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WYD 밤샘기도, 교황 “기쁨은 선교적… 어디든 그 기쁨을 전하세요”

150만 명의 젊은이들이 리스본 떼주 공원에서 열린 밤샘기도에 함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넘어진 이들이 넘어진 채로 남아있지 않도록 손을 건네며 도와주라고 젊은이들에게 당부했다. 교황은 “두려워하지 말라”며, 실패를 경험해도 인생이 끝나지 않는다고 격려했다.

Alessandro Di Bussolo

인생길을 걷다 넘어지면 일어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 예수님의 사랑을 제외하고는 세상에 공짜는 아무것도 없으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여정에 나서는 훈련을 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5일 리스본의 드넓은 떼주 공원을 가득 메운 약 150만 명의 젊은이들에게 이 같은 임무를 맡겼다. 이들은 포르투갈에서 열린 일주일 간의 제37차 세계 젊은이의 날(세계청년대회, 이하 WYD) 폐막 전날 거행되는 밤샘기도에 참석하고자 이른 아침부터 매트, 침낭, 보온 담요, 심지어 캠핑용 텐트를 설치했다. 이날 젊은이들은 약 8-10 킬로미터에 달하는 리스본의 거리를 평화롭고 기쁜 마음으로 걸으며 “은총의 광장”인 떼주 공원에 도착했다.

기쁨은 선교적입니다

교황 연설은 즉시 젊은이들과 나누는 대화가 됐다. 교황은 천사로부터 주님 탄생 예고를 듣자마자 사촌 엘리사벳에게 가기 위해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난”(루카 1,39 참조) 마리아의 몸짓의 심오한 의미를 설명했다. 교황은 “마리아가 왜 사촌을 방문하기 위해 서둘러 떠났을까요?” 하고 되물었다. “마리아는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대신 다른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기쁨은 선교적이기 때문입니다. 기쁨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를 나누는 것입니다.” 교황은 이 같은 기쁨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것이라며, 우리가 돌이켜볼 때 부모, 조부모, 친구, 사제, 수도자, 교리 교사, 청소년 지도자, 교사 등 우리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을 가리켜 우리 “기쁨의 뿌리”라며, 덧없이 지나가거나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 각자 잠시 침묵하며 우리 인생에 기쁨의 뿌리를 내리게 한 사람들을 생각해 봅시다.” 교황은 이 기쁨은 문이 잠긴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찾아야 하고 또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넘어진 이들을 일으켜 세우십시오

교황은 떼주 공원의 남녀 젊은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되물었다. “여러분도 가끔 지치지 않나요?” 교황은 기쁨을 찾는 과정에서 피로를 느낄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 생각해 보자고 초대했다. “때로는 스페인어 속담처럼 ‘수건을 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이죠. 그러면 걸음을 멈추게 되고, 포기하고, 쓰러지게 됩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실패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니다. 교황은 “산을 오르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넘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넘어진 채로 남아있지 않는 것”이라는 산악인들의 노래를 인용하면서, 희망의 삶을 포기한 채 “넘어진 상태로 남아있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넘어진 이들이 넘어진 채 낙심하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일으켜 세워야 할 때, 혹은 도와줘야 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는 그들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은 우리가 그들에게 일으켜 세워주겠다고 제안할 때뿐입니다. 그 외에 다른 사람들을 내려다보면 안 됩니다.” 

걷기 훈련

교황은 이 모든 일을 하기 위해서는 축구 경기에서 골을 넣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거치는 것처럼 우리도 많은 훈련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생 비법을 알려주는 강좌는 없습니다. 대신 우리는 부모님과 조부모님에게서 배우고, 친구에게서 배우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배우게 됩니다. 우리는 인생을 통해 배우며, 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훈련합니다.” 교황은 목표를 세우고 걸으라며, 매일 이 목표를 위해 훈련하라고 초대했다. “인생에서 공짜는 없습니다. 모든 것은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유일한 공짜가 있다면 그것은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교황은 우리가 거저 받은 예수님의 사랑과 인생 여정을 계속 이어가려는 열망으로 희망을 품으며 걸어가자고 초대했다. “우리의 뿌리를 생각하고,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갑시다. 겁내지 마세요.”

