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과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  (Vatican Media)

몽골 마렌고 추기경 “빗장을 풀고 전한 교황님 말씀이 비신자들의 마음을 녹였습니다”

몽골 울란바토르지목구장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이 9월 5일 “평화의 순례자”로 몽골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43차 해외 사도 순방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몽골의 역사, 몽골인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높이 평가하신 교황님의 말씀에 감명받은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마렌고 추기경은 교황이 전 세계와 이웃국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교황님은 모든 것이 이해타산의 논리, 힘의 논리, 권력 남용의 논리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Salvatore Cernuzio

프란치스코 교황의 몽골 사도 순방을 무사히 치를 수 있게 조력한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은 최근 막을 내린 교황의 몽골 방문이 몽골의 현재와 미래에 “큰 성과”를 가져왔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불과 1500명도 안 되는 신자로 구성된 “신생 교회”, 교황이 역대 최초로 러시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중앙아시아의 요충지이자 칭기즈 칸의 땅을 밟는 행사를 치러야 했던 몽골 교회로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2020년부터 울란바토르지목구장으로 임명돼 49세의 나이로 추기경단의 최연소 일원이 된 마렌고 추기경은 몽골 사도 순방 내내 교황의 곁을 지켰다. 교황전용기(이타항공 A330)가 칭기즈 칸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박수로 교황을 맞이했던 순간부터 9월 4일 자비의 집 개관 축복식까지, 그는 병자와 장애인들을 교황에게 소개하는 등 항상 교황과 함께했다. 울란바토르지목구청으로 걸려오는 수많은 감사 전화와 신자들의 방문을 받은 이 신생 교회의 젊은 사목자는 교황의 사도 순방 동안 교황이 머물렀던 울란바토르지목구청에서 「바티칸 뉴스」와 대담을 나눴다. 울란바토르 비얀주르크 지구에 위치한 지목구청은 주차장, 슈퍼마켓 및 공사 중에 있는 다수의 건물들 사이에 위치한 붉은 벽돌 건물이다. 지목구청 내부에는 교황의 문장과 깃발, 교황 방문 포스터 등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몽골 가톨릭 교회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그래픽 연표도 있었다.

몽골 사도 순방에 나선 교황을 맞이하는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
몽골 사도 순방에 나선 교황을 맞이하는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

이하 마렌고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마렌고 추기경님, 여기서는 모두가 추기경님을 “조르조 신부님”이라고 부르더군요. 최근 마무리된 교황님의 몽골 사도 순방을 어떻게 보셨나요?

“글쎄요, 저는 정말 완전한 은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거저 받은 선물처럼, 우리의 희망과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이번 순방은 우리가 받은 엄청난 선물이었습니다. 모든 것, 심지어 준비과정의 피로가 심했죠.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현실이 이런 대규모 행사를 치르기에 적절한 수단과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너무 보잘것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황님을 모시는 기쁨, 그리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즉시 화합을 이루신 교황님의 겸손하고 단순하며 친밀한 증거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순방의 핵심은 가톨릭 공동체와의 만남이었지만 비신자나 다른 종교인들, 말하자면 대다수를 차지하는 나머지 몽골인들에게 교황이라는 세계적인 인물이 이곳에 와서 말하고, 자신을 알리고, 자신의 역할을 알리는 것을 본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저는 교황님이 몽골인의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어떻게 강조하셨는지에 대해 교회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의견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교황님의 연설에는 몽골 사람들에게 자기가 누구인지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많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몽골인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 전통과 역사를 많이 다뤘기 때문이죠. 따라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종교 지도자가 좋지 않은 건강에도 불구하고 약한 몸으로 이곳까지 와서 형제애, 협력,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 것은 틀림없이 몽골인의 마음을 녹였을 것입니다. 교황님이 오시기 전까지는 교황님이 누구이고 누구를 대표하는지 그다지 깊은 이해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다소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겠죠. 하지만 이제 몽골인은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자비의 집에 머무르고 있는 병자들을 교황에게 소개하는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
자비의 집에 머무르고 있는 병자들을 교황에게 소개하는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

교황님은 몽골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높이 평가하시고, 국제무대에서 세계 평화를 위한 몽골의 역할을 다시금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이웃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에도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것이 사도 순방의 본질을 다소 흐리게 했을까요, 아니면 교황님이 몽골에 요구하시는 세계적인 역할로 인해 새로운 자극이 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교황님은 자기 자신을 평화의 전령, 평화의 순례자, 평화의 나그네로 여러 차례 표현하셨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이 확실히 새로운 관점을 확립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희망하기’라는 순방 모토는 희망이 있다는 걸 뜻합니다. 모든 것이 이해타산의 논리, 힘의 논리, 권력 남용의 논리, 이해관계의 논리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 항구한 평화를 위한 상황을 조성할 수 있는 진정한 관계에 바탕을 둔 순수한 영적 세계, 윤리적 세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이는 교황님이 몸소 매우 단순하게 자신을 평화의 전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생각합니다. 교황 순방 이유에 대한 그 어떤 추론도 없이 메시지 내용 그 자체에 마음을 열게 하고 올바른 시각으로 이번 사도 순방을 읽도록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모든 민족이 규모나 상대적 중요성에 상관없이 평화를 이룩할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몽골인은 교황님이 직접 언급하신 것처럼 13-14세기 유라시아에 안정을 가져온 ‘팍스 몽골리카’(몽골의 평화)를 통해 이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평화는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오늘날 과거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교황님은 또 종교의 자유, 권리 존중, 종교 간 평화로운 공존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셨습니다. 이번 방문이 실제로 그러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다소 형식적인 대규모 행사로만 끝나버릴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모두는 교황님의 사도 순방으로 뿌려진 이 씨앗이 자라나 뿌리를 내리고 점차 현실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용감하고 담대하게, 솔직하게 전달된 이 메시지가 구체적인 삶과 협력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진정 하나의 여정, 구체적인 여정이 되리라는 밝은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몽골이 희망에 대한 기약을 지켜 나가고 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긍정적인 결과를 맺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스테페 아레나”(빙상체육관) 미사 중 교황과 마렌고 추기경
“스테페 아레나”(빙상체육관) 미사 중 교황과 마렌고 추기경

추기경님은 사목자로서 이 작은 교회에 어떤 결과를 기대하시나요?

“우선 기초가 되는 신앙이 자라나고 성숙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신앙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해 더욱 깊고 효과적으로 뿌리를 내리길 바랍니다. 또한 이 신앙을 몽골인으로서 표현하고 살아갈 수 있는 역량도 한층 더 높이길 바랍니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선물이자 책임이기도 합니다.”

신생 교회가 어른 교회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인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철부지 어린아이가 아니라 영적으로 어린아이인 모습을 항상 간직하길 바랍니다. 주님께 눈길을 돌림으로써 서서히 신뢰할 수 있게 되고, 자기를 버릴 수 있게 되며,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게 되는 어린아이 말입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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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9월 2023, 10:23