자로 쓰여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런 다음 이 단어들이 여러분 삶의 목표와 존재의 의미를 형성하는 것처럼 여러분 안에, 여러분 마음속에 쓰여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주님께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삶의 출발점입니다

교황은 우리가 사랑받기 때문에 부름을 받았다며, 하느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귀중히 여기시고 또 걸작품으로 만들고자 하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계청년대회는 우리가 이 사실을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나라의 국기를 보십시오. 다양한 언어와 민족의 형제자매들을 통해 저와 여러분의 이름이 친근하게 불리고 그것이 역사상 유일무이한 소식으로 울려 퍼지는 날이 되길 바랍니다. 하느님의 심장은 여러분을 위해 유일무이하게 뛰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 곧 지금 모습 그대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온전히 새기는 날이 되길 바랍니다. 이는 세계청년대회의 출발점이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삶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세계청년대회의 상징인 십자가를 가져온 젊은이들
세계청년대회의 상징인 십자가를 가져온 젊은이들

예수님께는 모든 이가 귀중합니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모든 이름에는 이름마다 얼굴이 존재하지만 소셜 네트워크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소셜 네트워크는 각 인간의 “유일무이함”이 아니라 “시장 조사에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름을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여러분을 안다고 말하지만 사랑하지 않으면서 거짓 미소로 늑대의 탈을 쓰고 속이는 많은 이들이 있다”며, 심지어 그들은 “더 이상 관심이 없으면 여러분을 버리고 떠난다”고 말했다.  

“이것이 가상세계의 환상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를 매료시키고 행복을 약속하는 많은 현실이 결국에는 헛된 것, 이를테면 비눗방울처럼 사라지고, 불필요하거나 쓸모없으며 내면을 공허하게 만드는 실체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에게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예수님은 그렇지 않으십니다. 그런 분이 아니시죠. 예수님께서는 여러분을, 여러분 각자를 신뢰하십니다. 예수님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교회 안에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있습니다

교황은 교회가 가장 특출난 이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한 분이신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들, 형제자매로 부름받은 모든 이의 공동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모든 이를 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구 여러분, 거짓과 공허한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여러분에게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교회에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있습니다. 모든 이 말입니다! 교회에는 누구도 불필요하거나 쓸모없지 않습니다.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있습니다. 우리와 같은 모든 이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초대한 이의 잔치에 사람들을 초대하고자 제자들을 파견하실 때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나가서 젊은이와 노인, 건강한 이와 병든 이, 의인과 죄인 등 모든 이를 데리고 오너라’고요. ‘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입니다. 교회에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있습니다. ‘신부님, 저는 비천한 사람인데 저를 위한 자리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있습니다. 각자의 언어로 말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자리가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언어로 반복하며 외쳐봅시다. ‘모든 이, 모든 이, 모든 이[젊은이들이 따라 외친다].’” 

아울러 교황은 오늘날 우리가 저마다 “예수님 사랑의 언어”인 “하느님은 당신을 사랑하시고, 당신을 부르신다”를 전하라고 초대했다. 

하느님 사랑은 언제나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이날 젊은이들은 교황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교황은 젊은이들의 이러한 질문을 가리켜 “영혼이 쉬지 못한다는 신호”라며 그 자체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모든 이의 내면에 이 같은 실존적 불안이 있다며, 질문을 던지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격려했다. “하느님 앞에서 기도할 때에도 자신만의 질문을 가지고 갑시다.” 교황은 “인생과 함께 답을 얻게 되는 질문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기다려야만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하느님께서 언제나 우리를 놀라게 하신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이 아름다운 사실, 곧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길 권고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나 사회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 모습 말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결점과 한계 그리고 우리가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과 함께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방식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버지, 우리를 사랑하시는 아버지이시고, 우리를 아끼시는 아버지이시니 그분을 신뢰합시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의 어머니를 통한 큰 도움이 필요합니다. 주님의 어머니는 우리의 어머니시기도 합니다. 그분은 우리의 어머니이십니다. 이것이 제가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었던 전부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냅시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보호받고 있음을 알고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우리 모두 함께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외칩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안 들려요, 더 크게요! [젊은이들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크게 외친다] 감사합니다!”

리스본 총대주교 마누엘 클레멘테 추기경과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리스본 총대주교 마누엘 클레멘테 추기경과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리스본 총대주교의 인사말

리스본 총대주교 마누엘 클레멘테 추기경이 에두아르두 7세 공원에 도착한 교황을 맞이하는 인사말은 감사로 가득했다. “오늘날 같은 민족들 사이에 그리고 여러 민족들 간의 온전하고 평화로운 발전에 많은 장애물이 있는 이 시대에, 교황님과 교황님의 말씀으로 복음의 아름다움이 이곳과 전 세계에서 더욱 밝게 빛날 수 있도록 저희는 더욱 젊어져야 합니다.” 클레멘테 추기경은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한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장애물이 많아도 이를 이겨내려는 의지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가 더욱 연대하고 더욱 형제적인 세상을 위한 교황님의 끊임없는 호소에 응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끝으로 클레멘테 추기경은 “이번 세계청년대회의 순례자들”인 젊은이들을 환영하고, 모든 민족 사이에서 더욱 형제적인 미래를 향한 만남과 나눔에 대한 열정이 젊은이들을 이곳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오늘 이 자리는 여러분이 만들고자 하는 미래의 시작을 알리는 날입니다.”

번역 안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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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8월 2023, 0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