세계청년대회(WYD) 밤샘기도를 위한 젊은이들의 공연
세계청년대회(WYD) 밤샘기도를 위한 젊은이들의 공연

WYD 밤샘기도 공연

밤샘기도 제1부에서 펼쳐진 현대 음악과 무용 공연은 하느님의 도전을 마주한 한 젊은 여성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도전이 여성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그녀가 만난 모든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줬다. 이번 WYD의 주제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루카 1,39 참조)에서 영감을 받아 표현된 내용과 성모님 이야기 사이의 유사점도 강조됐다. 천사에게서 주님 탄생 예고를 받은 마리아도 삶이 바뀌었고, 결과적으로 인류의 역사를 바꿨다. 하느님의 사랑의 제안에 “예” 하고 응답한 마리아의 모습은 우리도 그렇게 하도록 영감을 준다. 곧, 우리 각자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 이야기에서 그분의 도구가 되기 위해 우리 삶을 전적으로 주님께 맡기고, 우리의 계획과 안락함을 포기하며, 우리 자신을 그분께 드리는 것이다. 마틸드 트로카도 예술감독 아래 펼쳐진 안무는 대회를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을 때에도 끊임없이 하느님을 찬미하며 다른 사람들을 섬기고자 하는 열망을 표현했다. 밤샘기도 제1부 무대에 오른 만남은 성체조배로 마련된 제2부에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만남이 됐다.

두 사람의 증언

공연 중에 두 사람이 증언했다. 안토니오 리베이로 데 마토스 신부는 그리스도를 찾고 그분에 의해 발견되는 “한시적이 아닌” 기쁨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기 위한 자신의 헌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예수님께서 항상 자신의 삶에 계셨음에도 성당에 다닐 때 항상 자신만 생각하며 살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와 당시 느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그는 과거를 돌아보며 “가치 없이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그는 이듬해인 2019년 신학교에 입학했고 이후 사제품을 받았다. 안토니오 신부는 “나의 약함 속에서 예수님과 교회가 얼마나 나를 사랑하고 나와 동행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며 “이 체험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18세의 마르타 양은 5년 동안 무장단체와 극단주의자들의 야만적인 공격이 끊이지 않았던 모잠비크 북부 카보 델가도 출신이다. 아버지를 여읜 후 어머니와 세 자매는 테러범을 피해 숲으로 피신해야 했다. “숲에서 지내면서 저희는 기도를 많이 했습니다. 저희는 믿음을 잃지 않았어요. 하느님께 저희를 도와주시고 세상에서 모든 악을 없애 달라고, 이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의 삶을 바꾸게 해달라고 간구했습니다.” 마르타 양은 “수많은 고통 속에서도 언젠가 다시 우리 삶을 재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한 번도 잃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떼주 공원에서 열린 밤샘기도에 함께한 젊은이들의 모습
떼주 공원에서 열린 밤샘기도에 함께한 젊은이들의 모습

젊은이들을 환대하는 리스본

교황이 도착하기 전, 바다의 빛나는 물결 혹은 커다란 모래언덕처럼 보이는 흰색 대형 무대 앞에 다양한 동기로 리스본을 찾은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 포옹을 나누거나 WYD 십자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이틀 전 혼인식을 올리고 리스본으로 신혼여행을 떠나온 폴란드 부부도 있었다. 무대 왼편으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산타 마리아호와 매우 흡사한 작은 범선이 포르투갈 국기를 펄럭이며 타구스 강 하구 쪽으로 지나고 있었다. 무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인상적인 바스쿠 다 가마 다리가 서 있었다. 무대 앞줄에는 파랑과 노랑의 우크라이나 깃발이 펄럭였다.

기다림

오후 6시경 떼주 공원 가운데를 가로질러 흐르는 트랑카오 강가에 WYD의 두 가지 상징인 순례자의 십자가와 ‘로마 백성들의 구원’ 성모 성화가 여러 척의 장식된 배들과 함께 도착했다. 미구엘 타파다스가 연주한 예수회 소속 미구엘 페드로 멜로 신부의 WYD 주제곡 “펠리제스”가 울려 퍼졌다. 교황이 무대에 오르자 공군 전투기들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리스본 시 당국은 이날 밤샘기도 모임과 이튿날 폐막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떼주 공원에 갈 수 없는 이들, 특히 노인들을 위해 리스본 중심부에 위치한 왕실 정원(Terreiro do Paço)에 약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을 마련했다. 이 공간에는 3개의 대형 스크린과 2900개의 좌석이 설치돼 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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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8월 2023, 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